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구속)받은 것은 반드시 그 책임과 의무가 따라와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소유’, ‘제사장의 나라’, ‘거룩한 백성

프란스 프랑켄 2세(Frans Francken II)의 ‘홍해를 건넌 후의 이스라엘 백성들’(17세기)
프란스 프랑켄 2세(Frans Francken II)의 ‘홍해를 건넌 후의 이스라엘 백성들’(17세기)

성경: 출애굽기 19장 4~6절 제목: ‘우리는 누구인가?’

이번 본문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4백여 년간 애굽의 종살이에서 기적적으로 건짐을 받은 이후 그들에게 주신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러니까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구속함을 받은 이후 어떤 백성으로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보여주는 말씀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오늘에도 마찬가지로 죄의 노예로부터 구속함을 받은 성도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분명히 보여주는 메시지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엔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함께 묵상해 보고자 한다.

선택(구속)받은 것은 특권을 의미하지 않고 반드시 그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사실을 먼저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택하셨을 때에도 그들이 어떤 자격 요건을 갖추어서도 아니고, 또한 다른 민족들보다도 뛰어나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그들에게 무언가 책임과 의무를 맡기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택함 받은 이스라엘은 하나님 앞에서 과연 어떤 책임과 의무가 있을까? 다시 말해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있게 된다.

먼저 오늘 본문의 배경을 살펴보면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어떻게 인도하셨는지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4절에서 ‘내가 애굽 사람에게 어떻게 행하였음과 내가 어떻게 독수리 날개로 너희를 업어 내게로 인도하였음을 너희가 보았느니라’고 하면서,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마치 어미 독수리가 그의 새끼를 강한 날개로 업어 거센 폭풍우와 비바람을 뚫고 인도해 내신 것과 같이 하셨다고 말씀하고 있다.

이어서 5~6절에서 ‘(이제 그러므로)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어는 그들은 ‘내 소유’, ‘제사장 나라’, 그리고 ‘거룩한 백성’이라는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의 의미는 구속함을 받은 이스라엘, 그러니까 오늘날에도 죄의 사슬에서 구속함을 받은 영적인 이스라엘, 곧 성도들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서, 하나님은 당신의 택함 받은 백성이 이런 용어들이 함축되어 있는 모습이어야 함을 분명하게 보여주시고 있다. 달리 말한다면, 그리스도인의 신분, 혹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스도인은 바로 ‘하나님의 소유’이며, ‘제사장의 나라’이며, ‘거룩한 백성’이라고 정의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신분과 정체성을 알려주고 있는 이런 용어들이 담고 있는 정체성을 우리가 항상 기억하며 자각할 수 있다면, 비록 어떤 어려운 상황이나 장애물을 만날지라도 흔들림이 없이 굳건히 설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용어들의 의미를 좀 더 살펴보면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대해 보다 더 명확하고 깊게 묵상해 보고자 한다.

먼저 이스라엘을 ‘하나님의 소유’라고 했을 때, ‘소유’란 말은 ‘보배’(treasure)란 뜻이다. 그러니까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가리켜 당신의 소중한 보배와 같은 존재라고 말씀하는 것이다. 말라기 3장 17절에서도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나의 특별한 소유’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하나님의 가장 소중한 보배라는 뜻으로 쓰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소중한 보배와 같이 구속함을 받은 백성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역시 언제나 하나님의 특별한 소유라는 인식을 갖고 있을 때 그만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이스라엘을 ‘제사장의 나라’라고 부르셨다. 제사장은 하나님과 백성들 사이에 중보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이같이 이스라엘은 온 세계와 열방 가운데서 하나님의 제사장의 역할을 해야 하는 백성들인 것이다. 따라서 구속함을 받은 우리들도 이처럼 세계 열방들이 하나님께로 나아가도록 제사장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사명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세 번째로 이스라엘을 ‘거룩한 백성’이라고 말씀했다. ‘거룩하다’는 ‘구별하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쓰임을 받으려면 세상과는 달리 구별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역시 하나님으로부터 귀히 쓰임 받으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거룩한 백성이 되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딤후 2:20~21).

이상과 같이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특별한 소유’, ‘제사장의 나라’, ‘거룩한 백성’이라고 정의하면서 구속함을 받은 오늘의 성도들도 역시 이와 같은 백성들이 되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분명히 자각하고 회복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소원한다.

훗날 베드로 사도는 출애굽기의 오늘의 본문을 베드로전서 2장 9절에서 동일하게 인용하면서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그리스도인은 그의 신분과 정체성이 무엇인지 베드로는 다시 강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그의 역할과 사명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제시하고 있음을 본다.

다시 말해서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이요, ‘거룩한 백성’이요, ‘그의 특별한 소유’가 된 신분일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 베드로 사도는 언급하기를, 이는 ‘어두운 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는’ 백성이 되어야 할 것을 부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아름다운 덕’이란 하나님의 아름다운 ‘속성’과 ‘능력’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하나님이 우리를 특별한 소유와 제사장의 나라와 거룩한 백성으로 삼아 주신 궁극적인 목적, 그러니까 우리를 택하시고 구속하신 목적은 어두움 가운데 빠져있는 뭇 영혼들에게 하나님의 아름다운 속성과 그 능력을 전파함으로 말미암아 예수 그리스도의 기이한 빛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란 말이다. 이는 한 마디로 우리에게 선교적 사명과 역할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 같은 선교적 사명과 역할을 충실히 감당함으로 말미암아 ‘내가 누구인가?’라는 우리의 정체성과 신분을 항상 회복하고 유지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그의 선교적 사명과 역할을 감당할 때만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김영휘 목사/선교사
김영휘 목사/선교사

[말씀묵상기도]

1. 내가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에 대해서 성경이 어떻게 말씀하고 있는지를 알게 하소서.
2. 선택은 특권을 누리기 위함이 아니라,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함임을 깨닫게 하소서.
3. 그리스도인의 선교적 사명과 역할을 평생 잊지 않고 감당하는 삶을 살게 하소서.

김영휘 목사/선교사
KWMA 운영이사
시니어선교한국 실행위원
서울남교회 은퇴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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