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작된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의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한 달을 맞이한 가운데, 이들의 임금 문제를 두고 관련 부처 간 입장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월 200만 원을 넘는 이용 비용에 대한 서울시의 부담 완화 요청과 최저임금 적용을 유지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견해가 충돌하고 있으며,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의 임금 체계가 내년에도 변동 없이 유지될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입국해 국내 가정에서 일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시급 1만3700원을 받고 있으며, 이는 최저임금과 4대 보험료가 포함된 금액이다. 이들 서비스는 1일 4시간, 6시간, 8시간으로 나뉘어 제공되며,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월 임금은 약 238만 원, 4시간 근무 시에는 월 119만 원에 해당한다.
이러한 임금 구조로 인해 당초 저출생 문제 극복을 목표로 했던 정책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강남 4구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며,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큰 가정에서만 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신청 가구 중 40%가 강남 4구에 몰려 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에게 보장된 주 40시간 근무가 실현되지 않고 있어 일부에서는 이들의 생활고를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숙소비와 교통비 등 각종 생활비를 자비로 해결해야 하며, 이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임금을 최저임금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월 100만 원 정도로 필리핀 가사관리사나 육아 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월 200만 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임금 수준이 가사관리사를 고용하려는 가구에 충분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임금 인하 방안을 법무부에 공식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울시는 외국인 유학생이나 결혼 이민자를 가사사용인으로 고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가사사용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아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간병 자격증을 보유한 외국인 유학생 등을 사적으로 고용하는 형태로 비용을 절감하려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임금을 더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과 싱가포르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반박하며, 100만 원 이하로 임금을 낮추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월 238만 원도 적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100만 원으로 임금을 인하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용부는 또한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과 근로기준법과 상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오르고,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수가 1200명으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이 문제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서울시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임금 관련 논쟁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이규용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가사사용인 제도를 통한 소비자 선택권 다양화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선발 검증과 고용관리를 위한 별도의 정부 기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미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임금에 대한 법적 문제는 없으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입장을 밝혔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