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현재 핵탄두 50기를 보유 중이라는 스웨덴 싱크탱크의 분석이 나왔다. 조립 가능한 핵탄두 수도 총 90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돼 한반도에서 유사시 북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가정이 아니라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16일 공개한 ‘2024년도 연감’에서 “올해 1월 기준으로 북한이 약 50기의 핵탄두를 조립했고, 총 90기의 핵탄두에 도달하는 데 충분한 핵분열 물질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IPRI는 북한이 2022년에는 25기, 지난해에는 30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매년 5기 안팎의 핵무기를 생산하던 북한이 지난 한 해에만 4배에 이르는 20기의 핵무기를 추가로 생산했다는 건 최근 들어 핵무기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수치는 북한 김정은이 지난해 9월 “핵무기 생산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지시한 것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SIPRI 측은 “북한이 전술핵무기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분쟁 초기에 이를 사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반도에서 남과 북이 충돌 상황이 발생할 때 북한이 우리를 상대로 핵무기를 쏠 수 있다는 얘기다.
SIPRI가 제시한 수치는 어디까지나 추정치다. 제한적인 정보에 근거해 산출한 것이라 북한의 실제 핵탄두 보유량에 대한 정확한 정보로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렇다고 상상에 근거한 터무니없는 가설이 아니다. 북한이 핵무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을 생산해 왔고 최근엔 핵무기용 고농축우라늄(HEU)도 생산한다는 점에서 군사용 핵 프로그램이 북한 안보 전략의 핵심인 것만은 틀림없다.
북한이 현재 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매년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겐 크나큰 안보 위협 요소이다. 재래식 무기 등 방어 수단이 북한에 비해 월등하다 하더라도 핵폭탄 한 방이면 이 모든 게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도 자체 핵무기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여론이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비등하고 있다. 한미동맹이 굳건해도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가 미국 본토를 겨냥한다는 가정 하에 미국의 핵우산 프로그램에 모든 걸 의존하기엔 우리가 처한 안보 현실이 녹록지 않다.
그러나 미국 바이든 정부는 지난 1991년 한반도에서 철수한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 공유 프로그램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보다는 미국이 가진 핵과 미사일 방어 능력 등 모든 가용 방어 역량을 동원하는 확장억제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미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 따라 출범한 한미 핵협의그룹(NCG)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조야에서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까지 왔다. 그 배경에 올 연말 미국 대선이라는 큰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방위비 분담 압력뿐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등에 따른 영향으로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 또는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무장하는 플랜B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이런 비상한 때에 지난 1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간의 제3차 핵협의그룹(NCG) 회의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 공격 감행 시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 핵전력을 통합해 대응하는 가이드라인이 담긴 ‘공동지침’ 작성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선제적 핵 공격에 나섰을 때 한미가 응징 보복에 나서기 위한 절차 및 양국 무기체계 통합 방안이 담겼다고 하는데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양국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문서화 했다는 점에서 NCG의 제도화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지난 19일 새벽에 평양을 국빈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첨단무기 기술 등을 전수하려 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대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원자력잠수함, 정찰위성 기술 등은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간에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러시아는 우리나라와 수교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협력을 이어 온 나라다. 그런 러시아가 북한과 새로운 밀착 관계를 형성하는 건 6.25 74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많은 걸 시사해준다. 우선 한국전쟁 발발의 책임 당사자 간의 군사적 밀착이 과거 이데올로기 냉전시대로 돌아가 다시 한반도에 먹구름을 몰고 오게 될 거라는 점이다.
북한은 이미 핵탄두를 수십 기나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최첨단 무기 기술까지 더해지면 고삐 풀린 망아지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그 가공할 무기가 한국을 타격하는 데 사용될 게 뻔한데 지금까지 이어온 한·러관계가 순조롭게 이어지긴 어렵다.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전 세계로부터 ‘공공의 적’이 된 러시아가 북한과 손을 잡는 건 74년 전의 침략 전쟁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스스로 ‘악의 축’임을 인정하는 악수(惡手)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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