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신학회(회장 윤철호)가 최근 서울 광진구 소재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교협 2층에서 제50차 정기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박형국 교수(한일장신대 조직신학)가 ‘죽음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박 교수는 “어느 인간에게나 사회에서도 죽음 이해는 중요하다”며 “1997년 IMF 사태의 여파로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작과 함께 높은 자살률 문제가 촉발한 죽음에 관한 관심은 죽음을 성찰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증가시킨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2000년대 들어와 인구 10만명 당 30명이 훨씬 웃돌던 자살률은 2012년 이후 25명 대(2022년 25.2)로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2020년 기준 OECD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다”며 “무연고 사망자(고독사)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인데 지난해 4,842명으로 집계되었다. 고령 사회를 지나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현실에서 죽음의 문제는 연명의료 중단, 호스피스, 안락사 등과 같은 의제를 통해 계속해서 공론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죽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죽음 이해가 축소되어 있고 빈곤하다는 문제 제기는 여러 학문 분야에서 죽음에 대한 두드러진 논제들을 통해서 이루어졌다”며 “일반적으로는 ‘죽음의 망각’이나 ‘죽음의 배제’로, 역사학에서는 ‘금지된 죽음’으로, 철학에서는 ‘죽음의 불안’으로, 사회학에서는 ‘죽어가는 자의 고독’ 또는 ‘병원에서의 죽음’으로, 그리고 정신분석학에서는 ‘죽음의 공포’로 논제화되었다. 죽음 이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함에도 사람들은 또 사회는 죽음을 여전히 금기로 여긴다”고 했다.
박형국 교수는 “현대에 와서 서로 각축하는 죽음 이해의 두 가지 주요 논제를 검토하고 종말 신앙의 관점에서 죽음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으로 여기는 세 가지의 논제를 고찰했다”며 “‘죽음은 생명의 유한성에 속한다’는 자연주의 논제를 먼저 검토하고 ‘죽음은 죄의 결과’라는 기독교의 전통적인 논제를 고찰했다”고 했다.
이어 “죽음을 자연적 유한성으로만 보는 이해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를 의식하면서 전통적인 신앙의 논제에 비추어 자연주의 논제를 포용하는 죽음 이해의 전망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그러나 전통적인 신학은 죄의 형벌 또는 결과로서 죽음을 강조하면서도 하나님의 종말론적 새 창조 활동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죄와 죄의 영향력이 침입하는 조건 아래 놓인 인간의 삶은 종종 너무나 일면적이고 부정적인 특성으로 묘사되곤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죽음의 보편성을 죄의 결과로 이해하는 기독교의 신앙적인 관점은 죽음을 생명의 온전한 지평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전망을 열어줄 힘을 지니고 있다”며 “과학의 설명 능력이 더욱 위세를 떨치는 시대를 살면서 과학에 폐쇄적인 태도로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이해도 예외가 될 수는 없는 듯하다”고 했다.
그러나 “고도로 발전된 기술공학 문명 시대에도 삶이 어두운 세력에 의해 여전히 끌려다니며, 그 세력이 불안과 탐욕을 부채질해서 결국 죽음과 파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며 “신학과 신앙은 죄와 죽음의 사슬로부터의 해방(자유)을 말해야 한다. 죄와 죽음의 지배로부터의 해방은 오로지 하나님의 영의 종말론적 활동을 통해서 인류의 삶 속에서 아들의 형상이 취해지는 곳에서 실현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의 영의 활동에 의해 이루어지는 종말론적인 부활과 새 창조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종말 신앙에 따르면 죄와 죄의 영향력, 특별히 죽음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계속해서 근원적인 삶의 기쁨이 존재한다”고 했다.
아울러 “죽음에 대한 종말 신앙의 입장에서의 온전한 이해는 창조의 풍요로움, 광대함, 아름다움에 대한 기쁨, 새날들에 대한 기쁨, 영적인 삶의 각성에 대한 기쁨이 존재하며, 공동체적 세계 질서 속에서 행할 능력, 이웃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들의 기쁨과 고통에 참여하는 기쁨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앞서 온신학 창립 9주년 감사예배가 진행됐다. 예배에서는 윤철호 회장의 인사말, 주성일 목사(수정교회 담임)의 기도,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원로, 온신학아카데미 이사장)가 ‘바른 길로 가라’(사 30:18~21)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리고 박형국 교수의 발표 이후에는 온신학회 창립 9주년 기념 축하식 및 온신학 제9호 출판기념회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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