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학회장 신성욱 교수)가 11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소재 하남교회에서 ‘챗GPT와 목회’라는 주제로 제45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신성욱 교수(아신대)의 사회로, 이수인 교수(아신대)가 ‘챗GPT와 기독교교육: 생성 AI 열풍을 통해 생각해 보는 신앙교육의 본질’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 챗GPT는 아이폰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메타버스의 길을 갈 것인가?
이 교수는 “챗GPT는 아이폰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메타버스의 길을 갈 것인가”라며 “지난 2007년에 출시한 아이폰은 처음 출시 때부터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일부 의혹을 가진 사람이 있었으나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자체 생태계를 만들어 나갔고, 결국 모바일 혁명을 일으켜 우리의 삶의 모습을 송두리째 뒤바꿔놓았다”고 했다.
이어 “아이폰과 비슷하게 한 때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것이 바로 메타버스였다”며 “특히 지난 2021년에 대면으로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맞물려 차세대 가상세계 플랫폼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지만, 어느 새 그 열기가 급속하게 식어버렸고, 이제는 그동안 많은 투자를 했던 빅테크 기업들까지도 최근 관련 부서와 사업 부문을 정리하며 빠르게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챗GPT가 아이폰의 길을 갈 확률이 높은 두 가지 이유는 먼저, 사용자가 온전히 메타버스를 경험하는 데에는 기술적인 장벽(VR/AR을 비롯한 다양한 초실감 기술들)들이 존재하지만, 챗GPT를 이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질문을 입력할 수 있는 타자를 칠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된다는 점(게다가 누구나 간단한 회원 가입 절차를 통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이라고 했다.
또 “둘째는 결국 어떤 기술적인 변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결국 실물 경제(현실 세계)와 연결이 되어야 한다”며 “가상세계에서 의미 있는 변화의 시도들은 있었으나 그 변화가 현실 세계의 변화와는 이어지지 못했던 메타버스와는 달리 챗GPT는 아이폰과 같이 자체 생태계를 만들어갈 뿐만 아니라 새로운 미디어 혁명으로 우리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기술 혁명이 되지 않을까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몇 년이 지난 후 다양한 관련 기술의 발전과 함께 메타버스가 다시 발전의 길을 갈 수도 있다”며 “그러나 교육의 도구와 방법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하고 신경을 쓰는 메타버스에 비해 챗GPT와 생성형 AI는 교육의 본질과 패러다임 자체를 더 고민하게 만든다”고 했다.
더불어 “챗GPT의 등장이 사회의 많은 영역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충격과 혼란을 준 곳을 이야기한다면 바로 교육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챗GPT는 단순한 교육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하나의 도구 차원이 아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의 구조와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고 했다.
◇ 깊이 있는 사고와 성찰하는 교육, 인공지능 시대에 의미 있는 교육적 접근
이수인 교수는 “기본적으로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질문은 다른 누군가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질문은 스스로 생각하고 깊이 있게 사고하지 않으면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러므로 깊이 있게 사고하고 성찰하도록 하는 교육은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 큰 의미를 지니는 교육적 접근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생성형 AI는 할루시네이션 현상을 일으켜 잘못된 답변을 맞는 답인 것처럼 뻔뻔하게 이야기하고는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지식이나 주장을 단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지식과 주장이 참인지 거짓인지, 유용한지 무용한지를 주의 깊게 따지면서 생각하는 비판적 사고 능력은 미래 시대를 살아갈 다음 세대들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역량”이라고 했다.
◇ 다양한 신앙의 경험 통해 배우게 하는 교육, 본질 회복케 하는 교육
이 교수는 “우리가 지금까지 신앙인으로 자라고 신앙의 길을 걸어올 때, 우리들을 붙들어 주었던 것은 의외로 다양한 신앙의 경험들”이라며 “그러므로 우리가 다음세대들을 신앙의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교육할 때 저명한 기독교교육 학자인 마리아 해리스(Maria Harris)가 이야기했듯이 강의나 수업과 같은 인지적 활동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예배와 기도, 그리고 공동체 속에서의 섬김 등 다양한 신앙의 경험들을 제공해 그러한 풍성한 신앙과 삶의 경험들이 다음 세대의 마음속에 쌓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처럼 다양한 신앙의 경험을 통해 배우도록 하는 교육은 신앙교육의 본질을 회복케 하는 교육이며, 앞으로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한다고 해도 절대로 제공해 줄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챗GPT의 설명, 인격·관계적인 지식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챗GPT가 몇 초 만에 하나님에 대한 꽤 준수한 설명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설명은 인격적이고 관계적인 지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학적 계산과 학습한 데이터에 근거한 것일 뿐”이라며 “이는 마치 한 번도 수박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이 수박에 대한 설명을 하듯 신앙 없는 사람이 하나님에 대해 설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공허한 지식”이라고 했다.
이어 “물론 그러한 지식을 통해서도 성령 하나님께서 역사하신다면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기는 하지만, 하나님과의 만남과 깊이 있는 교제를 경험해 보지 못한 인공지능의 정보들을 통해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교제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 본다면 부정적인 답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 기독교는 공동체의 종교
이수인 교수는 “인간은 공동체와 사회적 관계를 통해 배우는 존재인데, 이는 특별히 신앙교육의 영역에서 더욱 더 큰 의미를 가진다”며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께서 삼위일체라는 완벽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고 계시고, 모든 구원 받는 자들 역시 교회라고 하는 공동체로 부르셨다. 기독교는 공동체의 종교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신앙교육은 공동체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챗GPT가 아니라 다른 그 어떤 생성형 AI가 나온다 하더라도, 우리는 교회라고 하는 주님께서 세우신 공동체를 통해 신앙을 가르치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생성형 AI 시대에도 유효한 신앙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최신 기술과 다양한 문헌들을 살폈는데, 결국 그 답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르치셨던 제자 훈련의 모습 속에 있다”고 했다.
아울러 “새로운 기술에 대한 낯섦과 두려움으로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그 기술이 이야기하는 장밋빛 환상에 눈이 멀어 이게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잘못된 대응이라 생각한다”며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술은 본질을 대체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더 집중하기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권정민 교수(서울교육대)의 ‘챗GPT는 처음이라’라는 주제의 사례발표가 진행됐다.
한편, 이날 자유발표도 진행됐다. ▲황종석 교수가 ‘연간 설교자의 설교 준비를 위한 실천적 제안’ ▲김선일 교수가 ‘명목상 기독교인 개념에 대한 연구: 양적 조사를 중심으로’ ▲박성환 교수가 ‘로이드 존스의 부흥 설교’ ▲김종현 교수가 ‘챗GPT 시대, 예배 영성 다시 생각해 보기’ ▲김웅기 교수가 ‘일립 강태국의 교육사상 연구—제자들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재형 교수가 ‘본문이 이끄는 설교: 사사기 16:4-22에 기록된 삼손의 부정적 인물 묘사를 통해 구약 내러티브 설교하기’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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