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세금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서울 지역의 식사비용이 크게 오르는 등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16년째 유지되고 있는 소득세 과표구간과 세율로 인해 직장인들의 실질적인 세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1% 감소했다. 법인세가 23조2000억원 줄어든 80조4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체 국세수입이 감소했고, 56조원이라는 역대급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반면 근로소득세는 전년 대비 1조7000억원 증가한 62조1000억원으로 2.8%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 위축과 반도체 업황 침체로 인한 법인세 감소,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 영향으로 대부분의 세목이 줄어든 상황에서 근로소득세만 유독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근로소득세가 2016년 30조원을 넘어선 이후 불과 6년 만에 60조원을 넘어섰다고 지적하며, 가계소득 대비 근로소득세 증가율이 가파른 데 따른 대책을 요구했다. 2008년 이후 2023년까지 근로소득세는 연평균 9.6% 포인트 수준의 증가세를 보인 반면, 법인세는 4.9% 수준의 증가에 그쳤다.
문제는 가계소득 증가에 비례하지 않고 근로소득세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연평균 가계소득은 2008년 756조원에서 1478조원으로 연평균 4.5% 증가율을 보였는데, 근로소득세 증가율은 이보다 5.1%p 높게 형성됐다.
이러한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2008년 이후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의 냉면 한 그릇 가격은 1만1923원, 비빔밥은 1만1038원 수준으로 5년 전인 2019년 10월 대비 각각 33.03%, 25.31% 상승했다.
현재 소득세 과표구간은 1200만원 이하 6%, 1200만~4600만원 15%, 4600만~8800만원 24%, 8800만~1억5000만원 35%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직장인의 월급이 10% 가량 오르더라도, 과표구간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어 세금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물가 상승에 따라 소득세 과표구간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근로소득세 과세표준이 변하지 않고 있어 물가 상승에 따라 월급이 오른 근로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며 "가만히 놔둬도 세금이 더 걷힐 수 있는 만큼 기재부는 더 많은 사람이 이를 알아채고 수정을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제 전문가 역시 "직장인들의 세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면서 "물가 상승과 소득 증가를 반영한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 물가연동제 도입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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