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인권 단체들이 국회에서 ‘탈북자 강제송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촉구했다. 강제북송진상규명국민운동본부, 북한기독교총연합회, 에스더기도운동본부 등이 참가한 ‘2600명 탈북민 강제북송반대 범국민연합’은 지난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의 강제북송은 북한의 반인도 범죄의 공범에 해당한다”며 “대한민국 국회가 중국 정부의 반인도적 국제범죄를 묵인해선 안 될 것”이라며 ‘탈북자 강제송환 중단 촉구 결의안’ 채택의 당위성을 천명했다.
대북 인권단체들이 국회에서 ‘탈북자 강제송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촉구하고 나서게 된 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결의안 채택이 불발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2일 국회 외통위 법안소위에선 여야 의원들의 1시간 반 가량이나 격론을 벌였으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에 끝내 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탈북자 강제송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은 중국이 가입한 고문방지협약과 난민협약을 준수하고 탈북민 의사에 반하는 강제북송을 중단하라는 매우 원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2011년 국회에서 통과시킨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 결의안 내용과도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 측 의원들이 지엽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채택을 무산시켰다는 건 국회가 유독 대북 인권에 대해선 퇴보하고 있는 현실을 말해 준다.
대북인권 단체들은 즉시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탈북자 강제송환 중단 촉구 결의안’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 동족이며 우리 동포인 탈북민의 생명을 살리는 문제인데, 그들을 외면하는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해 실망을 넘어 허탈감과 절망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과연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는 말인가”라며 개탄했다.
우리 국회의 이런 모습은 당장 국제사회의 현실 인식과도 너무나 동 떨어져 있다. 지난 11월 15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북한인권결의안에 제3국의 강제북송(‘국경 간 이동의 재개’)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아 표결 없이 컨센서스로 통과시켰다. 이 위원회 결의안은 오는 12월 유엔 총회 채택을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체코 프라하에서 있었던 32개국으로 구성된 자유진영 의회연합체인 IPAC도 각 나라별 국회들이 정부에 대해 중국의 탈북민 강제송환을 중단시키려는 외교적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의 ‘2023 IPAC 공동선언문 이행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이처럼 유엔 등 국제사회가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해 일제히 문제 제기에 나선 건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유엔 인권 이사국이란 막중한 지위에 있음에도 인권 보호라는 보편적 상식에서 벗어난 만행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데 있다.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3조는 난민지위 인정 여부와 전혀 상관없이 고문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송환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이 탈북민 강제 북송이 북한의 반인도 범죄의 공범이란 비판에 직면하게 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은 과거부터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범법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3조는 설령 범법자라도 난민지위 인정 여부와 전혀 상관없이 고문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송환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은 이것마저 부인한다. 북한이 송환된 탈북민을 고문하거나 비인도적으로 대우한다는 증거가 없다는 식이다. 이것이 지난 10월 탈북민 수백 명을 한꺼번에 강제 북송하고도 자신들은 탈북민 처리와 관련해 국내법과 국제법, 인도주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당당히 주장하는 중국의 민낯이다.
하지만 북송된 탈북민을 상대로 한 인권 침해의 증거가 없다는 중국의 주장은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COI 보고서에는 “(탈북민이) 만일 도망 중 붙잡히거나 강제 북송되면 북한의 당국자들은 이들에게 조직적으로 학대 및 고문을 가한다”라고 명시했다. 북한 인권 침해 실태에 대한 가장 공신력 있는 자료로 평가되는 COI 보고서와 상반된 주장을 하는 중국의 태도야말로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중국의 비인도적인 만행에 한 목소리로 비판해야 마땅한 대한민국 국회의 지리멸렬한 모습이다. 탈북민이 헌법상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란 점에서 중국의 강제 북송에 대해 누구보다 강력한 항의의 목소리를 내야 할 국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민의 대의기관이란 국회의 정체성에 심한 회의감이 들 정도다.
거의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이 당장 12월에 유엔총회에서 전체 합의로 통과가 될 게 거의 확실하다. 이런 마당에 대한민국 국회가 최소한의 의지 표명도 못한다면 무슨 염치로 국제사회에 얼굴을 들 수 있겠다. 희대의 ‘대북전단금지법’통과로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된 21대 국회가 끝내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되지 않으려면 즉시 법안소위를 재개해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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