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문제로 분열의 여진이 계속되고 미국 연합감리교회(UMC)가 곤경에 처한 모습이다. 최근 몇 년 동안 7천여 교회가 이탈하면서 재정 여력도 함께 추락해 전 세계 감리교단을 대표해온 지위마저 흔들릴 정도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19일부터 20일(현지 시간)까지 테네시주 프랭클린에서 열린 UMC 재정 및 행정 이사회(GCFA) 회의에서 2025~2028년 교단 예산안 3억4,670만 달러를 승인했다. 이는 40년 만에 최저 예산이다.
UMC의 공식 매체가 밝힌 바에 의하면 이날 이사회에 제출된 예산은 2016년 총회에서 승인한 교단 전체 예산인 약 6억 4백만 달러보다 43%나 낮은 액수다. 이는 UMC 역사상 가장 큰 예산 삭감이며, 1984년 이후 총회에서 제출된 가장 적은 교단 예산안이란 점에서 UMC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UMC가 마주한 오늘의 현실은 교단 내에서 지난 수십 년간 벌어진 동성애 논란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동성혼 축복과 동성애 목사 안수 허용 여부를 놓고 교단 규칙을 변경하는 문제로 오랫동안 분열적인 논쟁을 벌여 온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UMC 장정은 “동성애 행위는 기독교 가르침과 양립할 수 없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교단 내 진보 진영이 이 장정을 바꾸려는 시도를 계속했으나 보수 진영의 거센 반발에 번번히 막혔다. 하지만 동성애를 옹호하는 측이 교단 장정을 따르지 않으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교단을 이탈하려는 교회들이 증가하자 교단은 지난 2019년 특별총회에서 장정에 2553항을 추가했다. 이 조항은 동성애 논쟁으로 UMC를 떠나려는 교회에 대한 한시적 탈퇴 절차를 정한 것이다.
UMC는 교단 분열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새로 만들어지는 보수 성향의 감리교회에 4년에 걸쳐 2500만달러를 제공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담은 의정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교단에 가입하는 교회들은 교회 자산도 모두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교단을 옮기더라도 UMC 목회자와 평신도 연금을 해지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한시적이나마 교단 이탈자에 걸었던 족쇄를 풀었다.
그 결과는 예상보다 크고 심각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약 7600개의 교회가 이 조항에 따라 UMC를 탈퇴했으며, 그중 상당수가 2022년에 출범한 UMC의 보수 대안 교단인 ‘세계감리교회’(GMC)에 가입했다. 아직 교세에선 UMC가 여전히 우위에 있지만, 동성애 논란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전도와 세계 선교에 집중할 수 있는 역량 면에서 감리교의 무게추가 어디로 기울는지 알 수 없다.
지난 2019년 총회에서 결의된 장정 2553항의 시효가 지난해 말로 만료됐지만, 분열의 여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일부 교회들이 UMC 사우스캐롤라이나 연회에서 승인된 ‘지역 교회 식별 과정’과 같은 방법을 통해 계속해서 교단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교회 식별 과정이란 보통 지역 교회가 그 목적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해 폐쇄될 때 사용되는 2549항에 근거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은 교단 법인 장정이 분열을 막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걸 말해준다.
UMC의 분열은 동성애 이슈가 기독교회 안에서 얼마 심각한 교리·신앙적 충돌을 일으키는 요인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UMC가 그런 기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특별총회까지 열어 동성애로 인해 나뉜 여론을 봉합하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특별총회에 참석한 목사와 평신도 대표 53%가 “동성애 관행이 기독교의 가르침과 양립할 수 없다”고 결정함으로써 보수 성향의 교회들로 하여금 교단을 떠나게 만드는 양탄자를 깔아주는 셈이 됐다.
역사성이 있는 대부분의 교단은 보수 진보가 섞여 있지만 어떤 사안으로 갈등과 반목이 계속되다 끝내 분열로 이어지는 사례는 흔치 않다. 교단을 탈퇴하면 이탈하는 쪽이 교단이 가진 신학적 정통성과 역사성을 모두 잃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교회 소유권과 재산문제도 교단 탈퇴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현실적인 요인이었다.
UMC가 교단 분열을 받아들이면서 한시적으로나마 이런 제약 조건을 푼 건 대승적 결단이다. 소속 교회들의 차이를 인정하고 논의 과정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의견을 존중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성애를 둘러싼 갈등을 언제까지 안고 갈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UMC는 1300만명의 교세를 가진 미국의 대표적 교단이다. 미국 감리교회를 대표할 뿐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일부 감리교회도 UMC 회원으로 참여할 정도로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졌다. 그런 교단이 동성애 이슈로 수년에 걸쳐 추락하고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동성애 문제로 교단이 분열하는 등 큰 어려움에 봉착한 미국 연합 감리교단의 모습은 한국교회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인천 퀴어축제에서 동성애자에게 축복식을 집행한 이동환 목사를 중징계한 것도 미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려는 굳은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동성애에 관한 한 이런 방심하지 않는 경계가 한국교회의 복음적 순수성을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