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정당이 총선 후보를 확정하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특히 비례대표의 경우 총 38개 정당에서 253명이나 등록해 그 어느 때보다 정당과 인물 선택에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는 지난 21대 총선 때의 6.6대 1보다 약간 낮은 평균 5.5대 1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사용될 투표용지의 길이가 51.7cm로 역대 최장 길이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혼란도 클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들이 민의를 대변할 적임자로 어느 정당의 누구를 선택할지를 미리 정하지 않고 기표소에 가면 그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주조다.
비례대표의 기호는 지역구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원 수가 많은 수에 따라 번호가 매겨진다. 이에 따라 비례 정당도 1번 더불어민주연합, 2번 국민의미래, 3번 녹색정의당 등의 순서가 정해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관위가 각 가정에 발송할 투표 안내문과 선거공보의 내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유의할 점은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은 결격 사유자는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에서 걸러지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중앙선관위가 공개하지 않는 한 유권자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중앙선관위가 후보자의 재산, 병역, 전과, 학력, 납세, 공직선거 입후보 경력 등을 선거일까지 공개하도록 돼 있으나 시간이 경과할수록 그냥 지나치기 쉽다. 이미 각 당이 확정한 후보자 중엔 세금 체납자 뿐 아니라 전과 기록을 가진 후보도 전체의 약 25%에 달한다고 하니 꼼꼼한 확인하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
교계는 22대 총선에 임하는 자세가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21대 국회에서 정의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4건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함으로써 극심한 혼란을 겪었던 학습효과 때문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윤리와 도덕 규범을 파괴하는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해서 한국교회 전체가 혐오집단으로 몰리기도 했다. 동성애를 옹호하는 세력들과의 갈등으로 복음과 선교에 집중해야 할 영적 에너지가 거리에서 소모된 건 큰 손실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상처는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그중 한국교회는 아직도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방역 당국이 코로나 감염 확산 방지를 구실로 비대면예배를 강제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교회를 폐쇄하기까지 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예배를 목숨처럼 여겨온 한국교회 전체가 받은 타격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한국교회에 깊은 상처를 준 건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통과시킨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다. 코로나19 같은 전염성이 강한 병이 사회에 확산하는 걸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었으나 이것이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고 교회를 겁박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점에서 교계에선 대표적인 악법 사례로 손꼽힌다.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법안들이 마구 발의되고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의 독점적 지위에 의해 아무런 제지도 없이 통과되는 우리 국회의 현실은 어렵게 이룩한 민주주의의 뿌리째 흔들리게 만들었다. 기독인 후보자들이 선거 전에 대형교회를 순방하며 낮은 자세로 지지를 호소하다가도 당선된 후에는 정당 이기주의에 빠져 그냥 거수기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 후보자의 종교를 살피는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나라사랑전국기독인연합(나사연)이 지난 2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유대한민국과 한국교회 수호”를 위한 ‘4.10 총선 투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나사연이 이날 제시한 ‘투표 가이드라인’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한국교회 파괴에 앞장선 정치인은 반드시 기억하고 걸러내야 한다. 둘째, 자유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며 북한 공산정권을 지지하는 자가 국회의원이 되어선 안 된다. 셋째, 차별금지법과 평등법 제정에 앞장서고, 이슬람 할랄식품 단지 도입에 앞장서는 정치인을 지지해선 안 된다. 넷째,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를 지지하지도 투표해서도 안 된다 등이다.
이 네 가지를 정리하면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감염병 예방법, 사학법 재개정안 등과 같은 대표적인 악법 발의로 한국교회에 심대한 타격을 준 의원들을 걸러내야 한다는 것, 헌법재판소에 의해 강제 해산된 통합진보당(통진당) 세력이 민주당 비례정당의 옷을 갈아입고 국회에 입성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 이슬람이 우리 사회에 침투하는 길을 열어주는 데 앞장선 의원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 끝으로 학생운동 전과 기록 뿐만 아니라 사기, 뇌물, 횡령, 음주운전 등 사회 통념에 반하는 범죄 이력을 보유한 후보들이 국회를 범죄집단의 소굴로 만들지 못하도록 정신 똑바로 차리고 표를 행사하자는 것 등이다.
사실 일반 교인들이 이런 세세한 사항에 결부된 후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투표장에 가기란 쉽지 않다. 후보자 토론회와 선호하는 유투브 채널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 있지만 그게 꼭 올바른 선택으로 연결되리란 보장도 없다. 갖가지 정보가 넘치면서 ‘가짜뉴스’ 또한 범람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일수록 본인의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에 부합하는 정당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그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시대 정신이 기독교적 가치관에 딱 맞아떨어지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차선의 선택을 하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앞서 가장 중요한 건 반드시 투표장에 가서 유권자로서의 소중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하는 길일 것이다. 대한민국과 한국교회의 미래가 내 한 표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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