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갈현 제1구역 재개발사업 구역에 있는 주택들은 대부분 공실 상태로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한 집 앞에는 ‘출입금지’라고 적힌 경고 문구가 걸려 있었다. 그러나 이 구역의 철거를 앞두고 비워진 집들 가운데 은현감리교회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은현감리교회 측은 재개발조합으로부터 명도소송을 당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거리로 내쫓길 위기에 몰렸다.
이 구역은 2011년 9월 정비구역지정, 2015년 12월 조합설립인가, 2019년 1월 사업시행인가를 거쳐 2022년 5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나왔다. 사업시행자인 조합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구역 내 기존 건축물 철거 및 실무상 거주자들의 이주를 개시한다. 은현감리교회는 2019년 사업시행인가 당시 은평구청으로부터 기존 소유부지 720평보다 적은 종교부지 535평을 배정받았다는 공문을 받았다. 구청 측은 나머지 대지 185평과 건물 신축·이전 비용 관련 보상은 조합 측과 협상하라고 교회에 공문을 보냈다.
교회는 조합과의 협상 과정에서 교회가 철거된 후 신축 비용과 나머지 대지 185평 등 관련 보상 금액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서울시 ‘뉴타운지구 등 종교시설 처리방안’과 ‘서울시공공건물건축단가’ 등에 따라 추산한 정당한 보상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합 측은 “비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또 조합은 은평구청과 달리 종교부지를 ‘은현교회’의 것이라고 특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교회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실제 소유 대지보다 적은 면적의 부지를 배정받고, 조합 측이 나머지 부지 및 기존 교회와 건물이 철거된 후 필요한 신축 비용 등에 대한 보상액도 제시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분양신청을 할 수 없었다는 게 교회 측 입장이다. 이후 조합 측은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자로 분류된 교회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패소한 교회는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다.
은현감리교회는 “우리는 비영리단체 종교시설이기에 분양신청시 받을 공동주택은 불필요하며 서울시 뉴타운지구 등 종교시설 처리방안에 의한 보상을 원한다”고 했다.
서울 은평구 갈현 제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 관계자는 “전 조합장이 일을 그만둔 상황이고, 비리 관련 전 조합장에 대한 고소·고발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조합 상황이 정리되면 서울시 뉴타운 등 종교시설 처리 방안에 따라 교회와의 협상 여지도 있을 수 있지만,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했다.
서울시 ‘뉴타운지구 등 종교시설 처리방안’에 따라 관행상 사업시행자인 조합 측은 교회 존치를 전제로 이전 계획 시 교회에 아래와 같이 보상한다. ▲기존 부지에 맞는 대토보상 ▲실제 건물 연면적에 해당하는 건물 신축 비용 ▲이전 보상 ▲사업 동안 임시 종교시설 제공.
그러나 현행 도시정비법상 영업손실과 토지가격을 배상받는 상가나 아파트 등 종후 자산을 배정받는 일반 주택과 달리 종교시설에 대한 명확한 보상 규정은 없다. 교회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법적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비영리단체인 교회는 감정평가 단계에서 부지나 건물 등 소유자산에 비해 실거래가보다 낮은 보상액을 제시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국교회재개발연구소 소장 이봉석 목사는 “조합 측이 교회 관련 보상 규정이 부재한 도시정비법을 근거로 재개발 과정에서 교회 신축 보상비용을 누락하는 등 교회입장에선 비합리적인 처우를 받기도 한다”며 “교회가 재개발 관련 전문 컨설팅을 받고 초기대응, 법적 대응, 협상 모두를 잘해야 재개발에 성공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리앤승 법률사무소 김건우 변호사는 “종교단체 입장에서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1:1 대토보상을 받는다 해도 종전 건축물에 대한 감정평가액은 원가법으로 산정되면서, 상당 부분 감가되므로 사실상 조합이 제시하는 보상금으로 종교시설을 신축하기엔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대토에 관한 합의가 쉽게 성립하지 못해 법적 분쟁들이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국회에서 종교시설에 대한 보상 방식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도시정비법을 개정해야, 종교시설과 조합 간 재개발 분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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