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익하나마 내가 부득불 자랑하노니 주의 환상과 계시를 말하리라” -고후 12:1

종교적 체험이란 종교적 전통을 따르는 데에서 비롯한 경험을 뜻한다. 또한 영적이라는 단어는 사회적 맥락과 상관없이 개인의 경험에 붙은 술어이다.

영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신비주의란 일반적으로 우주의 실제를 인식 가능한 변형된 의식상태를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즉 정상적인 의식 상태에서는 이러한 우주적 실체를 인식할 수 없다. 이 세 가지는 따로 분리하기 쉬운 것이 아니라 서로 겹쳐있다.

이 책(아름다운 선택)에서처럼 글쓰기나 종교적 열정, 발작, 그 자체를 애지중지하는 환자는 실제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안타깝게도 현실 세계에서 질병으로 인해 베스트셀러로 전환될 영적 통찰력은 동반하지 않는다.

역사의 위인들 다수가 측두엽(Temporal lobe, 노란색 부위) 뇌전증(간질)을 앓았다고 말을 한다. 측두엽 뇌전증 학자인 휴즈가 역사의 위인들을 병의 증후와 가족사를 살펴본 후 줄리어스 시저와 나폴레옹, 도스토옙스키가 뇌전증 환자였거나 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역사의 위인들 다수가 측두엽(Temporal lobe, 노란색 부위) 뇌전증(간질)을 앓았다고 말을 한다. 측두엽 뇌전증 학자인 휴즈가 역사의 위인들을 병의 증후와 가족사를 살펴본 후 줄리어스 시저와 나폴레옹, 도스토옙스키가 뇌전증 환자였거나 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키미디어
역사의 위인들 다수가 측두엽 뇌전증(간질)을 앓았다고 말을 한다. 피타고라스, 아리스토텔레스, 알렉산더대왕, 한니발, 줄리어스 시저, 단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조나단 스위프트, 헨델, 장자크 루소, 잔다르크, 베토벤, 도스토옙스키, 반고흐, 차이코프스키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위에서 열거된 역사의 위인들을 측두엽 뇌전증 학자인 휴즈가 상세히 연구했다. 병의 증후와 가족사를 살펴본 다음 줄리어스 시저와 나폴레옹, 도스토예프스키만이 뇌전증 환자였거나 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휴즈는 유명한 인물에 대한 현대의 잘못된 진단과 관련해 다양한 이유를 제시한다. 수학자 피타고라스(BC 582~500),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 장군 한니발(BC 247~183)이 발작성 장애로 고생한 증거는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켈란젤로(1475~1564)는 그림을 그릴 때 뇌전증이 아니라 열 때문에 실신했던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즉 발작이 아닌 의식 상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기분 상하는 일이 생기면 뇌전증이 아니라 공황발작처럼 보이는 행동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의식상실이나 변형을 동반하지 않는 사회적 탈선 행위로 보인 것이다.

알코올 또는 마약은 금단 발작이 있는데, 유명한 작가와 예술가 중에서 알코올이나 마약 금단 발작을 일으켰던 사람들이 있다. 예컨대 루이스 캐럴은 마약금단발작을, 앨저넌 찰스 스윈빈(1857~1909)과 빈센트 반고흐(1853~1890), 트루먼 카포트(1924~1984)는 알코올 금단 발작을 일으켰다. 이처럼 휴즈는 현대의 잘못된 진단과 관련한 다양한 이유를 제시하였다. 발작을 일으키는 원인은 뇌전증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예컨대 갑작스러운 저혈압, 저혈당, 과도한 감정적 스트레스, 마약이나 알코올 복용 중단 때문에 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발작은 무의식 상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지만 뇌 안에서 비롯되는 신경세포들의 비정상적인 흥분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종교적·영적·신비적 체험을 통해 삶의 변화와 심리 영성이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뇌기능 장애로 유발되는 영적·신비적 체험이 삶의 변화를 준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인간의 뇌는 정신 과정과 사건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고 표현할 뿐이다.
종교적·영적·신비적 체험을 통해 삶의 변화와 심리 영성이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뇌기능 장애로 유발되는 영적·신비적 체험이 삶의 변화를 준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인간의 뇌는 정신 과정과 사건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고 표현할 뿐이다. ©pexels

사실 종교적·영적·신비적 체험을 한 사람들은 뇌전증 환자가 아니며 극소수의 뇌전증 환자들만이 발작 시에 종교적·영적·신비적 체험을 한다는 것이다. 뇌전증이 정말 종교적·영적·신비적 체험한다면 거의 모든 뇌전증 환자는 이를 경험해야 옳은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 종교적·영적·신비적 체험은 어느 사회나 일어날 수 있으며 어린아이나 어른, 모두에게, 어느 시대, 어느 장소를 막론하고 일어날 수 있다. 예컨대 미국, 영국, 호주 등 각국에서 실시한 연구 조사에 의하면, 직접 종교적·영적·신비적 체험을 해봤다고 말한 사람이 국민의 20~49%에 달한다고 한다.

종교적·영적·신비적 체험을 설명하기 위해 굳이 희귀한 증후군이나 논란이 되는 증후에 의존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기독교에서 바울이 뇌전증 환자였다는 주장을 구체화할 수 있었던 것은 고린도후서 12장 7~9절에서 바울이 언급한 신비로운 ‘육체의 가시’와 그의 신비적 성향 때문이었다. 그 가시가 측두엽 뇌전증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바울이 언급한 ‘가시’라는 단어가 뇌전증(간질)을 뜻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당시의 ‘가시’란 단어는 일반적으로 질병이 아니라 고통의 근원을 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가시를 놓고 동성애, 나쁜 시력, 말라리아, 서툰 언변 등 200가지가 넘는 해석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바울이 뇌전증에 걸렸음을 입증할 만한 명확한 증거는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사도바울은 “주의 환상과 계시”(고후 12:2) 체험으로 사도직의 역할을 잘 감당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측두엽은 수많은 지각유형들 중 하나일 뿐이다. 모든 측두엽 뇌전증 환자가 종교적인 것은 아니다. 즉 측두엽은 신(God)의 부위가 아니다. 종교적·영적·신비적 체험을 통해 삶의 변화와 심리 영성이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뇌기능 장애로 유발되는 영적·신비적 체험이 삶의 변화를 준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인간의 뇌는 정신 과정과 사건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고 표현할 뿐이다.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손매남 박사

신을 만나는 뇌의 부위가 70년대까지는 측두엽이라고 하였으나, 최근에 와서는 앤드류 뉴버그 박사에 의해 대뇌피질 전체라고 말하고 있다. 신을 만나는 영적, 신비적 체험이 뇌에 갇힌다는 말은 아니다. 종교적·영적·신비적 체험은 뇌가 가능하지 않을 때(예: 임사체험)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뇌기능이 완전히 멈춘 상태에서도 정신이나 의식은 계속 될 수 있다. 하나님(신)은 영(요 4:24)이기 때문에 시공간에 갇히지 않는다. <끝>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경기대 뇌심리상담전문연구원 원장
美 코헨대학교 국제총장
국제뇌치유상담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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