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2일 기준금리를 3.5%로 13회 연속 동결했지만,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은행들의 대출 관리 강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및 글로벌 위험회피심리 변화가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외환시장 상황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는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22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금리는 연 3.64~6.04%, 변동형 금리는 연 4.57~6.67%로 집계됐다. 이는 약 한 달 전과 비교해 금리 하단과 상단이 모두 상승한 수치다.
이러한 대출금리 상승의 주요 원인은 은행들의 가산금리 조정이다. 가계부채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가산금리를 올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26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으며, 다른 은행들도 지난달부터 20회 이상 대출금리를 올렸다.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전세대출, 신용대출에 대한 관리도 강화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일부 가계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했고, 신한은행은 갭투자 방지를 위해 일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러한 은행권의 움직임은 시장금리 하락 추세와는 대조적이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와 변동금리 지표인 코픽스(COFIX)가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다 보니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도 대출금리가 단기간에 내려가지는 않을 것 같다"며, "대출 관리를 위한 은행권의 움직임이 지속된다면 오히려 대출금리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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