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 해결이 국가적 화두로 등장하면서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저마다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적 여론을 모아가야 할 때 여기저기서 난발하는 기발한 해법은 저출산 극복에 총력을 쏟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교계는 아이를 낳는 일을 남의 일인 양 여겨온 지난날을 반성하고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하신 하나님의 창조 명령에 순응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 정기 간행물에 실린 저출산 정책 관련 보고서가 화제다. ‘교제성공 지원 정책’이란 소항목에 이런 내용이 있다. ‘만남 주선’, ‘사교성 개선’, ‘자기개발 지원을 통한 이성에 대한 매력 제고’ 등을 열거하면서 저출산 방안으로 연결했다. 구체적으로 이성 교제 성공을 위해 국가가 만남을 주선해주고 사교성을 개선해주거나, 자기 개발을 지원해주자는 내용이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이 ‘여성 조기 입학’ 방안이다. 여성이 남성의 발달 정도보다 빠르다며 “여성을 1년 조기 입학시키는 것도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비난과 함께 조롱이 쏟아졌다. 정치권은 국책연구기관이 남녀 차별을 용인하는 방안을 내놨다고 일침했다. 그런데 정작 여성을 남성보다 1년 일찍 학교에 보내는 게 저출산 해결과 어떤 도움이 되는지 그 근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발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조세연 측은 개인의 의견일 뿐 연구원의 공식 의견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심도 있는 연구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성이 없고 현실성도 떨어지는 이런 보고서가 저출산 대책에 혼란만 가져온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의원은 ‘케겔 운동’을 저출산 대책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 모 시의원은 지난 3월 덕수궁 돌담길 인근에서 열린 저출산 대책 행사에서 일명 ‘조이고 댄스’를 선보여 유튜브 등에서 화제가 됐다. ‘조이고 댄스’는 괄약근에 힘을 줘 골반 근육을 을 강화하는 ‘케겔 운동’을 춤으로 연결한 것인데 이 춤을 추면 저출산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주장이다.

야당에선 조롱 섞인 반응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는 최근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해당 영상을 본 후 “‘조이고 댄스’ 캠페인 하자는데 이게 국민을, 또 인간을 능멸하는 말 아니냐. 어떻게 이런 소리를 할 수 있느냐”라며 대놓고 비웃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조세연의 연구보고서는 개인 의견이라고는 하나 저출산 대책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허술하다. 그런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앞뒤 설명 없이 이러면 어떨까 식으로 던지는 건 경솔하다. 서울시의원의 ‘케겔 운동’도 건강한 부부생활을 하자는 취지겠지만 저출산 극복이라는 국민적 과제를 너무 희화화한 게 아닌가.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국가 비상사태로 여겨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3일 “정부조직법 논의부터 입법부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여야가 모처럼 마음을 모으기로 한 만큼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결혼, 출산, 양육, 교육, 취업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교계도 정부의 저출산 대책과 취지에 적극 호응하는 분위기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는 지난 4일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출산장려위원회 주관으로 가진 ‘출산장려 세미나’에서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자 마지막 보루”라는 점을 인식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앞장 설 것을 다짐했다.

한장총 대표회장 천환 목사는 설교에서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와 출산 기피가 심각할 정도이며 다음 세대가 무너지고 있다”며 “하나님이 한 남자와 한 여자로 창조하셨고 장성해 부모를 떠나 가정을 이루도록 부부가 되게 하셨다. 또 가정을 통해 자녀를 낳아 기르도록 생육하여 번성하는 축복을 주셨다”며 “하나님의 창조 목적, 즉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아이를 낳는 일이 나와 상관없는 남의 일처럼 된 세태에서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결혼해도 아기를 낳지 않는 문제를 오롯이 젊은이들 탓으로 돌릴 순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수훈 목사는 발제에서 “문제의 답은 언제나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 있다”며 “다음세대의 꿈을 키워주고 일꾼들을 배출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교회의 평일 유휴 공간을 영성·인성·지성의 삼위일체 융합교육의 공간으로 전환하여 교회교육을 재정립하자”라고 제안했다.

한때 산아제한 정책에 골몰하던 대한민국이 심각한 저출산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맞기까지 그린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 위기에 몰리게 된 근본 원인은 생명에 대한 존중 의식 결여에 있다고 본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인간의 세속적 행복과 맞바꾼 대가를 지금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저출산 극복을 위한 갖가지 방안과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가 정책이든 교회의 지원 방안이든 그 중심에 생명에 대한 존중과 가치 정립이 우선돼지 않으면 그 어떤 대책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한쪽에선 아기를 낳게 하기 위해 수조원의 국가 재정을 쏟아 붓는데 음지에서 태아를 죽이는 낙태가 만연하는 현실을 그대로 방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저출산 문제는 이제 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다. 정치권, 종교계, 시민사회가 뜻과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한국교회는 “세상의 희망이자 마지막 보루”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생명 존중에 대한 무거운 책임의식을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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