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오는 10월 27일 종교개혁 기념 주일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목회자와 성도 수백만명이 참여하는 한국교회 연합예배와 기도회를 드리기로 했다. 이번 연합예배와 기도회는 한국교회 3개 연합기관(한기총·한교연·한교총)과 장로교 연합단체인 한장총, 그리고 이 기관에 소속된 교단은 물론 주요 대형교회들까지 참여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한국교회에 속한 연합기관과 교단, 단체, 개교회까지 한자리에 모여 드리는 예배와 기도회는 근래 들어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전통적으로 한국교회 연합예배의 모범으로 불렸던 부활절연합예배 마저도 최근에 와선 각 연합기관이 따로 드리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는 10월 27일 주일 오후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드리는 한국교회 연합예배 및 기도회가 흩어졌던 한국교회를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될지 기대된다.

솔직히 한국교회 다양한 기구와 교파, 교회가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한국교회 안에 하나의 통합된 의사결정 기구가 없다는 맹점이 있다. 보수 교계의 입장에선 그 역할을 대신할 연합기구까지 여러 개로 나뉘면서 분파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게 안타깝지만 냉정한 현실이다. 최근에 와서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가 그 역할의 일부를 대신하는 듯 하나 전체 교단을 아우르기엔 한계가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교회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자각을 하도록 만든 사건이 있었다. 지난 7월 14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동성(同性)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게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고 본다.

대법원 판결은 동성 커플에게 건강보험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을 헌법상 평등권 침해로 본 게 핵심이다. 문제는 이런 판단이 남녀 간의 혼인 관계만을 부부로 인정한 헌법 규정의 틀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법치의 마지막 보루인 대법관들이 부부가 아닌 동성애자 커플을 사실혼으로 인정했다는 건 법의 공정성과 명시성을 스스로 허문 매우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 내에선 이번 대법원 판결을 동성혼 법제화 전 단계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법적으로 동성혼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의 최고 사법기관이 사실상 동성혼을 인정하는 내용의 판결을 했다면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나라 사법부가 이미 동성애를 법의 틀 안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뜻이 아닌가.

우리 사회 각 분야에 시시각각 밀려드는 동성애 쓰나미를 위태롭게 지켜보고 있는 게 한국교회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모든 종교를 통틀어 한국교회만큼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동성애에 대응하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건 불의한 세력으로부터 복음의 진리를 수호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는 크리스천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목회자와 교인들이 매번 선뜻 거리에 나가 목소리를 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한여름 무더위에도 거의 매 주말마다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앞에서 목이 터져라 동성애 반대 구호를 외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교회와 일터, 각자의 처소에서 위기에 처한 나라와 사회, 교회를 걱정하며 기도해 온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10월 27일 한국교회 연합예배 및 기도회는 지위, 신분, 지역, 연령, 성향을 뛰어넘어 한국교회 구성원이라면 모두가 한자리에 반드시 모여야 할 분명한 이유가 될 것이다.

한국교회 연합예배를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손현보 목사는 부산 세계로교회를 담임하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현장예배를 고수하는 등 당국의 부당한 예배 금지조치에 맞섰던 목회자다. 부산이라는 지역을 넘어 거국적인 집회를 주도한 경험이 전혀 없다. 그런 그가 서울과 전국을 뛰어다니며 10.27 연합예배의 필요성을 호소하게 만든 직접적인 요인이 바로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드러난 동성애 확산 기류다.

손 목사의 취지에 서울의 대형교회들 목회자들뿐 아니라 한국교회 주요 연합기관장들이 공감하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약속했다. 동성애 확산 반대에 앞장서온 ‘거룩한방파제’와 관련 단체들이 중심이 돼 지난 29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교단장·총무 초청 간담회’도 동참 열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어 한국교회연합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연합기관들까지 잇따라 지지 성명을 내고 화답한 상태다.

하지만 그런데도 일말의 불안감이 드는 부분이 있다. 이와 비슷한 성격의 대형집회에서 왕왕 자리와 순서를 맡는 문제로 듣기 거북한 소리가 흘러나왔던 일종의 학습효과 때문일 것이다. 수십 수백만 명이 모이는 집회를 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갈등으로 표출되면 덕이 안 된다. 지도급 인사들부터 스스로 낮추는 겸양의 자세가 필요하다.

연합의 진정한 의미는 서로 다른 기관, 교파, 교회들이 저마다 내던 목소리를 하나를 어우러지게 하는 ‘하모니’에 있다. 특히 한국교회의 연합은 각자의 색깔과 개성을 무시하고 무조건 하나로 뭉뚱그리는 기계적 결합이 아니라 유기적인 통합·융합·조화에 성패가 달렸다. 이게 간단한 문제였으면 한국교회에 분열이란 단어가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위기의 때에 한국교회가 침묵하는 건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만일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 하시니라”(눅 19:40)고 하신 주님의 말씀처럼 교회로서의 생명력을 잃은 것이다. 대형집회로 계획된 만큼 모이는 수와 누가 어떤 순서를 맡는 문제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 어떤 것도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에 우선할 순 없다. 10.27 한국교회 연합예배와 기도회가 오직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의 본질과 취지에 집중한다면 하나님께서 그 예배를 기쁘게 받으시고 간절한 기도에 응답하실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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