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돼 내란 혐의로 긴급 체포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경찰 수뇌부의 신병 확보로 경찰 조직 내에는 업무 혼란과 엇갈린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이날 오전 3시 49분경 두 경찰청장을 내란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이로써 경찰 수뇌부는 공백 상태에 접어들었고,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체포에 대한 '과도하다'는 의견과 '엄중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교차했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체포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나타났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소속 A경정은 "경찰은 국무회의에 들어가는 사람이 아니며, 지시에 따른 행동일 뿐"이라며, 체포된 청장들을 비판하기보다는 경찰 조직의 상명하복 체계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처럼 수뇌부 공백이 발생한 상황에서는 경찰의 업무가 불투명해지고, 조직을 추슬러 나갈 수 없게 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B경정은 "청장들이 계엄 사태에서 군과 행정부보다는 소극적이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가담했다는 사실에 착잡하다"며 체포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제는 기본적인 근무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들 중 일부는 계엄령 포고령을 따르고 경찰을 국회 통제에 동원한 책임이 큰 만큼, 법에 따른 처벌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C경감은 1980년 시민 강경 진압에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안병하 치안감을 언급하며, "부당한 지시는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청장들이 내란 혐의로 체포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D경위는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에 대한 기준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계엄이 성공하지 못했고, 경찰 수뇌부의 체포가 이루어졌다"고 분석하며, "잘못이 있다면 조사받고 처벌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E경감도 "국민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청장도 책임을 지고, 최소한 의사표시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경찰 수뇌부의 체포는 내년 1월 예정된 총경 승진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경정은 "현재 모든 일정이 불투명해졌고, 승진시험 준비 중이던 사람들도 큰 혼란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날 경찰 내부망에서는 '우리가 또 책임져야 하느냐'는 불만과 함께, "이번 수사는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편, 조 청장과 김 청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청장의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찰 병력을 보내 계엄군에게 협조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가 제출한 고발장에 따라 특별수사단은 조 청장과 김 청장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서울경찰청은 "시민 안전에 공백이 없도록 민생치안을 최우선으로 치안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으며, 경찰 조직의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방침임을 전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