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여당인 국민의힘의 참패로 끝났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범야권이 200석을 넘길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으나 국민의힘이 비례 의석을 합해 108석을 얻어 개헌저지선을 지켰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로 삼을 정도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 중간 평가 성격이 짙었다. 따라서 야당은 윤 정부의 독주, 경제 실정 등을 겨냥해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반면에 여당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공천 분란으로 인한 반사이익에 기댄 측면이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연 결과 유권자의 선택은 이제 겨우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정권심판으로 기울었다.
어느 선거든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국민의 선택에 의해 ‘여소야대’ 구도가 만들어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여당의 참패는 뼈저리게 자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윤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진행된 중간선거에서 이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건 무슨 말로도 변명이 안 된다. 집권 말기라면 실정에 누적된 불만이 성난 표심으로 집약될 수 있으나 반환점도 돌지 않은 채로 이런 호된 회초리를 맞았다는 건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감을 넘어 좌절감이 확산한 결과일 수 있다.
이번 22대 총선은 오래전부터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입시 비리와 같은 정치적으로 무거운 이슈가 범야권에 훨씬 많았다. 그런데도 ‘대파’ 논란 같은 서민의 삶에 직결된 문제에 정부가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게 패인으로 지적된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 사태도 결과적으로 악재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의료개혁은 여론조사에선 대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갈등 국면에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2개월을 끌면서 국민적인 불안감이 피로도를 높은 측면이 있다.
여당에 대해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게 한 요인을 분석할 때 이런 악재들이 꼽히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아픈 지적이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다. 협치를 위한 노력보다는 야당과 끊임없이 맞서며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전 정권 탓, 거대 야당의 비협조에 책임을 돌리는 자세가 국민에게는 ‘고집불통’으로 각인될 수밖에 없다.
야당인 민주당은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 절대 과반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또다시 입법부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민주당의 대승은 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뿐 아니라 정부 여당에 등을 돌린 중도층의 표심까지 끌어모은 결과라 할 수 있다.
결과치만 놓고 보면 민주당의 압승이 맞다. 하지만 그건 야당이 잘해서라기보다 여당이 잘못한 그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승리에 마냥 도취할 때가 아니다.
또다시 입법부를 장악하게 된 거대 야당에겐 의석수만큼이나 무거운 책임이 뒤따른다. 유권자가 정부 여당에 등을 돌린 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영향을 받은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민생 관련 정책과 실천 속도에 실망한 탓이 크다. 따라서 그 어떤 정치적 현안보다 국민의 삶을 보듬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거대 여당으로 출발한 민주당은 야당이 된 후에도 입법 독주를 멈추지 않았다. 교계의 거센 반발에 따른 국민적 여론의 역풍으로 4건의 ‘차별금지법’은 발의로 그쳤지만, 헌재에 의해 효력이 상실된 ‘대북전단지금지법’, 교회 폐쇄법으로 불리는 ‘감염병예방법’ 등 숱한 악법을 양산하는데 국력을 허비했다.
이번 총선 유세 과정에서도 야권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특검법 발의 등 정치적 이슈에 집중했다. 그런 선동성 구호가 어느 정도 먹혀든 게 사실이나 22대 국회에서 그대로 했을 때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 마음은 ‘대파’ 한단 값에 요동칠 정도로 온통 민생 문제로 쏠려있다는 점에서 거대 야당이 국회에서 정치적 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역풍이 불 수 있다.
이번 총선 결과를 바둑판에 비유하자면 백을 쥔 여당이 흑을 쥔 야당에게 불계패를 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번의 총선에서 내리 패했으니 여당의 좌절과 고심이 클 법도 하다. 하지만 민주주의에선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민심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풍향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대 이하의 참패를 한 여당이나 압승을 거둔 야당 모두 오늘의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겸허한 자세로 국민 앞에 서야 할 때다. 특히 여당은 결과에 좌절하거나 패배의식에 젖을 게 아니라 뼈를 깎는 혁신으로 국민이 진정 원하는 희망의 정치를 복원하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야당도 승리에 도취해 자만할 게 아니라 국정 운영의 동반자라는 무거운 책임의식으로 국민적 지지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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