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약학회(회장 이민규)가 최근 서울 노원구 소재 한국성서대학교에서 ‘성서해석과 바깥의 사유-실향 공포를 넘어 만남 구역으로’라는 주제로 2024 봄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먼저, 주제강연을 맡은 이민규 박사(한국성서대)는 ‘성서학 연구와 접근이 다양하면 왜 좋은가?’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 성서해석 위한 다양성, 해석학적 성숙과 유익 위해 중요
이민규 박사는 “성서는 해석을 요구한다. 문제는 해석자마다 자신의 소견에 옳은 대로, 자신에게 편리하고 친숙한 것에 따라 해석한다는 점”이라며 “그것은 해석자 개개인의 교육 수준, 이해관계, 성별, 신앙관에서부터 연구방법론에 이르기까지, 개인마다 그리고 그의 무의식과 의식의 변화만큼이나 매우 광범위한 영역을 관할한다”고 했다.
이어 “저자와 해석자 저마다의 컨텍스트는 다르고 해석자에게 모호한 부분들이 존재하기에 그 공백을 메우는 의견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다”며 “그리고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 것을 의심하기보다는 대개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보니 다양성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익함은 각 해석자의 마음과 시선을 강력하게 사로잡고 있는 저마다의 확신과 그 무언가를 재고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또한 “이는 곧 각 개인의 성서 해석과 연구가 완결된 형태가 아니라 이를 추구하는 과정의 형태로서 더 정확하고 유익한 해석을 향해 나아가는 시행착오의 한 모습임을 성숙하게 인식하고 수용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준다”고 했다.
그는 “해석자는 ‘그것은 정확하고 유익한가? 누구의 입장에서? 그리고 왜?’라는 질문과도 마주해야 한다”며 “성서해석의 다양성 담론은 결국 ‘해석자’인 인간, 특히 심리적 인간 자체와 관련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대 신앙과 해석의 조상들이 그러했듯, 우리에게도 학술적인 차원에서 성서를 접근하기 위한 다양성이 요청된다”며 “사실 우리는 말만 표현하지 않을 뿐, 저마다 자신이 전통이라든가 혹은 특정한 올바른 해석을 한다는 일념 하에 저마다 자신의 해석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박사는 “우리는 그런 익숙함에서 낯섦에 이르기까지, 선호함에서 불호함에 이르기까지 그 상대성을 인식하고 그것으로부터 학술적 성숙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며 “수용과 거부, 비판과 대안이라는 해석학적 소통과 과정들이 늘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것은 ‘우리가 아닌 이들’이라고 부른 이들까지도 두루 살펴볼 문제다. 기독교가 언제나 해석학적인 ‘나그네’였음을 우리는 기억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모든 다양성이 다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논쟁에는 옳고 그름이란 잣대가 적용된다”며 “물론 이때에는 집단의 지성, 혹은 이를 넘어 집단주의의 사고가 위험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집단지성’이 아닌 ‘지성집단’이다. 집단지성은 역사 속에서 다수의 독선일 수 있고, 소수의 창의적이고 시대를 파악하고 앞서가는 지성을 비판하고 억누르거나 죽이는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더 심한 것은 집단주의적 사고다. 획일한 사고를 집단의 이름으로 합리화하여 다양성을 거부하는 독선이 된다”며 “이들은 다양한 의견에 확성기를 주기는커녕 자신의 이권 때문에 교조주의적인 단일한 가르침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다른 의견에 관한 ‘입틀막’의 행동을 한다. 이런 이들은 우리 현실에 즐비하다. 입으로는 다양성을 주장하지만 현실에서는 단일한 집단을 추구하는 것은 해석학 발전의 방해요소”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성집단의 모임에서야말로 학자 개인의 주관이 다양한 학자들의 다양한 비평과 논쟁을 통해 수정·보완 작업을 거치며 비판과 공격에 방어 가능한 탄탄한 해석으로 거듭나게 된다”며 “이런 가운데 틀림과 실패조차도 비판의 재료가 되어 발전에 거름이 된다”고 했다.
아울러 “다른 이들의 오류와 실패조차 새로운 논문이 탄생하기 위한 좋은 재료가 된다는 뜻”이라며 “이런 단위에서 성서 해석을 위한 다양성은 해석자로서 우리가 해석학적 성숙과 유익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서 지정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발표에는 △박영권 박사(영남신대)가 ‘앨버트 엘리스(Albert Ellis)의 사상과 신약신학의 만남’ △이상목 박사(평택대)가 ‘요한계시록의 혐오 심상과 수사학-이세벨과 바벨론을 중심으로’ △석원식 박사(경안대학원대)가 ‘예수의 손 마른 자 치유 이야기(막 3:1~6 병행절)와 사회 역학’ △김덕기 박사(대전신대 은퇴)가 ‘도마복음과 고린도전서는 어떻게 바깥의 사유를 통해서 만남의 장으로 인도하는가?’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신약신학이 만난 엘리스의 사상
먼저, 박영권 박사는 “엘리스는 한결같이 ‘당위성 제거’와 ‘수용의 선택’이 모든 문제의 해법이라고 보고 있다. 엘리스에 의하면, 모든 정서적인 문제는 신념에 들어 있는 당위성 때문에 발생하며 이 당위성을 제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고 했다.
박 박사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 ‘당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엘리스의 견해가 타당하다면 신약신학의 편에서 이 당위성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으며, 엘리스 사상의 당위성과 신약성경의 율법은 어떤 구도 가운데 서 있고, 이 당위성은 신약성경 해석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엘리스는 당위성 제거와 함께 ‘무조건적 수용’을 선택하라고 주장한다”며 “만약, 무조건적 수용을 선택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가장 좋은 길이라는 엘리스의 견해가 타당하다면, 우리는 다시금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신약신학의 편에서 이 수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으며, 이 ‘수용’과 신약성경이 말하는 ‘은혜’는 어떤 구도 가운데 서 있으며, 이 ‘수용’은 신약성경 해석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라고 했다.
더불어 “엘리스 사상의 한계는 먼저, 엘리스의 심리학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으며 따라서 하나님과의 관계에 무신경하다는 것이며, 둘째로 현세에서 행복을 경험하기 위한 심리학이기 때문에 내세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했다.
◇ “계시록의 이세벨과 바벨론, 교회 내·외부 향한 혐오 수사 보여줘”
이어서 발제한 이상목 박사는 “계시록의 이세벨과 바벨론은 각각 교회 내부와 외부를 향한 혐오 수사를 보여준다”며 “우선, 계시록은 이세벨을 ‘자칭 선지’라고 폄훼하면서 우상 제물을 먹도록 신자들을 이끈 그의 활동을 ‘음행’이라 규정하며, 둘째로 바벨론은 로마에 대한 계시록의 혐오를 보여준다”고 했다.
이 박사는 “계시록의 혐오 언어와 심상은 묵시문학의 세계관과 관련된다. 선과 악의 대립과 하나님의 신원에 대한 기대는 이분법적 세계관과 연동된다”며 “이는 혐오의 심상으로 ‘나와 다른 자’를 이해하여 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한다. 이러한 계시록의 특성은 혐오의 수사가 지닌 문제점을 간파하기 어렵게 한다”고 했다.
◇ 예수의 치유와 사회 역학의 유사성
다음으로 발제한 석원식 박사는 “예수의 치유와 사회 역학은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의 장벽을 허물고,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서며, 사랑과 자비 같은 정서를 통하여 몸과 마음과 일상생활의 온전한 회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 유사성이 발견된다”며 “또한 이 두 관계는 개인을 넘어 개인이 속한 집단이나 공동체의 회복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질병의 유발을 개인보다는 주로 사회적 외부 환경에서 찾는다는 데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는 건강에 있어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매우 밀접한 관계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예수의 치유와 사회 역학은 상호 보완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도마복음의 바깥의 사유 관점에서 고린도전서 해석
마지막 순서로 발제한 김덕기 박사는 “도마복음의 바깥의 사유의 관점에서 고린도전서를 새롭게 해석한다면 십자가의 복음의 심오한 의미와 바울의 수난 극기의 금욕주의 윤리의 현대적 의미와 그 중요성이 더 잘 드러나게 된다”며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고린도전서가 파당을 봉합하는 세련된 화합 설득 문서이지만, 바울 자신의 자기-수련의 윤리적 행동(4장과 9장)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견유학파와 스토아 학파의 독신주의에 관한 논쟁에 비추어 보면, 당시 종교 종파와 철학 학파들이 일반적으로 추구했던 윤리의 평가 지표가 금욕주의의 방법과 실천 수위였다는 것이 잘 드러난다”며 “독신주의의 윤리를 통하여 성 분화 이전의 원죄 없는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도마복음의 신념체계는 신비주의 체험과 연결되어 새로운 주체 구성의 논리를 제공한다. 이것은 현대인을 바깥의 사유를 경유하여 타자와의 창의적 만남의 장으로 이끌게 된다”고 했다.
한편, 이어서 자유주제 발표도 진행됐다. 발표에는 △김동수 박사(평택대)가 ‘요한 신학의 기원’ △문우일 박사(성결대)가 ‘다시 요한복음의 παράκλητος: 필론과 오리게네스를 참조하여’ △허상민 박사(삼육대)가 ‘피스티스 크리스투(πίστις Χριστοῦ)의 주격적 읽기에 따른 바울의 인간 믿음의 신적 기원 연구-믿음은 온전히 인간의 것인가?’ △조재형 박사(강서대)가 ‘구술성(구술문화)으로 살펴본 신약성서의 의식 들음과 신앙을 중심으로’ △문배수 박사(대신대)가 ‘갈라디아서에 근거한 믿음과 사랑의 관계에 대한 연구’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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