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독교 지도자들이 모이는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로잔대회는 지난 3차 대회 이후 로잔이 추구하는 성경적 가치에 대해 뜨거운 논란이 일었던 만큼 어떤 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오는 22일 주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막돼 28일까지 이어지는 인천 로잔대회는 세계 222개국의 목회자와 선교사 등 5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복음의 확장을 위해 기도하고 논의의 장을 펼치게 된다. 규모 면에서만 봐도 세계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최고의 대회라 할만하다.

그런데 대회 개최 수개월 전부터 국내 교계, 특히 복음주의 권에서 인천 로잔대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로잔대회가 복음 전파를 우선하는 기존의 방향성에서 이탈해 사회 참여 등 다른 가치를 앞세우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게 비판의 주된 이유다.

로잔대회를 반대하는 이들은 복음주의를 기치로 출범한 국제 로잔이 지난 50년 동안 서구 유럽 사회가 성 혁명 이념과 동성애, 차별금지법으로 무너져 내릴 때 침묵으로 일관한 것을 지적하고 있다. 젠더 이데올로기에 대해 무책임하게 방임함으로써 순수 복음 운동의 방향성을 상실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로잔이 출범한 50년 전 당시를 소환하는 분위기다. 로잔대회는 세계 복음주의권의 거장 빌리 그레이엄 목사와 존 스토트 등 신학자를 주축으로 150개국 지도자 2700여 명이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모인 것이 계기가 됐다. 명칭이 로잔대회인 것도 스위스 로잔에서 첫 대회가 열린 것을 기념하기 위함이다.

로잔운동은 WCC가 추구하는 에큐메니칼 선교운동을 지지하지 않는 복음주의권 지도자들에 의해 시작됐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제1회 스위스 로잔대회가 ‘성경의 무오성’이라는 확고한 기독교 신앙의 토대 위에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의 기치를 내건 대회였다는 것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로잔운동의 태동 격인 1966년 베를린대회 후 한국교회 안에서는 전국 복음화 전도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1973년 빌리그래함 전도대회, 1974년 엑스플로74대회 등으로 교회와 성도 수가 크게 늘어난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로잔 운동이 추구한 순수 복음운동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말해준다.

이런 로잔운동에 의문 부호가 붙게 된 건 지난 2010년 ‘케이프타운 로잔 3차 대회’부터다. 이때 발표된 ‘총체적 선교’에 대해 복음주의 신학자들이 “전도의 우선성이 통전적(총체적) 선교로 대치되기 시작했다”는 말로 로잔의 변질에 우려를 표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들이 걱정하는 건 로잔의 ‘총체적 선교’가 WCC가 추구하는 ‘통전적 선교’와 거의 차이가 없다는 데 있다.

그러나 국내 복음주의 신학자들 사이에선 이것이 로잔의 변질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세계복음화를 위한 한국복음주의신학 교수 일동은 9일 서울 동작구 KWMA 콘퍼런스룸에서 발표한 ‘제4차 로잔대회에 대한 입장문’에서 총제적 선교가 복음 전도의 우선성을 저버린 것은 아니라는 전제 하에 “로잔은 복음 전도의 우선성을 기본 전제로 하면서 사회적 책임, 총체적 선교 등을 동반하는 운동”이라고 했다. 로잔운동은 “WCC가 지나치게 사회 선교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것에 우려해 복음의 우선성을 강조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며 “동시에 복음주의가 등한시해온 사회적 책임을 수반하는 운동”인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이들은 로잔대회가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등에 대해 분명한 성경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주문했다. 로잔이 추구해 온 ‘성경은 결점이 없는 그리스도의 언약’이라는 사실에 비쳐 볼 때 동성애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반하는 행위라는 게 이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에 대해 제4차 로잔대회 공동대회장 이재훈 목사는 “동성애에 관한 성경적 입장은 분명하다”며 “이에 대한 분명한 선언과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는 지난 3차 로잔대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한 대답으로 로잔이 추구해 온 성경적 가치에 변함이 없음을 명확히 하는 대목이다.

복음주의권 내부에선 복음의 원리와 정신을 영혼 구원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기류가 여전히 강하지만 그동안 영혼 구원과 교회 설립 등에 치중하는 바람에 사회라는 삶의 현장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상존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인천대회에서 발표될 ‘서울선언문’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선 북한의 인권 문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전쟁,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전쟁과 세계가 직면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교회의 입장이 중요 의제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의제들이 위기에 직면한 한국과 전 세계교회의 갱신과 회복, 영적 부흥이라는 과제보다 우선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독교에 맞서 교회를 허물어뜨리는 젠더 이데올로기에 대응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회는 로잔 50년 역사에 있어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세계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모임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띠고 있다. 한국교회가 지닌 영적 에너지를 전 세계교회에 보여 줄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다고 본다. 다만 전 세계교회가 주목하는 이번 대회가 엄청난 규모 못지않게 복음의 사명에 집중함으로써 세계교회와 한국교회에 ‘모멘텀’의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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