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교계가 적극적인 투표 독려에 나섰다. 이번 총선이 대한민국과 한국교회의 앞날이 걸린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는 취지다.
한국교회연합은 1일 자로 발표한 ‘4.10총선 특별담화문’에서 “반드시 투표장에 나가 유권자로서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간곡히 당부드린다”라고 했다. 한교연은 “이번 총선은 자유 대한민국과 한국교회가 미래를 향해 안정적인 발전을 지속하느냐, 아니면 하나님을 부정하는 세력들에 휘둘려 비참하게 추락하느냐 갈림길에 선 중대한 선거”라며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나라가 바로 서고, 사회가 안정된다는 점을 명심해 투표에 임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교연은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을 예로 들며 “이 법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성 윤리와 가치를 무너뜨리고 젠더 이념과 동성애를 조장하는 법안으로 다수의 인권을 억압해 성 소수자를 보호하는 역차별법으로 21대 국회에서 발의만 된 채 막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22대 국회에서 어떤 가치관을 가진 정당이 다수당이 되느냐에 따라 더 강한 입법 시도가 있게 될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이점을 가슴 깊이 인식하고 반드시 투표장에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성시화운동본부는 “투표하는 당신이 애국자입니다”, “투표하는 당신이 나라의 주인입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 참여 및 공명선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등과 함께 진행하는 이 캠페인에 전국교회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는 게 운동본부 측의 설명이다.
운동본부가 마련한 ‘한국 기독교 투표 참여 10대 지침’은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한편 공직선거법을 준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선거 결과 어느 당이 승리해도 당분간 혼란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기독교인이 선거 후 국민화합에 힘쓰자는 다짐이 들어가 있는 게 특히 주목된다.
운동본부 측은 기독교인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이유로 “4년에 한 번 오는 총선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결정하는 기회이다. 그래서 높은 가치관과 윤리를 가진 기독교인들이 모두 투표를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투표권의 포기는 민주주의의 포기이며 유권자가 투표권을 포기하고 민주주의나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망상”이라며 “크리스천들이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면서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자가당착이므로 반드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인총연합회(한기연)는 총선거를 앞두고 ‘한국교회와 함께 하는 20일 특별기도’를 선포하는 등 공명선거와 투표 참여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기연은 선거일인 4월 10일까지 한국교회가 △자유대한민국의 안정 △신앙의 자유 △자유 평화통일을 위해, 특별히 이번 선거를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바른 지도자와 정당이 선택되길 기도할 것을 주문하면서 “성경적 세계관에 기초한 분별력으로 모두 선거에 꼭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는 지난달 28일 ‘4.10 총선을 앞둔 입장문’을 발표했다. 기장 총회는 입장문에서 “그리스도인은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땅 위에 세워갈 하나님 나라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하며, 그 노력의 삶은 모든 영역에서 실천되어야 한다”면서 “4.10 총선에서 우리는 생명을 살리고, 정의를 세우고, 평화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교회 주요 연합기관과 단체, 교단이 이처럼 “총선거에 반드시 투표하자”는 목소리를 내는 건 이번 총선이 그만큼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다는 뜻이다. 국민을 대신할 일꾼을 뽑는 그 어느 선거도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특히 이번 선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건 국회라는 입법기관이 똑바로 서지 않으면 나라와 사회, 교회에 악영향이 미친다는 데 방점이 있다.
그건 멀리 갈 것 없이 21대 국회가 지난 4년간 보여준 입법 난맥상에 해답이 나와 있다. 민주주의는 여와 야가 균형과 조화, 힘의 견제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발전한다. 하지만 지난 21대 국회는 당시 여당이 180석을 차지하면서 힘의 균형이 깨진 채 출발했다. 그것이 각종 악법이 폭주하는 빌미가 됐다.
기독교인이라고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다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기독교 복음이 가리키는 방향과 내 신앙 양심에 비쳐 볼 때 어긋나는 정책을 펼치는 정당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공공성에서 벗어난 후보를 정치성향과 지역성을 기준으로 무조건 지지하는 건 곤란하다.
또 협치가 실종된 국회에서 서로 싸우는 모습이 싫어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등을 돌리는 국민이 점점 늘어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하지만 정치가 싫다고 기권하는 순간 내가 가진 권리가 선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오히려 악한 세력이 득세하게 만든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번 선거가 대한민국의 앞날과 특히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에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란 건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런 점에서 의무와 권리를 동시에 포기해선 안 될 것이다. 그 어느 선거 때보다 사려있는 판단과 함께 반드시 투표에 참여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주는 총선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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