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최근 36주 된 태아를 낙태하는 과정을 ‘브이로그’(V-log) 형식의 영상으로 유튜브에 게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낙태 규제 관련 실효 규정은 전무한 상태로 임신 주수와 관계 없이 무제한적으로 낙태까지 가능한 상황이어서 태아생명보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생명운동연합·와우임신상담지원센터(대표 김길수 목사)는 오는 12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생명트럭 출범식과 22대 국회 태아생명보호법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공동주관단체는 (사단법인)프로라이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주사랑공동체,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에스더기도운동, 아름다운피켓이다.
이날 기자회견의 자유발언에서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대표는 “최근 36주 태아 낙태 수술 과정이 유튜브 영상으로 게재됐다. 이는 엄마의 자궁이 아이의 무덤이 되는 현실을 반영한다”며 “생명의 주인은 하나님으로 우리에겐 아이를 죽일 권리가 없다. 생명존중사상이 이 나라에 정착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본부 대표는 임신 36주 태아를 낙태하는 과정이 담긴 유튜브 영상에 대해 “어떤 양심적 가책도 법적제재도 없는 현재 상황의 한 단면”이라며 “2020년까지 국회는 낙태법 관련 법안을 내놨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국회·정부 모두 손을 놓은 상황”이라고 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형법 269조 1항 자기낙태죄와 270조 1항 의사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로 21대 국회에 2020년까지 대체입법을 마련하라고 했지만, 국회는 입법 의무를 외면하면서 현재까지 낙태를 규제하는 실효 규정은 없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3월 대법원은 낙태 수술을 진행하던 중 태어난 신생아를 물 양동이에 빠뜨려 고의로 숨지게 한 의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때 대법원은 3000만원을 받고 낙태를 진행한 의사에 유아살인죄 혐의만 적용했을 뿐, 업무상촉탁낙태죄 혐의에 대해선 무죄라고 선고했다. 이유는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낙태죄는 위헌 결정된 법규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30주 이상의 다 큰 아기를 낙태해도 어떤 법적제재가 없는 이 대한민국에 과연 선진민주시민의식이 있는가”라며 “태아는 산모의 일부가 아니라 다른 독립적 생명체다. 2017년 국회 세미나에서 대한산부인과학회는 하루 3천 건 낙태가 이뤄지고 있다고 발표했었다. 그간 정부가 저출산 해결에 35조를 쏟아부었는데, 낙태만 제대로 막아도 출산율이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김현철 프로라이프 고문은 “국회는 권력의 다툼 장이 아니라 입법부다. 국회의원들은 제대로 입법해서 낙태의 피해자인 태아와 여성을 보호해달라”고 했다.
이상원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는 “태아는 수정부터 인간이라는 사실은 성경적·도덕적·과학적 지지를 충분히 받고 있지만, 유물론에 사로잡힌 이들은 태아를 하나의 세포로 치부하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를 운운하면서 태아를 뱃속에서 함부로 지우고 있다”고 했다.
홍순철 성산생명윤리연구소 대표(고려대 의대 산부인과학 교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따르면, 수정된 순간부터 태아는 세상에서 중요한 생명체라고 적시됐다. 가장 약한 생명이 보호받지 못하면 우리도 보호받을 수 없다. 지난 2022년 6월 미(美) 연방대법원은 ‘낙태 권리는 헌법상 어떤 조항에서도 보호되지 않는다’며 1973년 ‘로대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으로 태아를 죽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고 했다.
그는 “낙태 과정에서 태아는 팔과 다리가 잘리는 고통을 고스란히 느낀다”며 “태아보호법을 만들어 태아 생명을 보호받도록 해야 한다. 민법 제1000조 제3항에서 태아의 상속권을 적시하며 태아를 이미 출생한 한 사람의 몫으로 간주한 것처럼, 모자보건법의 보호 대상에 태아도 적시돼 보호받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생명운동연합·와우임신상담지원센터가 이날부터 진행하는 생명트럭운동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생명트럭은 한달 6회 정도 국회대로 일대 및 지방을 순회할 예정이다. ‘태아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국민의명령이다. 인구비상사태다. 태아생명보호법을 즉각 제정하라’는 표어를 적극 광고할 계획이다.
이명진 행동하는프로라이프 공동대표는 “생명트럭으로 반 생명의 문화가 생명의 문화로, 국민의 이기심이 배려의 마음으로 바뀌는 역사가 일어나길 바란다. 지금은 생명을 위해 나서야 할 때다. 태아생명보호법을 만들어 달라. 생명트럭이 지날 때마다 지지해달라”고 했다.
이날 주최 측 대표 김길수 목사가 발표한 생명트럭 출범 및 태아보호법 입법촉구 성명서에서 “‘생명 트럭’은 낙태죄 입법 공백 사태와 관련해 태아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관련 법 마련을 호소하기 위해 제작됐다”며 “인간의 생명은 수정된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라고 했다.
또한 “2019년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서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며’ ‘생명권은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된다’ ‘국가는 헌법 제10조 제2문에 따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명확히 밝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쟁점이 많은 법안이라는 이유로 국회가 생명을 다루는 이 중요한 사안을 방치하는 것은 태아 살인을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것”이라며 “22대 국회는 입법 장기화 속에 죽음으로 내몰리는 태아의 생명권과 인권 침해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법과 제도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는 입법 장기화 속에 죽음으로 내몰리는 태아들의 생명권과 인권 침해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태아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태아생명보호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태아를 보호하기로 결정한 여성들을 위한 법과 제도, 사회적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며,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인구비상사태로 국가의 존망이 어두운 이 시점에 국회는 더 이상 태아의 생명을 담보로 정치 놀음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이제 22대 국회는 인구국가비상사태를 맞이하여, 한 명의 태아라도 더 살리는 마음으로 태아 보호법을 입법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국회가 태아생명을 보호하는 태아보호법(낙태법)을 제정할 때까지 생명트럭 운행은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