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문학의 새 역사가 쓰였다. 소설가 한강(54)이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인으로는 최초,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이다.
10일 스웨덴 한림원 노벨위원회의 안데르스 올손 의장은 수상자 선정 기자회견에서 한강의 작품세계를 "역사의 상처를 마주보고 인간 삶의 취약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가의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올손 의장은 특히 한강이 "대부분 여성인 인물들의 상처 입기 쉬운 처지를 거의 '육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채식주의자'(2007년)와 '작별하지 않는다'(2021년)의 내용을 연상시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노벨 문학위원회의 안나-카린 팜 위원은 한강의 문체에 대해 "연약하면서도 동시에 잔인한 그런 강렬한 서정적 산문을 쓰고 있으며 이는 가끔 초현실적이 되기도 한다"고 평했다. 올손 의장은 또한 한강의 작품이 "역사의 상처와 맞서고 있으며 각 작품마다 인간 삶의 부서지기 쉬운 취약함을 그대로 노정한다"고 말했다. 이는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다룬 제주 4.3사건과 '소년이 온다'(2014년)에서 그려낸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 맨 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소년이 온다'로 다시 맨 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채식주의자'는 한강의 작품 중 처음으로 영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작품으로, 이를 계기로 한강은 세계 문학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한강이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벨상 전체로는 200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에 이어 한국인 두 번째 수상이다.
한강은 수상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나에게 영향을 미친 여러 작가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내게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문학과 함께 성장했다"며 "이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동료 소설가들에게 좋은 소식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게는 13억 50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시상식은 노벨의 생일인 12월 10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한강의 수상으로 한국 문학은 세계 문학계에서 그 위상을 한층 더 높이게 되었으며, 앞으로 한국 문학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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