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 서울총회 개최를 위한 조직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이를 둘러싼 갈등이 교계 안에서 표출하고 있다. 조직위가 WEA 최고위층에 제기된 이단 관련 문제를 검증하겠다고 하면서도 총회 개최를 기정사실화하자 정말 문제를 바로 잡을 의지가 있는지 회의적인 반응이다.
지난 15일 열린 WEA 서울총회 조직위 출범식에서 관계자는 WEA 수뇌부 인사들에 이단·종교다원주의 의혹이 제기된 사실을 인정하고 철저한 검증을 약속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바로잡을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사실 이단 관련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도 총회 유치를 수락하고 준비에 착수했다는 것부터가 앞뒤가 안 맞는다.
WEA 서울총회 개최 발표 직후 교계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강하게 분출했다. 이런 예사롭지 않은 반응은 특정 교회를 중심으로 은밀히 진행돼오는 등 절차상의 문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세계복음주의연맹 WEA가 정상적인 인사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정말 심각한 건 이런 일을 추진해 온 WEA 핵심 인사들의 기이한 행태일 것이다. WEA 국제이사회 굿윌 샤냐 의장의 ‘신사도운동’ 관련 의혹은 이미 교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에 그의 신학적 배경에 대해 다시 의문점이 제기됐다. 그가 나왔다는 대학이 실존하지 않는 유령 대학이거나 이름이 비슷한 LGBTQ, 즉 동성애와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것으로 유명한 대학일 가능성이 있어 본인의 확실히 입장 표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랑의교회는 지난 9월에 샤나 의장을 교회 강단에 세우려 했다가 취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무슨 사유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신사도운동’ 의혹 때문이라면 단순하게 볼 일이 아니다. 만약 오정현 목사가 샤나 의장에게 제기된 이단성 문제를 알고도 WEA 총회 개최 논의를 진행한 것이라면 앞으로 크게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WEA 고위 인사 중에 국제이사회 존 랭로이 이사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정관을 어기고 종신 이사직을 맡아 지난 40년간 WEA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로 알려졌다. WEA 서울총회를 확정하는 데도 핵심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최근 또 다른 이슈가 제기됐다. 그의 아들이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극심한 학대를 당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나르시시스트’인 아버지가 가정을 파괴하고 이른바 ‘컬트 패밀리’를 만들었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인물들과 은밀히 접촉하며 서울총회 유치와 함께 준비에 착수한 조직위의 이해하기 힘든 행보도 구설수에 올랐다. 조직위는 한교총을 비롯해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WEA 서울총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취재 결과 한교총 내부에서도 상당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랑의교회가 속한 예장 합동은 교단 내에서 ‘WEA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는 만큼 입장을 결정하기 어렵다’며 판단을 보류한 사실이 밝혀졌다.
또 조직위가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공언한 한장총 천환 전 대표회장은 ‘WEA에 협력할 수 없다. WEA에 내 이름을 거론하지 말라’고까지 잘라 말했다고 한다. 조직위가 무슨 근거로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위 발표의 신빙성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WEA 서울총회 개최에 강하게 반발해온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지난 22일 WEA 총회 개최와 관련해 발표한 세 번째 성명에서 WEA 총회에 정부 예산을 지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의 극심한 분열이 예견되는 행사에, 성도들의 헌금과 국민의 혈세를 퍼줄 수는 없는 일”이라며 ”국회나 문화체육관광부 혹은 예산 관련 당국은 WEA와 관련한 예산안이 올라오면 즉각 반려하라“고 한 것이다.
사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국내에서 유일한 WEA 정회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2009년 6월에 WEA 가입한 후 그 이듬해인 2010년에 WEA 총회를 한국으로 유치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금권선거 문제로 파행을 빚다 한국교회연합과 갈라지면서 WEA 이사회가 한국 총회 개최를 보류하면서 관계가 소원해졌다.
이런 배경으로 볼 때 WEA가 한국에서 총회를 개최하려 하면서 한기총 등 관련 기관을 패싱하고 대형교회들과 접촉해 의사 타진을 한 건 도의적으로도 적절치 않고 모양새도 부자연스럽다. 그 의도가 무엇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그렇지만 한국교회 내에서 누가 호스트를 맡느냐 하는 건 지금 벌어지는 사태의 핵심은 아니라고 본다. 이런 갈등이 초래되기까지 WEA 핵심 인사들이 보인 행태가 규정과 상식에서 크게 벗어났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핵심인사들에 이단·종교다원주의 의혹까지 불거진 마당에 아무런 선행조치 없이 덜컥 총회를 개최했다간 한국교회가 덤터기를 쓸 수 있다.
복음주의 정신에서 크게 벗어난 WEA 내부 인사들이 규정에도 없는 방법을 동원해 굳이 내년 서울에서 총회를 개최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는 시간이 가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목적이 돈이든 한국의 대형교회에 대한 어떤 기대감이든 그것이 앞으로 한국교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냥 두고만 볼 일이 아니다.
지금 총회 조직위의 당면 과제는 총회 준비가 아니라고 본다. 이번 총회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WEA 핵심 인사들에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그에 따른 인적 청산 없이 총회 개최에 올인한다면 한국교회 보수권이 크게 요동치는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복음주의 기초 위에 부흥 성장한 한국교회가 복음주의 정신과 가치를 망가뜨리는데 야합했다는 소리를 들어서야 되겠는가.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