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 국가에 대한 형사고소 및 고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번 기자회견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인한 국가의 책임을 규명하고 피해 회복을 촉구하기 위해 가습기살균제참사 국가범죄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을 위한 대책모임 등 12개 피해자 단체와 NCCK인권센터 등 종교단체 및 시민·공익법률지원 단체들이 모여 주최했다.
이들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에서 약 1,000만 개가 판매된 생활용품으로, 이로 인해 약 2만 명의 사망자와 100만 명의 건강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2024년 8월 기준 정부에 접수된 피해자는 7,956명에 불과하다. 참사의 규모와 심각성에 비해 정부의 대응이 매우 저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면서 “13년이 지난 현재,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정부의 책임 추궁과 피해 회복은 미진한 상황”이라며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2011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본부장 등 17명을 대상으로 형사 고소 및 고발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제품 수거 명령을 내리지 않고 사용 자제 권고에 그친 점을 지적하며, 이는 국가의 중대한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정부가 이 사건에서 범죄에 준하는 행위를 했다고 강조하며,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13주기를 앞두고 열린 것으로, 대책위는 이후 추가적인 보도자료 배포와 함께 피해자들의 회복과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대책위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범죄의 주체가 됐다”며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이번 고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직무나, 2011년 8월 당시 국가는 국민이 아니라 소수 기업, 권력의 편에서 일했다”며 “국가는 가습기살균제 범죄에 대해 책임지라. 국민과 피해자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참사 책임자를 조사하고 처벌하라.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
한편, 정부가 가습기살균제의 폐암 유발 가능성을 인정한 지 1년 만인 현재까지 총 26명이 공식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환경부에 의하면, 지난해 9월 이후 폐암으로 인한 피해 신청 건수는 200건에 달했다. 이 중 43건이 심사 완료돼 26명이 피해자로 인정됐다. 이는 가습기살균제의 대표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P)이 장기간 노출될 경우 발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뒤 이뤄진 결과다.
정부는 2017년부터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 섬유화 등 피해를 인정해왔으나, 폐암에 대해서는 유발 요인이 다를 수 있다는 이유로 피해 인정을 보류해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와 시민단체의 주장에 힘입어, 정부는 지난해 9월 처음으로 폐암 사망자 1명에 대한 피해인정을 의결했다. 이후 26명이 추가로 피해자로 인정받게 됐다. 생존 피해자는 요양급여와 요양생활수당 등을 받을 수 있으며, 사망 피해자의 경우 특별유족조의금 등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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