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 부진이 가시화되면서 우리나라의 대미 소비재 수출 증가세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유럽향 수출은 최근 주요국의 금리 인하 등에 힘입어 시차를 두고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 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 이현아 과장 등 4인이 작성한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미국 소비는 올해 들어 재화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약화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빠르게 회복했던 미국 소비는 고물가·고금리, 초과저축 소진, 취약가계 재정상황 악화 등으로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미국의 소비가 금리에 민감하고 고가인 내구재를 중심으로 당분간 약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근로소득의 급격한 악화 가능성이 낮고, 고소득층의 양호한 소비여력, 미 연준의 금리인하 여건 조성 등을 고려할 때 소비가 단기간 내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지역 민간소비에 대해서는 팬데믹 이후 장기간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로지역의 소비 위축은 미국보다 고물가·고금리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유로지역 경제구조와 에너지·식료품 수입의존도가 높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에 직접 노출된 점도 소비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최근 유로지역 소비는 전환점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됐다. 디스인플레이션에 힘입어 가계 실질소득이 증가 전환했고, ECB(유럽중앙은행)의 점진적인 통화긴축 완화가 내구재 소비를 중심으로 개선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 고민지 과장은 "그간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던 대미 소비재 수출은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양호하겠지만 증가세는 점차 낮아질 것"이라며 "부진했던 대유로지역 수출은 유로지역 소비와 제조업 경기가 나아질 경우 시차를 두고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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