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힘들고 어렵지만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 당장이라도 훈련만 받으면 의로운 사람이 되고, 하나님 앞에 조금 더 바른 사람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제자훈련을 하는 지도자든, 제자훈련을 받는 훈련생이든 모양은 달라도 주님 안에서 훈련 가운데 있다는 것만으로 은혜의 울타리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 10:12)는 말씀처럼, 스스로 신앙이 세워졌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교만에 빠지기 쉽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그리스도인은 신앙이라는 가면을 쓴 채 세상보다 더 정죄하고 판단하는, 껍데기만 남은 그리스도인이 되어버린다. 주님을 따르는 제자의 길을 가고자 시작했지만 정작 주님이 빠져버린, 나의 의만 남은 형식적인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다.
저자 김대조 목사(주님기쁨의교회 담임)는 모든 걸 쏟아 헌신했던 제자훈련 현장에서 구멍이 난 자신의 제자훈련 그물을 발견하며 그 일들을 이 책에서 가감없이 고백한다. 그리고 자신의 실패를 덮어두기보다 물 밖으로 가감없이 드러내며 제자훈련 목회 현장의 실상을 생생히 전달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나는 ‘구체적인 순종’이라는 이 부담스러운 질문을 훈련생에게 깊게 던지지 못했다. 그저 훈련 과정을 따라 열심히 가르쳤다. 말씀을 암송하고, 큐티를 시키고,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게 하고, 성경을 읽히고, 기도를 하게 했다. ‘열심히 하다 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다 보니 예수님의 마음을 가진 제자를 만드는 것보다 훈련시키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렸다”며 “훈련생을 수료식이라는 목적지까지, 순장이라는 고지까지 어떻게 해서라도 낙오되지 않고 데리고 가는 것이 내 제자훈련의 목적이었다. 힘겨워할 때도 있었지만 대개 훈련생들은 내가 제시한 목적지까지 잘 따라와 주었다. 그들 자신도 힘든 시간을 돌아보며 수료식에 참석하여 뿌듯해했다. 그리고 순장이 되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거기까지였다”고 했다.
이어 “훈련을 마친 훈련생에게 달아주어야 했던 것은 ‘이제 당신은 멋진 지도자입니다’라는 자랑스러운 훈장이 아니라,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죄인 됨과 약한 제자임을 잊어버리지 않게 도와주는 장치였다. 그 장치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실 때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조롱하기 위해 붙인 죄패(죄목, 마 27:37)다. 죄패는 죄와 무관한 예수님보다는 실제 죄인인 우리에게 필요하다. 여전히 틈만 나면 우리 안에서 나오려고 하는 교만, 자기 의, 인정받음, 자랑 등 여러 가지 죄의 모습을 보게 해주는 장치(죄패)는 우리를 그러한 죄로부터 경계를 늦추지 않게 해주고 우리 자신을 지켜주는 나침반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자훈련은 말씀과 삶을 연결시키는 훈련이 되고, 훈련을 마친 후에도 지속적으로 말씀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옥한흠 목사님은 평신도를 훈련하면서 향방 없이 허공을 쳐서는 안 되며(고전 9:26) 세상으로 보냄 받은 평신도를 어떤 목표와 표준에 따라 교육하고 훈련시킬 것인가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전략적인 가치가 바로 적용훈련임을 밝혔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이후 내가 은혜와 감동으로 ‘저도 목사님과 같이 좋은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했더니 목사님은 손을 저으시며 ‘나와 같이 되면 안 됩니다. 예수님처럼 되어야지요!’(not like me, like Jesus Christ!) 라고 말씀하셨다. 문 앞까지 나와 한국식으로 허리를 굽혀 먼저 인사하며 배웅해 주시던 목사님, 그분이 보여주신 제자도는 어깨에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의 온유와 겸손의 모습이었다. ‘not like me, like Jesus Christ!’라는 그 마지막 한마디가 제자훈련이 가야 할 길이요 방향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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