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 집중 문제, 서울 주택가격 상승, 저출산 및 만혼 문제 해결을 위해 상위권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입학 정원을 지역별 학령 인구 비율에 맞춰 선발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27일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안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한은 경제연구원의 이동원 실장, 정종우 과장, 국립부경대학교 김혜진 교수가 공동 작성했다.
◈입시경쟁 과열, 사회적 문제로 이어져
보고서는 입시경쟁이 사교육 부담과 교육 기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이로 인해 사회역동성이 저하되며 수도권 인구 집중과 저출산이라는 구조적인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부터 2023년까지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연간 4.4%씩 증가해왔다. 이에 따라 사교육비를 포함한 교육비가 가계에 미치는 부담도 커졌으며, 지난해 가계 소비지출 중 22.5%를 교육비가 차지하는 등 교육비 부담이 가계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서울 지역의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 대비 1인당 사교육비 비율이 27%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경제적 지위 대물림 심화
보고서는 입시경쟁의 또 다른 문제로 사회 경제적 지위의 대물림 현상을 꼽았다. 지난해 월소득 800만 원 이상 고소득층 가구의 고교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 97만 원인 반면, 월소득 200만 원 미만 가구는 38만 원에 불과해 사교육비 지출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로 인해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출신 배경 역시 경제력에 따라 편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의 1인당 사교육비는 읍면지역 대비 1.8배 높은 104만 원에 달했으며, 이러한 차이가 상위권 대학 진학률로도 이어졌다. 2010년 기준, 소득 5분위 가구의 상위권 대학 진학률은 소득 1분위 가구보다 5.4배 높았다.
◈수도권 집중과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
입시 경쟁으로 인해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서울 출신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나타나면서 수도권 인구 집중 및 서울 주택가격 상승 문제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보고서는 지적했다. 서울대 진학생 중 서울 출신 비율이 32%에 달하는데, 이 중에서도 강남 3구 출신 학생들이 전체 졸업생의 4%에 불과함에도 서울대 진학생의 12%를 차지하는 현상이 이를 반증한다.
이와 같은 경쟁 구조는 젊은 세대의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과도한 교육비와 양육비 부담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는 것이 주요한 사회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별 비례선발제’ 제안
보고서의 저자들은 입시 경쟁 완화를 위한 해결책으로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다. 이 제도는 대학 입학 정원을 지역별 학령 인구 비율에 맞춰 선발하는 방식으로,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교육 환경에 의한 불평등을 줄이고, 지역 인재를 고르게 선발하는 것이 목표다.
저자들은 이 제도를 통해 서울대 진학률과 잠재적 진학률 간 격차를 64%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서울대의 ‘지역균형전형’ 및 ‘기회균형특별전형’을 통해 지역 학생들과 서울 학생 간 학업 성취도가 대등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지역 비례 선발제가 현실적으로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도권 인구 집중 및 사회 문제 해결 기대
보고서는 지역별 비례 선발제가 단순히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도권 인구 집중을 완화하고 서울 주택가격 상승 및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원 실장은 “지방대 육성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지역 비례 선발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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