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WEA(World Evangelical Alliance) 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하기 위한 조직위원회 출범 감사예배가 오는 15일로 예고된 가운데 교계에선 이번 WEA 서울총회 개최가 한국교회의 분열을 가중시키는 행위라며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새로운 갈등과 분열의 불씨가 되고 있다.
WEA 서울총회를 준비해 온 측은 오는 15일 오전 여의도 CCMM빌딩 12층에서 조직위원회 공식 출범예배를 시작으로 총회 준비에 돌입한다고 알렸다. 이들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조직위 출범 감사예배는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의 설교로 예배를 드린 뒤 WEA 본부 지도부의 서울총회 배경 설명, 조직위의 경과보고와 기자간담회 및 오찬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해당 관계자는 “WEA 의장 및 지도부는 작년부터 한국교회의 지도자들과 대화를 통해 WEA 서울총회 유치를 위한 논의를 해 왔고 올 5월에는 대회 개최를 요청하는 공식적인 활동을 통해 한국의 복음주의 단체와 선교단체, 교회, 해외 개혁주의 단체, 그리고 지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출범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기총은 지난 11일 발표한 성명에서 “자리와 명예에 욕심을 내는 일부 목사가 WEA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획책을 통해 한국교회의 분열을 가중시키는 망령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조직위원회 구성을 즉각 중단하고, 출범 및 WEA 총회 개최 계획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한기총이 WEA 서울총회 개최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건 WEA가 최근 종교혼합주의와 종교다원주의의 행보로 인내 국내 여러 교단에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WEA가 이를 해명하거나 뚜렷한 입장 표명도 없이 특정 교회와 손잡고 물량주의로 총회를 치르려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WEA 사무총장이자 신학위원장 쉬르마허가 WEA가 추구해온 복음주의적 노선에서 이탈하는 행동을 계속해온 데서 비롯됐다. 그는 로마 교황청에 가서 교황을 알현하는 등 세계복음주의 교회를 이끄는 책임자로서 차마 상상할 수조차 없는 행동을 일삼아 전 세계 복음주의권 교회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런 상식 밖의 이탈 행동이 문제가 돼 지난 3월 사임했지만 이로 인해 국내 교계에선 WEA와 WCC가 차이가 없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게 된 게 사실이다.
그래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WEA 몇몇 인사들이 서울에서 총회를 열겠다며 지난해부터 서울의 한 대형교회와 은밀하게 추진한 배경이나 의도를 순수하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이를 추진해 온 WEA 내부 세력은 한국교회의 재력을 믿고, 이에 맞장구친 교회는 세계복음주의연맹 총회 유치라는 성과와 명예욕이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한기총이 제동을 걸고 나선 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WEA 정회원 자격을 가지고 있었던 전력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WEA는 WCC가 NCCK를 비롯해 예장통합, 기감 등 교단을 회원으로 인정하는 것과는 다르게 한 국가 한 단체만을 회원으로 인정해 한국에선 한기총이 WEA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과거 금권선거 문제로 한국교회연합과 갈라지고 또 오랫동안 변호사가 직무대행을 맡는 등 비정상적인 체제로 운영되는 동안 WEA가 종교 다원주의적 경향이 굳어지면서 예장합동 등 보수교단 등에서까지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자 관계를 중단한 바 있다.
WEA 서울총회를 반대하는 곳이 한기총 하나만은 아니다. 광신대는 지난 11일 개교70주년 기념행사 준비위원회 이름으로 “합동 교단이 WEA와 교류할 수 없는 이유”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개혁주의 신학과 보수 복음주의 신학을 가장 성경적 신학으로 믿는 합동과 모양만 개혁주의 신학, 보수 복음주의 신학으로 포장하고 있는 WEA와의 교류는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들은 WEA의 신앙고백에 나타난 신학 정체성과 WEA 최근 행보를 들어 “특히 친 가톨릭, 친 이슬람, 친 젠더 관점 등 일부 행보로 드러난 신학적 정체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WEA 부총무 사무엘 창이 최근 무슬림 장로협의회를 방문해 종교간 대화와 상호 존중 및 협력을 약속하는 등 친 이슬람적 행보를 한 사실을 지적했다.
이미 드러난 사실과 배경으로 미루어볼 때 WEA 총회를 내년에 서울에서 개최하는 건 현실적으로나 도덕적으로도 타당성을 찾기 어렵다. 회원이 아닌 개교회가 총회를 유치하는 것도 그렇고, WEA는 또 무슨 근거로 서울 총회 개최를 특정 교회에 맡긴 것인지 어느 누구도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WEA 총회가 서울에서 열린다면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와 교단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환영은커녕 도리어 우려하며 반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 시점에서 풀리지 않는 의문은 WEA 총회 호스트 자격이 없는 교회와 이 교회에 끈질기게 구애를 보내온 WEA 내부 인사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다. 문제는 이들의 행동이 한국교회에 새로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한다는 점이다.
만약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내년에 서울에서 총회가 개최된다면 과거 WCC 부산 총회시 벌어졌던 강력한 저항 이상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게 되면 흔들리는 WEA의 위상에 커다란 손상과 함께 세계 복음주의 교회 역사에 지워지지 않을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의 앞날과 나아가 세계 복음주의권의 결속을 생각할 때 내년에 서울에서 WEA 총회를 개최하는 건 명분도 실익도 없다고 본다. 더 늦기 전에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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