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전원위가 3인으로 운영되던 소위원회를 ‘4인 체제’로 바꾸었다. 소위에서 위원 3인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진정 사건을 기각할 수 있게 규정을 고친 건데 만장일치가 나올 때까지 가결도 부결도 아닌 교착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소위의 ‘만장일치 합의’ 표결은 인권위가 출범한 이후 22년간 유지해오던 일종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 ‘만장일치 합의 표결’ 때문에 중요한 진정 사건이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장기간 방치되는 등 줄곧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이 안건은 지난해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 등 인권위원 6인의 주도로 발의됐다. 이들은 현재 인권위법이 소위에서 구성위원 3명 이상 출석 및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토록 돼 있어 소위에 진정된 수많은 사건이 ‘가결도 부결도 아닌 상태’가 되는 등 진정 처리의 시급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제기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3조(회의 의사 및 의결정족수) 제1항엔 ‘위원회 회의는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제2항에 ‘상임위원회 및 소위원회의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해석상의 논란이 지속돼 왔다. 3명으로 구성된 소위에서 3명 이상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이란 결국 만장일치를 뜻하는 것이어서 1항에서 규정한 과반수의 찬성 규정이 사실상 무력화돼 왔던 거다.
소위가 3명에서 4명 체제로 바뀌게 되면서 위원 1명만 반대해도 진정 안건을 기각 또는 각하가 가능해지자 한편에선 진정 사건들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폐기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진보진영에선 의사결정이 왜곡되거나 진정 사건들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인권위 소위는 위원 3인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한 채 방치되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아왔다. 그런 소위 구성이 4인 체제로 바뀌었다고 진정 사건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할 것으로 보는 건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이날 통과된 안건은 소위 구성을 3인에서 4인으로 바꾸고, 4인 체제에서 찬성과 반대가 2대2 동수일 경우 안건이 자동 기각될 수 있도록 변경한 것이 골자다. 그럴 경우 전원위로 상정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도 인권위 의사결정의 다양화에 반하는 결정이라며 반발하는 건 성 소수자 옹호 등 다른 목적을 염두에 둔 것이란 의심이 들게 한다.
일각에서 이번 결정이 피해자 보호와 구제 측면에서 후퇴한 것이란 주장을 있으나 만장일치제가 진정 건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표류하게 만든 요인이란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만장일치가 아니라고 진정 건을 한없이 뒤로 미루는 것이야말로 피해자 보호가 우선이 아닌 위원회 중심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인권위는 지난 2001년 5월 국회에서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제정 공포되면서 출범했다. 인권위 출범의 모체가 된 인권위 법은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하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의 인권위 활동을 놓고 볼 때 이 법을 충실히 따랐다고 보기 어렵다. 소수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다수의 인권을 무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등 역차별을 조장하는 정책들을 펴온 것이 핵심이다. 가장 심각한 건 동성애, 성 소수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동성애 확산에 일조하고 가정과 사회가 해체되는 걸 방치 또는 조장한 점일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게 인권위가 국회에 제정을 권고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다. 이 법의 가장 큰 독소조항은 ‘종교의 자유’ 침해에 있다. 기독교인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건 교리의 문제인데 동성애를 죄라고 설교했다고 처벌하는 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에 해당한다.
인권위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는 비근한 예로 얼마 전 인권위 성차별시정소위원회가 결정한 권고안을 들 수 있다. 이 사건은 법적 성별이 여성인 고등학생이 학교수련회에서 남학생 방을 쓰겠다고 주장해 학교로부터 참석을 제지당한 일로 인권위에 진정했는데 성차별시정소위가 학교 측에 ‘차별행위’에 대한 시정 권고를 내린 것이다.
여학생이 자신이 남자라고 주장한 것을 학교 측이 받아들이지 않은 건 학교의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에 속한다. 만약 학교 측이 이 여학생의 주장을 수용해 남학생 방에 배정했다면 반대로 다수의 남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그 피해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학교가 지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학교 측이 학생 보호를 위해 내린 적법한 조치는 ‘차별’일 수 없다.
이처럼 인권위는 그동안 지나치게 동성애 친화적인 정책과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인권위가 LGBT 등 편향된 인권관에 입각해 권고안을 내기까지는 3인으로 이루어진 소위의 의사결정 구조가 끼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문제점이 내포된 소위의 의사결정 구조를 인권위 전원위에서 바꾸게 된 건 친 동성애 등 특정 이념에 입각해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을 방지하고, 견제 장치를 마련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국가인권위가 그간의 ‘성 소수자 인권 옹호를 위한 전담기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진정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구로 환골탈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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