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 개혁주의학술원(원장 황대우)이 2일 오후 부산 연제구 소재 신흥교회(담임 정용달 목사)에서 제18회 신진학자포럼을 개최했다.
황대우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발표회에선 ▲문정수 박사(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가 ‘코넬리우스 반틸의 진술 가능성의 초월적 전제 개념에 관한 비평적 연구: 칸트 및 도여베이르트 입장과의 차이를 중심으로’ ▲박동길 박사(총회성경연구소, 동남성경연구원)가 ‘갈라디아서 3장 14절에 나타난 아브라함의 복과 성령의 약속의 관계’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코넬리우스 반틸의 개혁주의 신학사상에 기초한 ‘전제주의’
문정수 박사는 “통상적으로 말해서 코넬리우스 반틸(Cornelius Van Til, 1895~1987)은 정통 개혁주의 신학사상에 기초하여 ‘전제주의’를 주창한 ‘개혁주의 신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며 “엄밀하게 분별해서 반틸이 정립한 전제주의에서 강조되는 ‘전제’는 ‘형식논리학’에서 말하는 ‘전제’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반틸이 주장하는 전제는 논리적 추론 과정에서 한 ‘항’(term)으로 성립하는 그런 형식 논리학적인 전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반틸은 성경 말씀을 유추적으로 사유함으로써 도출되는 ‘삼위일체 하나님’과 언약적 구속사에 기초하여 ‘정합성’(coherence)을 갖춘 ‘보편적 진리체계’로서 개혁주의를 세워가고자 사상적으로 진력하였다”며 “그래서 반틸의 전제주의는 ‘성경’과 ‘유추적 사유’(analogical thinking) 그리고 ‘삼위일체론’(Trinitarianism) 및 ‘언약’(covenant)에 기초한 ‘구속사’를 마찬가지로 강조했던 여느 개혁신학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전제주의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개혁신학과 핵심적인 차이점을 가진다”며 “하나는 개혁신학이기는 하지만 정합적 체계성을 가진 개혁신학이다. 반틸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정합적 체계성은 바로 일관성 있는 통일적 체계로서의 개혁신학을 가리키는데, 이는 객관적으로 기록된 성경 말씀으로부터 진리적 체계를 ‘계시적’으로 ‘재구성’해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관점에서 반틸은 일관적인 통일성을 결여한 각종 사상체계들, 곧 세속적 사상체계들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개혁주의 신학사상체계들까지도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고 했다.
또한 “ 반틸이 정초하고 있는 전제주의는 보편적 진리체계를 역설하는 개혁신학이므로, 전제주의는 당연히 ‘보편 학문’으로서의 특질을 가지게 된다. 쉽게 말해서 전제주의는 비단 ‘기독종교’만이 아닌 일반적인 ‘세속 학문들’을 포함하여 전체 학문 영역의 성립을 가능토록 해주는 가능 조건들을 진리적으로 제시하는 보편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결국 반틸의 전제주의는 기독종교와 세속적 분과학문 영역들 전체를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일관성과 통일성을 가진 정합적 진리체계로서의 보편 학문을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반틸의 종합적 관점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그는 “반틸은 카이퍼와 도여베이르트 사이에서 이 둘 모두를 긍정하면서도 이 둘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종합적으로 사유하여 구체적 학문 방법론을 기획하고 이를 제출하는데, 이른바 전제주의”라며 “ 즉 반틸은 객관적으로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기초하여 성립한 카이퍼의 반정립적 태도를 긍정 하면서도, 도여베이르트가 강조한 ‘보편적 설득력’을 가지는 사상체계가 어떠한 형태로 가능할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면서 자신의 전제주의를 성립시킨다”고 했다.
이어 “반틸은 일반 세속적 사상체계가 하나의 사상체계로서 성립할 수 있게 되는 이유는 그 사상체계가 다름 아닌 계시된 말씀인 성경에 근거하기 때문이라는 자신의 기본 입장을 확고하게 견지하고 있다”며 “세속적 사상체계의 초월적 가능 근거가 객관적으로 계시된 성경 말씀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줌으로써, 카이퍼와 같이 반정립적인 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도여베이르트처럼 세속적 사상체계가 어떻게 해서 성립 가능해지는 것인지를 보편적인 설명력을 가지고서 제시할 수가 있게 된다”고 했다.
문 박사는 “반틸이 제시하고 있는 이러한 종합적 관점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라며 “반틸은 존재론적 삼위일체론을 들고 있는데, 이러한 존재론적 삼위일체론은 철저하게 ‘성경적인 삼위일체론’으로서 객관적으로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하고 있다”며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반틸이 도여베이르트를 거쳐서 카이퍼의 문제의식으로 되돌아간 것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리의 말씀으로 사람들에게 계시되어 있는 성경을 유추적인 방법론을 활용하여 언약적 구속사에 대한 진리를 인출함으로써 자연인의 비정상성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또한 진리의 말씀인 성경을 통해 원리적 차원에서 정상성을 회복한 사람이 개별과 보편의 상호적 관계성이 존재론적 삼위일체 하나님의 인격성에 놓여 있음을 파악하여 ‘모든 참된 진술 가능성의 초월적 전제’를 원리적으로 확립하게 된다”고 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개혁주의 신학사상을 포함하여 모든 사상체계들이 전제로서 받아들여야 할 것이 무엇인지가 드러남으로써 반틸의 전제주의는 보편 학문을 지향하는 학문으로 성립할 수 있게 된다”며 “이것이 전체 사상 영역 내에서 반틸의 전제주의 신학사상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이고, 또한 개혁신학 및 일반 세속적 사상체계들 가운데서 그것이 공헌하고 있는 핵심적 지점”이라고 했다.
◆ 갈라디아서 3장 14절 아브라함의 복과 성령의 약속 사이의 관계에 대한 해석 세 가지
이어서 두 번째로 발제한 박동길 박사는 “갈라디아서 3장 14절에서 아브라함의 복과 성령의 약속 사이의 관계에 대한 기존의 해석은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며 “세 가지는 ▲복을 성령과 동일시하는 해석 ▲복을 성령과 연관시키지 않는 해석 ▲복을 성령과 연관시키기는 하지만 동일시하지는 않는 해석 등”이라고 했다.
◆ 갈라디아서 3장 14절 해석학·신학적 의미
박 박사는 “갈라디아서 3장 14절의 아브라함의 복은 칭의와 관련이 있으며, 성령은 복을 받는 증거이자 복을 영속시키는 수단으로 기능한다”며 “갈라디아서 3장 14절에서 이 두 주제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이해에서 중요한 해석학적, 신학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먼저, 창세기 내러티브에 묘사된 아브라함적 축복은 화해와 구속의 목적을 지니며, 바울은 이를 칭의로 언급한다(갈 3:6~14; 갈 2:16)”며 “또한, 아브라함을 통해 민족들을 축복하는 약속은 바울이 종말론적 이상적 이스라엘 왕으로서 특정 자손을 이해하고, 이스라엘의 미래 회복 시 다윗 왕의 통치를 연관시키는 이해의 근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예: 이사야 11:1~6; 에스겔 37:24~27)”고 했다.
또 “둘째는 바울의 성령 이해는 구약 및 제2성전 문헌과 연관되어 있지만, 성령이 율법 준수와 민족성을 떠나 그리스도 예수에 대한 믿음을 통해 받는다는 그의 이해(갈 3:1~5, 14;4:4~6)와 관련하여 제2성전 문헌과 차이를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셋째로 바울은 갈라디아서에서 성령의 약속에 관한 구약 구절을 인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언자들이 그의 성령론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갈 4:3, 8~9; 5:1, 5~6, 13~26;6:8)”며 “따라서 후기 선지서 전승을 유지하면서 바울은 성령과 칭의를 얻기 위한 전제 조건이 율법 준수가 아니라, 율법에 따른 참된 순종이 성령의 사역으로부터 온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더불어 “넷째로 아브라함의 복과 성령의 약속을 그 본래 맥락에서 조사하고, 구약, 제2성전 문헌 및 바울의 발전에서 검토한 결과, 갈라디아서 3:14에서 성령의 약속은 아브라함의 복과 동일하지 않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며 “오히려 아브라함의 복은 칭의와 관련되며, 성령은 축복을 받은 증거이자 축복을 지속시키는 수단으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박사는 “마지막으로 바울에게 후기 선지서가 미친 영향을 고려할 때 바울 당대의 유대교의 율법 이해와 신명기 신학과 더불어 인간의 책임과 온전한 율법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선지자의 신학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며 “갈라디아서 3:10~13에서 바울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 선지자들이 불순종에 대한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예: 렘 17:10; 18:11~12; 겔18:1~32) ‘여호와의 모든 규례’(겔 18:19, 21)를 지켜야 할 책임을 강조한다”고 했다.
아울러 “인간은 하나님의 개입 없이 율법을 완벽하게 순종할 수 없음을 강조하므로(예: 렘 13:23; 31:33~34; 겔 11:19~20; 36:27), 바울이 갈라디아서 3장 10절에서 인용한 신명기 27장 26절은 율법을 완성할 수 없는 것을 포함하며 개인의 순종을 의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그러므로 성령을 아브라함의 복을 받는 증거, 그리고 그 복을 영속시키는 수단이기에 바울은 화해, 구속, 능력을 주도적으로 제공하려는 하나님을 떠나서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절망적이고 무력하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포럼은 이후 질의응답 순서로 모두 마쳤다.
한편, ▲문정수 박사는 고려대학교 인문학부 철학과를 졸업(B.A.), 동대학원 철학과에서 근현대철학을 전공하여 “칸트철학에 대한 하이데거의 강압적 해석과 전회에 관한 비판적 연구” 주제로 석사학위(M.A.)를 받았다. 이후 총신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전공, “칸트의 초월철학에 대한 코넬리우스 반틸의 전제주의적 비판과 극복에 관한 변증학적 연구”라는 논문으로 신학석사학위(Th.M.)를 동대학원에서 “칸트 초월철학을 신비판적으로 극복한 도예베르트 기독교 철학에 관한 비평적 연구”라는 제하에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광주중앙교회 부목사로 섬기면서 기독교 철학과 변증학에 대한 연구에 진력하고 있다. ▲박동길 박사는 부경대학교 영어영문과(B.A.)와 고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한 후 고신 대학교에서 신학 석사(Th.M, 신약학)를 졸업. 이후 남아공 노스웨스트대학교(North-West University)에서 갈라디아서 전공으로 신학 박사학위(Ph.D, 신약학) 를 취득했다. 현재 제4영도교회 부목사, 총회성경연구소 연구위원, 동남성경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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