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반(反) 동성애 기류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특히 한국교회 교단 중 신학적으로나 활동성 측면에서 진보 성향에 속한 교단에서 동성애 반대 운동이 적극적으로 전개되는 상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에 소속된 동성애·동성혼 반대 대책위원회는 오는 9월 개최될 제109회 총회에서 ‘동성애·동성혼 반대 선언’을 목표로 1,000명의 동의를 받는 서명 운동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목사 263명·장로 555명 등 총 818명의 반대 서명을 받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교회 여러 교단 중에서도 진보적인 성향이 가장 두드러진 교단으로 분류돼 온 기장 소속의 목회자들이 동성애 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건 매우 유의미한 변화다. 지금까지 주로 민주화, 정의, 평화, 통일 운동에 앞장섰던 전력으로 봐도 다른 보수 교단의 움직임과는 결이 다르다.
동성애 반대 운동에 나서는 건 한국교회뿐 아니라 외부에서 볼 때도 보수진영의 전유물쯤으로 인식돼 온 게 사실이다. 기장에서도 이런 교단 내 기류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확산하고 있는 동성애 이슈는 진보·보수와 상관없이 한국교회에 쓰나미를 몰고 오고 있다. 기장 소속의 목회자와 장로들이 우려하는 것도 이 점이다. 많은 목회자들이 기장 교단이 한국교회와 다른 길을 가면 머지않아 도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단이 동성애를 배격하지 못하면 결국 동성애 지지 교단으로 낙인찍혀 한국교회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의 동성애 반대 기류는 목회자 일부가 나선 기장보다 훨씬 조직적이고 강력해 보인다. 우선 이 문제에 목회자 개인뿐 아니라 연회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는 게 다른 점이다. 교단 지도부는 이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입장이나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을 옹호하는 WCC와 NCC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식을 줄 모르는 게 고민거리다.
이중 가장 두드러진 행동에 나선 게 중부연회다. 중부연회는 지난해 4월 정기연회에서 ‘NCCK·WCC 탈퇴안’을 전격 가결하면서 동성애 반대 여론에 총대를 메고 나섰다. 회원 수 3498명으로 교단 내 12개 연회 중 가장 규모가 큰 중부연회가 동성애 문제로 NCCK·WCC 탈퇴를 결의한 건 교단의 동성애 반대 기류에 정점을 찍은 것이나 다름없다. 교단 내 파급효과가 그만큼 지대하다는 뜻이다.
개별 연회가 어떤 결의를 해도 이것이 총회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연회에서 결집된 의사라도 총회에서 다시 결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교단에 효력을 미치지 못하는 구조다. 하지만 연회에서 시작된 흐름이 다른 연회로 확산하는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다.
중부연회가 동성애 옹호를 이유로 전격적으로 NCCK 탈퇴를 결의하기 전 기감 목회자 및 평신도 4,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가 있었다. 그 조사에서 목회자의 60.3%, 평신도의 70.7%가 NCCK 즉각 탈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여론에도 교단 지도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가장 규모가 큰 연회가 앞장서서 교단 압박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감은 기장과 함께 NCCK 주축 교단이다. 최근에 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에도 참여하는 등 중도 보수의 길을 걷고 있지만 오랫동안 민주화와 사회 정의에 앞장서온 교단의 역사성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런 기감이 최근 동성애 이슈와 관련,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미국 연합감리교회( UMC)가 올 총회에서 동성애 목사 안수를 허용하는 등 성적 지향에 완전히 기울어진 것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UMC의 친 동성애 행보로 지난 4년간 7600여 교회가 교단을 탈퇴하는 등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을 보며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위기의식이 고조되는 것이다.
기감과 UMC는 상호 법적 구속력을 지닌 관계는 아니지만, 한국에 선교사를 보내 감리교회를 시작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성이 있다. 그렇더라도 세계 감리교를 대표하는 UMC가 동성애를 수용하는 정책적인 결정을 한 것이 기감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다만 이런 기류가 앞으로 두 교단 사이의 협력과 연대에 어떤 변화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교단 내에서 UMC와 교류를 단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교계에 동성애 반대 기류가 확산 일로에 있는 것에 대해 사회 일각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국교회 극렬 보수진영이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는 식의 언론 논조가 여전하다. 이들은 퀴어축제에서 성 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한 목사에 대해 내린 교단의 징계가 놓고 한국교회에 동성애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다는 식의 조롱을 대놓고 한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동성애를 반대하고 배격하는 건 ‘차별·혐오’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죄를 죄라 말하고 그 죄에서 돌이키라는 양심의 호소를 ‘차별·혐오’로 모는 것이야말로 새털처럼 가벼운 편향적 논리다. ‘차별금지법’에 한국교회가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건 차별을 정당화하자는 게 아니라 죄를 죄라 말하는 양심에 재갈을 물리려는 거악에 대한 저항인데 그 중심은 들여다보지 않고 밖에 보이는 현상만 쫓는 것이다.
동성애는 이제 사회적 이슈에서 더 나아가 한국교회에 보수·진보와 상관없이 매우 중차대한 복음적 과제로 자리 잡았다. 진보로 분류되던 교단에서 탈(脫) 동성애 바람이 뜨겁게 일어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한국교회의 반동성애 기류를 일부 극렬 보수세력의 준동으로 과소평가하는 근시안적 태도에 머물러있다. 그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반(反) 동성애는 이제 한국교회 전체의 거역할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잡은 게 팩트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