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교회가 동성애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기독교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서구교회의 심각한 상황은 한국교회에도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미국 내 최대 교단 중 하나인 미국연합감리교회(UMC)는 동성결혼과 동성애자 안수 문제로 수년간 갈등을 겪은 끝에 분열했다. 영국 성공회는 최근 총회에서 동성 커플을 위한 축복기도를 허용하기로 의결했으나 40%나 반대해 향후 내홍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UMC가 동성결혼과 동성애자 안수 허용 문제를 놓고 오랜 기간 진통을 겪은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기류가 교단에 만연하면서 지난 4년간 7,600여 교회가 교단을 탈퇴하고 글로벌감리교회(GMC)를 조직하는 등 교단 분열의 직격탄을 맞았다.
UMC의 동성애 갈등은 지난 1972년 총회에서 동성애자 목사 안수를 놓고 복음주의 신학과 자유주의 신학이 충돌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그 후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에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교단 내에서도 동성결혼과 동성애자 목사 안수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논란 속에서 열린 2018년 총회에선 가까스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의견이 채택됐다. 하지만 교단 내에 밀려든 친 동성애 물결로 보수·진보 진영 간에 갈등이 심화되면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복음주의 계열 교회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계기가 됐다. 교단을 탈퇴할 경우 교회 재산권을 포기해야 함에도 동성애를 용인할 수 없어 교단을 떠나는 건 순수한 신앙적 용단이 아니고는 설명이 안 된다.
영국 교회의 사정도 이에 못지않다. 영국 국교인 성공회는 지난 2월 9일 개최된 시노드(총회)에서 동성 커플을 위한 축복기도를 허용했다. 동성 커플이 결혼식 뒤 사제의 축복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주교, 성직자, 평신도 대표 441명 중 56%인 250명이 찬성해 통과됐으나 반대가 181명(41.0%)이나 나오는 등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의결 과정에서 18차례나 투표가 이어질 정도로 극렬하게 대립했다.
현재 영국 성공회는 남성과 여성 간의 결혼만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총회에서 동성혼을 올린 동성 커플에게 사제가 축복하도록 허용하는 결정을 하면서 ‘이율 배반’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영국 성공회의 이런 기류는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제들에게 동성 커플 축복식을 허용한 로마 가톨릭 교황청과 판박이란 점에서 논란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영국 성공회가 이처럼 동성애 이슈에 묻히게 된 배경이 있다. 그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원인을 꼽으라면 지난 2010년 영국 의회에서 제정된 ‘평등법’을 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부터 동성애 이슈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영국이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면서 교회마저 성경의 불문율을 깨는 변화에 편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기독교의 쇠퇴를 몰고 왔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 영국 인구센서스 결과 영국의 크리스천 비율은 46.2%로 떨어졌다. 한때 70~80%에 달했던 크리스천 비율이 절반 아래로 내려가면서 유럽 내 대표적인 기독교 국가로 불리던 영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이는 국교인 성공회가 동성애에 받아들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연합감리교회와 영국 성공회의 공통점은 교회법으론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엄연히 법의 규정이 있음에도 동성애자를 안수하거나 축복을 허용하는 건 논리적으로나 정서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동성애는 잘못된 것이지만 동성애자를 인권 측면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죄와 죄인에 대한 모호한 구분이 죄인으로 하여금 회개하고 돌아올 길을 막고 더 깊은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논리의 허점은 스스로 모순에 빠지게 한다는 데 있다. 성경에서 동성애를 죄라고 한 건 동성애를 하는 사람을 지칭한 것이지 사람이 아닌 개념의 절대치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체 중에 동성애를 하는 건 오직 인간뿐이란 점에서 죄를 지은 사람의 권리 보호 차원에서 죄인을 축복하고 허용한다는 건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동성애는 개신교회 내에 주요 이슈로 등장한 20세기 초부터 지금까지 세계 곳곳의 교회에 집요하게 파고들어 교회의 정체성과 본질을 무너뜨리고 있다. 1916년에 호주 시드니에 처음으로 남성 동성애자를 위한 교회가 생겨난 후 1977년에 영국 성공회가, 2007년에 미국 장로교(PCUSA)가 동성애자 성직자를 받아들이면서 이젠 그 파고가 한국장로교와 감리교 교단에까지 밀려드는 상황에 직면했다.
교회는 시대의 양심이고 사회의 도덕과 윤리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이런 전제에서 미국과 영국 교회의 사례는 동성애가 교회를 망가뜨리고 건강한 사회를 얼마나 쉽게 파괴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금 한국교회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고 마음 놓아도 될 때인가. 한국교회가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에 편승한 인권에 눈감아주고 경계를 누그러뜨리는 순간 저들이 한국교회와 사회를 한입에 집어삼키려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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