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낙태 진료소 주변 ‘완충 구역’을 설정하는 새로운 법안이 발효됐다. 앞으로 이같은 시설 150m 내에서 시위가 금지된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최근 시행된 이 법안은 침묵기도를 포함해 낙태 서비스를 받는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방해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닉테시설 반경 150m 내에서 침묵기도, 낙태 반대 전단지배포, 기도회 등의 시위가 금지된다.
텔레그레프에 따르면 영국 내무부는 금지 조치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낙태서비스에 접근하는 이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모든 행동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왕립 검찰청(CPS)은 완충 지대 내에서 침묵기도하는 것이 ‘반드시’ 형사 범죄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CPS는 “안전 접근 구역 내에서 이러한 활동(침묵기도 포함)을 수행하는 사람이 반드시 형사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각 사건별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완충구역법은 의회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은 후 2023년 공공질서법을 통해 도입됐다. 가톨릭뉴스에이전시에 따르면, 이 법안을 위반하면 최대 6개월의 징역형과 무제한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영국 자유수호연맹(ADF) 법률 고문인 제레미아 이구누볼레는 이 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 법은 너무 모호하게 작성되어 영국의 특정 거리에서는 평화롭고 합의에 따른 대화나 심지어 조용한 생각조차 불법이 될 수 있다”라며 “우리는 이미 몇 분 간 침묵기도했다는 이유로 애덤 스미스-코너와 같은 개인이 기소된 것을 보았다”라고 덧붙였다.
군 참전 용사이자 친생명 운동가인 스미스코너는 최근 완충 지대 내에서 침묵기도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낙태 병원 주변에서 금지령을 위반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9천파운드(약 1만1천6백달러)를 내라는 명령을 받았다.
ADF UK의 지원을 받아 스미스코너는 유죄 판결에 항소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생각과 기도의 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아프간에서 복무했던 스미스코너는 “이 나라가 세워진 근본적인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육군 예비군에서 20년 동안 복무했다”라며 “영국에서 사상 범죄가 기소될 정도로 우리의 자유가 침식되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걱정스럽다”라고 했다.
영국 태아보호협회는 새로운 법안을 비판하며, 이 법안 제정은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수치스러운 날이자 영국 역사상 끔찍한 순간”이라고 묘사했다.
영국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Life) 이사이자 친생명활동가인 이사벨 본-스프루스는 이 법안 통과 결정을 “국가적 수치”라고 불렀다.
지침에 앞서 ADF UK는 정부 관리들에게 전달될 청원서 작성을 시작했고, 6만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청원서는 당국에 해당 법률을 재고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 법안이 사상 범죄의 창조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완충 구역은 영국 전역에서 단 5개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시행되었다. 이 법안의 확대로 인해 괴롭힘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잠재적 침해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이구누볼레는 “합의에 따른 대화를 하거나 침묵기도할 권리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라며 “이 권리는 사상과 언론의 자유와 관련된 국제법 조항에 의해 강력하게 보호된다”고 했다.
노동당은 이전 보수당 정부의 초안 지침을 대체했는데, 이 초안 지침은 새로운 ‘안전 접근 구역’ 내에서 침묵기도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현재 지침은 완충 구역 내에서 여성의 낙태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금지하고 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