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수련병원에 전공의들의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각 수련병원에 공문을 보내 오는 15일까지 소속 전공의의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확인하고, 17일까지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다.
그러나 수련병원들은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전공의들의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들의 소재 파악과 연락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직의 진의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난제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연락이 닿아야 사직 의사를 파악해 설득에 나설 텐데 쉽지 않다"며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논의 중이지만 물리적으로 촉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났으며, 현재 전체 전공의 1만3000여 명 중 병원에 복귀한 비율은 8%에 불과한 상황이다.
수련병원들은 기존 전공의들의 복귀를 희망하고 있지만, 복귀 명분을 제시하기 어려워 설득이 쉽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사직 인정 시점(2월)과 정부가 인정하는 시점(6월) 사이의 간극도 문제다. 전공의들은 사직 시점이 6월이 되면 업무개시명령 불응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으로 법적 책임은 물론 퇴직금 등 재정적 불이익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전공의들은 실질적인 수련 환경 개선책 없는 신규 전공의 모집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낮은 수가, 의료 소송 부담, 과도한 근무 시간 등 열악한 근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신규 모집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려 해도 병원마다 근로계약 형태가 달라 법률 관계를 따져봐야 하는 등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체 수련기간 일괄 계약 형태와 1년 단위 계약 등 다양한 계약 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전날 공문을 통해 "전공의 결원 확정과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 신청 조치를 기한 내 이행하지 않는 수련병원에 대해서는 내년도 전공의 정원 감원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수련병원들은 정부가 사태 장기화의 책임을 병원들에 전가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로 인한 인력 부족으로 입원·수술 등이 대폭 감소하면서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재정 여건이 취약한 지방사립대병원 등은 도산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사실상 마지막 의료 사태 출구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정부는 더 이상 내놓을 대책이 없으니 이제 병원장과 교수들이 돌아오라고 전공의들을 설득하라는 것"이라며, "병원이 복귀시키든, 사직을 처리하든 결정하지 못해 하반기 전공의들을 선발하지 못하게 되면 병원 책임으로 미루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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