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최후 만찬은 유월절 축제에 대한 새 해석: 예수 자신이 유월절 어린양

김영한 박사
김영한 박사

저자는 공관복음과 요한 복음이 서로 다른 두 개의 달력에 의존하기 때문으로 보는 것으로 보아 두 전승을 종합하는 방향으로 이해했으면 한다. 공관복음은 금요일을 유월절로 보고 토요일을 안식일로 보나, 요한복음은 유월절을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로 본다. 요한복음은 유월절과 안식일을 같은 날로 보고 있다(요 18:28; 요 19:14). 복음서 저자들에 있어서 날자 계산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공관복음과 요한복음 사이에 날자 차이가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유월절 전 날 예수는 판결 받아서 유월절 양으로 희생되었다는 사실은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 공관복음이 말하는 유월절 전 날 밤에 잡혀서 다음날 새벽에 심문받고 판결받아 오전에 십자가에 처형되어 오후에 죽으셨다는 진행과정은 요한복음의 보고와 다름이 없다. 공관복음과 요한복음이 최후만찬에 관하여 서로 다른 날자를 기록한 것은 조베르(Annie Jaubert)가 제안하는대로 공관복음과 요한복음이 각기 다른 달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존 마이어(John Meier)가 언급한 바 같이 누가는 예수의 작별인사에서 유월절 식사에 관하여 다음같이 기록하면서(눅 22:15-16) 고별 만찬을 십자가 죽으심과 관련시키고 있으며 더 나아가 유월절과 관련시키되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유월절과 관련시키고 있다.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유월절이란 그의 십자가 죽음과 관련된 새로운 언약이다. 옛 유월절이 어린양의 피가 문설주에 뿌려지는 언약이라면 새 유월절 언약이란 어린 양이신 예수의 피가 믿는 자가에게 뿌려지는 생명의 언약을 말한다. 요아킴 예레미아스( J. Jeremias)도 예수가 제자들과 가진 고별 식사가 유월절 식사라는 것을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마이어가 언급한 같이 바울도 그리스도가 유월절 양인 것을 증언하고 있다: “너희는 누룩 없는 자인데 새 덩어리가 되기 위하여 묵은 누룩을 내버리라 우리의 유월절 양 곧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느니라. 이러므로 우리가 명절을 지키되 묵은 누룩으로도 말고 악하고 악의에 찬 누룩으로도 말고 누룩이 없이 오직 순전함과 진실함의 떡으로 하자”(고전 5:7-8). 예수는 더 이상 옛 유월절 언약이 아니라 새로운 유월절 언약, 그 자신이 십자가 죽음으로 이루시는 유월절 양되신 새로운 유월절 언약을 말씀하시고 계신다. 그리하여 구약적인 제의적 유월절 의미가 예수의 십자가 죽음에 의한 대속(代贖)으로 기독론적이며 영적 의미로 변형된다. 옛 언약의 누룩없는 떡은 죄의 누룩을 없이하는 그리스도 자신이며, 희생양은 가축인 어린 양이 아니라 하나님의 어린 양 예수 자신이다.

스위스 출신 튀빙엔의 신약학자 슐라터(Adolf Schlatter)는 그의 저서 『그리스도의 역사』(Die Geschichte des Christus)에서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하나님의 언약을 따라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백성들 모두의 의무를 기념하는 절기인 ‘유월절에 그가 예루살렘에 나타나셨던 것’은 더욱 의미가 있었다. ...예수께서 그렇게 배려하셨던 이유는 자신의 죽음을 통해서도 오직 그리스도의 직무를 행하심으로써 그 직무의 은혜로운 결과를 하나님의 옛 계시와 더불어 연결시키기 위함이었다. 한마디로 그는 옛 언약을 기념하는 바로 그날에 그 새 언약을 제정하셨던 것이다.” 예수 자신이 바로 새 언약이며, 새 유월절 만찬이란 유월절 어린 양으로 성전에서 도살된 양을 상징하는 예수 자신이었다.

II. 최후만찬 장소: 예루살렘의 다락방

마가의 다락방은 최초의 전도자 요한 마가의 어머니 마리아의 남편 집이었다. 이 다락방은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즐겨 자주 사용하시던 곳이었다. 예수는 제자 둘에게 이르신다: “성내(城內)로 들어가라. 그리하면 물 한 동이를 가지고 가는 사람을 만나리니 그를 따라가서 어디든지 그가 들어가는 그 집 주인에게 이르되 선생님의 말씀이 내가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음식을 먹을 나의 객실이 어디 있느냐 하시더라 하라”(막 14:14). 이 객실(客室)은 예수께서 자주 사용하시던 처소로서 바로 마가의 다락방이다. 마가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도와 유월절 준비를 하고는 그 만찬이 끝날 때까지 어두움 속에서 서서 기다렸다. 마가는 예수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잡힐 때 “베 이불을 던져 버리고 알 몸으로 달아 난” 청년이다. 그는 마가복음을 기록한 자이다.

유월절 식사 가운데 예수는 제자들에게 떡과 잔을 나누어 주시면서 자신의 죽음의 의미를 알려주신다. 떡과 잔은 예수의 생명을 의미하는 것이다. 떡은 예수의 살이요, 잔(盞)은 예수의 피를 상징한다. 떡과 잔을 주신 것은 예수께서 자신의 생명을 제자들에게 주신 것을 의미한다. 예수는 이웃을 사랑하라고 설교하셨을 뿐 아니라 그대로 실천하시고 사시는 것을 보여주고 계신다. 역사적 예수는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는 희생의 죽음으로써 그가 가르치시던 사랑의 계명이 무엇인가를 모범적으로 보여주신다.(계속)

김영한(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명예교수)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