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그리스도인들은 구약을 어린이 교회 학교의 설교용 이야기 모음집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구약은 이미 지나간 ‘옛 언약’이고, 실패한 이스라엘의 이야기일 뿐이며, 구약의 사상들은 현대인을 불쾌하게 만들고 교회 성장을 가로막으므로 오늘날 교회에서는 구약을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바울을 비롯한 신약성경 저자들은 구약이 시대에 뒤처진 것이 아니며,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명확히 밝힌다. 사실 신약성경에는 곳곳에 구약의 말씀과 이미지와 사상이 자리하고 있다. 구약은 신약 저자들이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라는 그림을 그려 내기 위해 사용하는 물감이다.
저자 그렉 러니어 목사(리버오크스 교회 협동목사)는 누구나 신약 속 구약을 연구하고 그 풍성한 의미를 누릴 수 있도록 간단하고 유용한 도구를 이 책을 통해 제시하며 초기 기독론, 칠십인역, 복음서, 바울 서신, 은유 이론과 언어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친절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훌륭한 목수라면 누구나 몇 가지 기본 도구에 통달하며, 성경을 배우는 학생도 그래야 한다. 이 장에서 나는, 신약의 구약 사용을 연구할 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전반적으로 개괄하고자 한다. 바로 여기서 우리가 피해야 할 두 가지 함정이 있다. 어떤 목수들은 열정이 과도해서 가능한 대로 온갖 도구를 구입하지만, 방대한 사용 설명서와 값비싼 유지비에 압도되고, 그 도구들 중 상당수를 능숙하게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하며, 나무에 달 새집 하나 만드는 것조차 얼마나 복잡한지 깨닫고 좌절한다. 신약의 구약 사용에 관한 많은 책이 이와 비슷하다. 너무 많은 단계와 철학적 논쟁들, 해석학 전문 용어 때문에 평균적인 독자는 완전히 수렁에 빠지고 만다”고 했다.
이어 “기독교 복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이 편지들을 통해 바울은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이 이상하게 여길 만한 내용을 단언한다. 이 복음에 대해 알고 싶다면, 구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또한 로마서의 예만 보아도, 바울은 특정 본문을 직접이든 간접이든 인용하거나 심지어 암시하지도 않는다. 바울은 그냥 구약 전체가 복음을 증언한다고 말한다. 사도적 저자들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신약이 구약을 역사적·개인적 차원에서 복음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다루고 있음을 더 온전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리스도께서 온전한 하나님이심을 보여 주기 위해 신약의 저자들이 구약을 사용한 방식을 간략히 제시했다. 이것은 그들이 구사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은 아닐지라도, 중요한 전략이다. 왜 그런가? 이 전략은 그리스도께서 단순한 인간이었으나 나중에 일종의 신으로 승격된 분이 아님을 확증한다. 그런 식의 변화는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께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항상 하나님이셨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그리스도는 신약 시대뿐 아니라 고대 이스라엘 시대에도 틀림없이 하나님이셨다. 따라서 사도인 저자들은 그리스도의 신성을 확증하기 위해 가능한 최선의 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다. 곧 그리스도께서 구약에서 (삼위일체의 제2격인) 하나님이셨음을 계시하는 한 방편으로 구약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구약은 교회에 교훈을 주기 위해 기록됐을 뿐 아니라, 구약에서 하나님의 백성에 관한 내용은 오늘날 우리가 누구인지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는 논리적으로도 타당하다. 만약 우리가 복음과 예수님을 아는 데 구약이 도움이 된다면, 또한 교회가 복음으로 지탱되고 예수님께 연합돼 있다면, 구약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아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번 장에서 나는 신약이 교회를 묘사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구약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탐구할 것이다. 물론 구약의 이스라엘과 오늘의 교회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는 신약 저자들이 교회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마치 자신의 팔레트에 있는 물감을 사용하듯 구약을 반복해 사용하는 것을 발견한다. 다르게 표현해서 구약은 우리 자신을 발견하는 거울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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