인간은 질병, 굶주림, 가난, 재난 등으로 언제든지 취약해질 수 있으며, 이러한 상태는 돌봄을 필요로 한다. 취약함은 인간 본연의 조건으로, 이를 통해 우리는 서로를 돌보아야 할 책임을 느끼게 된다.
책 돌봄의 역설(은행나무)의 저자는 이러한 인간의 조건을 바탕으로 돌봄의 의미와 역할을 재조명하며, 모두가 모두를 돌보는 '함께-돌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돌봄윤리를 제시한다. 저자는 의료윤리학자로서 돌봄의 지위를 복원하고 이를 사회적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오늘날 돌봄의 위기를 심도 있게 분석한다. 필리핀 돌봄노동자 도입이나 늘봄학교 연장 정책 등 단순히 돌봄이 많이 제공되면 위기가 해결될 것이라는 착각이 만연한 현실을 비판한다. 저임금의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돌봄의 무게를 전가하는 방식은 돌봄의 질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그들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돌봄 공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돌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별, 사회적 지위, 경제 수준을 불문하고 모든 이들이 삶 속에 돌봄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돌봄은 특정 계층이나 집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공동체 모두가 함께 책임지고 나눠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 책은 돌봄이 부족한 사회에서 발생하는 역설적 상황을 넘어서기 위해, 돌봄윤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돌봄이 단순히 한 집단의 희생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책임지는 방식으로 구현될 때 비로소 인간의 취약함을 진정으로 치유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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