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가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 등 과잉 법안의 폐기를 촉구하는 동시에 22대 국회에선 바른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진평연 등은 지난 7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의 폐기를 촉구하면서 22대 국회가 진정한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교총 사회정책위 서헌제 전문위원장은 22대 총선이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치러져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가 제헌 국회의 자랑스런 전통을 이어받아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뜻을 받들고 국민의 의사를 바로 살피는 바른 입법이 이뤄지기”를 소망했다.
한교총 공동대표회장 오정호 목사는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을 예로 들며, “소중한 가정과 결혼의 제도를 무너뜨리지 않고 성경적 창조원리를 지켜 미래 세대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물려주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인권이라는 미명으로 역차별을 일으키는 악법은 결코 제정해선 안 될 것”이라며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을 정 조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사들이 직접적인 언급과 표현은 삼갔지만 교계는 21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로 지목하는 분위기다. 21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차별금지법안’과 ‘평등법안’을 발의함으로써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교계와 잦은 마찰을 일으킨 것과 결부된다.
교계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21대 국회에서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위배되고 국민 윤리에 역행하는 각종 악법 입법 릴레이를 벌인 것이 다시 22대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점을 기자회견 자리에서 분명히 했다. 인권이란 이름으로 대다수 국민을 역 차별하고 기독교 기본 교리에 도전하는 동성애 옹호 법제화 시도는 국민적 공분만 불러일으킬 뿐 백해무익하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 데서 이런 분위기가 읽힌다고 하겠다.
국회의 임기가 종료되면 해당 국회에서 계류된 법안은 국회법에 따라 모두 자동 폐기된다. 따라서 21대 국회에서 발의돼 의결과정을 거치지 못한 ‘차별금지법안’ 등은 자동 폐기되는 수순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교계가 “차별금지법을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건 일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잘못된 입법활동에 응당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는 것과 나아가 다시는 이런 과잉 악법 제정 시도로 사회를 혼란케 해선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날 교계 인사들은 자동 소멸될 법안에 대해 굳이 ‘폐기’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이는 지난 4년 동안 ‘차별금지법’ 발의와 관련해 얼마나 많은 소모적 논란과 갈등이 있었는가를 확인시키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한편으론 22대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이런 시도가 다시 재연되지 않도록 각 당이 국회의원 후보를 확정하는 단계에서 제대로 필터링을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이기도 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저출산과 낙태를 우려하는 교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진평연 대표회장 김운성 목사는 “저출산을 걱정하며 출산을 장려하는 입법과 정책을 마련하자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자유로운 낙태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그런데 이런 일들이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가 언급한 저출산과 낙태의 상관관계는 오늘 한국사회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는 수 조 원의 국민 혈세를 투입해 저출산 위기극복에 나서고 있는데 음지에선 잉태된 생명조차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버려지는 끔찍한 현실이 대한민국의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 입법 공백 상태다. 말이 좋아 입법 공백이지 실은 ‘낙태천국’이란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태아의 생명을 마음대로 죽이는 불법 낙태가 성행하고 있다. 이런 비극이 벌어지게 된 건 헌재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이후 후속 입법의 공을 넘겨받은 국회가 이를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국민으로 하여금 모든 낙태가 법으로 허용된 줄 착각하게 만든 게 결정적인 원인이다.
최근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여성의 낙태권(임신중지권)을 헌법으로 보장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우리나라에서도 낙태권 보장을 요구하는 주장이 거세질 수 있어 걱정스럽다. 임신을 중지할 모든 권한을 여성에게 주는 건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 같지만 이는 생명에 대한 경시 풍조로 이어잘 수밖에 없다.
기독교는 어머니 뱃속에 잉태된 태아의 생명을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로 간주한다. 지구상의 어떤 생명도 하나님의 뜻 없이 생겨날 수 없다는 점에서 여성의 몸을 통해 잉태된 태아라도 그 생명의 주권은 하나님께 있는 것이지 인간의 소유물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정치권이 22대 총선체제로 돌입하면서 21대 국회는 어느덧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른다고 모든 과오가 다 덮이고 묻히진 않는다. 그런 점에서 21대 국회의 차별금지법 입법 시도는 국회 역사상 최악의 오점을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건 국민 주권을 바로 행사함으로써 22대 국회에선 이런 오점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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