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저리게 슬픈 소식을 들었다. 결혼한 지 일 년 된 임산부가 아기를 낳자마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아기는 무사히 생명을 구했지만. 결혼기념일을 몇일 앞두고 이런 슬픈 일을 당한 남편과 가족들과 친구들은 어떠했을까?
죽음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언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할지 우리는 모른다. 그래서 사별의 충격은 심리적으로 가장 큰 충격이라고 한다. 갑작스런 이별을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의외로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슬픈 감정 이상의 상실감과 외로움을 감당할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만추>라는 작품으로 세계적인 중국 배우 ‘탕웨이’와 결혼해 이름을 알린 김태용 영화감독이 9년 만에 신작 <원더랜드>를 발표했다. 탕웨이와 박보검과 수지, 배두나와 최우식, 정유미, 공유 등 호화 출연진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감독이 직접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이 작품이 다룬 주제가 특이하다. “상실과 재회”이다.
김태용 감독은 인간이 당하는 가장 치명적인 감정인 사별의 고통이나 식물인간으로 무의식 상태에 빠져있는 사랑하는 이와의 단절의 감정을 치유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이것은 현실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멀지 않는 미래에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의 기술발전으로 실제와 거의 같은 인물을 AI로 만들어 대화와 감정적 교류가 가능해지는 날이 올 것을 예견하고 만든 이야기이다.
원더랜드란 실제와 같은 가상현실(메타버스) 속에서 사랑하는 이를 만나는 공간이다. 깨어나지 못하는 남편을 원더랜드에서 만나는 아내, 큰 사고로 무의식 상태에 빠진 연인을 멀리 우주선에 임무 중인 자로 원더랜드에서 만나는 여인,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 수퍼우먼인 엄마는 원더랜드에 가입해 어린 딸에게 차마 죽음을 알리지 않고 먼 나라로 고고학 발굴을 떠난 엄마로 남게 하려는 사연 등 모든 경우가 가슴 아픈 상실의 감정을 극복하려는 과정을 다룬다.
감독은 원더랜드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서라도 사람들 사이의 감정적 연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전해주고 있다. 잃어버린 사랑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 주려고 시도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훌륭한 작품으로 그렸다고 본다.
이 작품은 미래사회에서 맞이할 가능성이 높은 현실을 현재에 끌어와 다룬 문제작이다. 하지만 감독이 의도한 주제인 “상실과 재회” 그 이상의 문제를 제기했다고 본다. 그것은 사후세계에 대한 불신이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즉 종교계에는 새로운 과학적 도전이 주어졌다는 말이다.
즉 가상현실 기술이 인간의 감정을 조작하거나 왜곡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기술을 통한 가상 경험은 실제 영적 경험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기도와 예배와 영성수련 등은 영적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천국은 가상 현실과 같은 조작된 공간이 아니다. 신이 존재하듯 신의 영역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인간은 사후에 누구나 가상현실이 아닌 신의 세계앞에 서게 된다. 이로 인해 현실 세계에 살아가면서 선과 공의와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게 한다.
교회는 이러한 기술 발전에 대비하여 윤리적 사용을 촉구하며, 기술과의 상호보완적 접근을 통해 사람들의 영적 경험을 강화시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인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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