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대 미국 대통령에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직후 지지해 준 국민에게 감사를 표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고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8년 전 제45대 대통령에 선출됐으나 4년 뒤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해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겨줬다. 그러나 재도전 끝에 바이든 현 대통령의 대안으로 지명된 민주당의 해리스 부통령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제4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번 미국 대선은 개표 직전까지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정국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 토론에서 심각한 약점을 노출한 후 어쩔 수 없이 현 해리스 부통령으로 후보 교체될 때만 해도 각종 여론지표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낙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후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도가 급상승하면서 투표 개시 전까지 백중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각 주에서 개표가 시작되면서 완전히 빗나가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보수 강세지역인 남부뿐 아니라 경합 주로 분류된 펜실바니아 등 7개 주 모두를 트럼프 후보가 싹쓸이하면서 개표가 마무리되기 전에 이미 승패가 판가름 났다.

사실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의 재선 가도가 쉽지 않으리라고 봤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고령인 데다 막말과 성 추문으로 물의를 빚은 전직 대통령에 관대한 언론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 미국 역사상 두 번씩이나 탄핵 소추된 유일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 꼬리표가 붙은 것도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이런 불리한 여건 속에서 미국 국민의 표심은 ‘어게인 트럼프’를 선택했다. 미국 유권자들이 흠이 많은 트럼프를 다시 지도자로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집권할 땐 이처럼 어렵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 추진을 강조해온 트럼프의 대선 전략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7월 대선 유세장에서 괴한이 쏜 총탄이 빰을 스치고 지나가는 위기일발의 순간을 맞았다. 그는 이 일을 겪은 후 “많은 사람이 하나님이 내 목숨을 살려준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며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는 사명을 완수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이 발언은 자신이 개신교인이며, 구체적으로 장로교 신자임을 당당히 드러내 온 데서 알 수 있듯이 몸에 밴 기독교 신앙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45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도 “나는 기도로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근래 미국 대통령 중에서 가장 기도에 의지하는 대통령”이라고 거침없이 말할 정도였다.

트럼프는 실제로 대통령 재임 중 가장 기독교 친화적 정책을 과감하게 실행에 옮긴 몇 안 되는 대통령으로 꼽힌다. 그중 대표적인 게 낙태와 동성애 이슈에 기독교적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특히 낙태 문제와 관련해 지난 1973년에 연방정부 차원에서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례’가 지난 2022년 6월에 전격 폐지된 데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임명한 보수성향 대법관 3명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번 미국 대선은 유독 낙태, 동성애 이슈가 크게 부각된 선거였다. 그 배경엔 클린턴·오마바· 바이든으로 이어진 민주당 정부가 친 동성애 정책을 지속해오는 동안 ‘차별금지법’과 동성혼 합법화 등으로 인한 폐해가 미국 사회를 혼돈 속에 빠트린 데 있다.

미국은 기독교 정신으로 건국된 나라지만 성탄절에 “메리 크리스마스”란 인사조차 나눌 수 없을 정도로 기독교의 기본 가치를 상실했다. 급증하는 동성애자들로 인해 미국장로교와 연합 감리교 등 기독교 교단들까지 동성애 목사 안수를 허용하는 세속의 물결에 휩쓸린 상태다.

이런 미국의 기독교 정신 퇴조 현상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계기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그가 평소에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콘텐츠를 보호해야 하며, 기독교를 우리의 삶으로 다시 가져와야 한다. 그래야 미국이 다시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다”라며 기독교 신앙의 사회적 회복을 강조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의 이런 발언이 자신의 지지자인 기독교 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한 목적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미국의 복음주의 교회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지만, 또 적지 않은 크리스천들이 그를 삶과 믿음이 철저히 괴리한 된 사람으로 평가절하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보수 기독교 신앙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사실을 부인할 순 없다. 그를 세 번씩이나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공화당 역시 그를 전적으로 신뢰해 그가 추구하는 기본 정책에 동의한 것이기에 미국이 그동안 잃어버린 기독교 정신과 가치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 또한 헛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우리 안보와 통상에 미칠 부정적인 요소들이다. 이런 문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만큼 정부와 여야가 초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 강화 기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최선의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은 그가 다짐한 대로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드는 데 방점이 있다. 그가 말한 위대한 미국 건설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이 잃어버린 기독교 정신과 복음의 가치를 회복하는 데 있을 것이다. ‘어게인 트럼프’로 미국이 다시 하나님께 기도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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