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가을의 기도>를 쓴 다형(茶兄) 김현승 시인(1913~1975)이 작사한 “엑스플로 ‘74대회” 주제가가 발굴됐다.
엑스플로 ‘74대회는 1974년 8월 13일부터 18일까지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설립자 겸 대표 김준곤 목사(1925~2009)가 대회장을 맡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한국교회 성도 32만3,419명이 참가한 가운데 낮에는 전도훈련을 받고, 오후에는 전도실천을 하고, 밤에는 모여 기도회를 가졌던 민족복음화 대형집회다.
이 대회에는 전 세계에서도 3,000여 명이 참석했으며, 당시 극장에서 영화 상영 전에 방영했던 국정홍보영상 <대한뉴스>에서도 소개될 만큼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집회였다.
당시 한국교회 전체 신자 수가 270만 명에서 300만 명으로 추산되던 때에 한국교회 10분의 1이 넘는 수가 여의도광장에 모여 “민족의 가슴마다 그리스도를 심어 이 땅에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하자”는 슬로건을 걸고 당시 59,000개 자연부락(마을)을 복음화하자는 비전을 갖고 전도훈련을 받고, 파송을 받았다.
엑스플로 ‘74대회를 마친 후 한국교회는 110만 명의 새신자가 늘었으며, 헌금도 980퍼센트 증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루에 6개씩 교회가 개척 설립될 정도로 ‘엑스플로‘(Explosion, 폭발)라는 대회 명칭에 걸맞게 한국교회 부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이 대회의 주제가를 청교도 시인이자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라는 시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다형(茶兄) 김현승 시인이 작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김현승 시인은 모교인 숭실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등을 맡아 활발하게 문단 활동과 창작활동을 하고 있었다.
다음은 김현승 시인이 작사한 <엑스플로 ‘74대회 주제가> 전문.
1. 거칠고 허무한 땅 이 삼천리에 복음의 푸른나무
가득히 심어 겨레의 가슴마다 새 바람이는
예수의 계절이 임하게 하자
2. 은총의 칠십년대 이 나라에서 절망과 한숨의
안개 헤치고 어둠과 주검을 내어 쫓으며
저 넓은 온 세계로 퍼져가는 빛
3. 성령이 폭발하는 새 역사의 빛 지상의 암흑과
공포를 넘어 밝힌다 오직 한 길 우리의 갈 길
주 예수 밟고 가신 그 발에 닿은
후렴: 성령의 계절이 오고 있다
겨레의 가슴마다 핏줄마다 구원의 새소망
싹이 트는 성령의 계절이 오고 있다.
김현승 시인이 엑스플로 ‘74대회 주제가를 작사한 것은 대회를 기획하고 주도했던 김준곤 목사와의 친분 관계 때문이었다고 한다. 또한 그가 신실한 기독교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김현승 시인은 광주 양림교회를 담임했던 부친 김창국 목사의 아들로 평양 숭실학교를 다닐 때는 신사참배로 무기정학을 받기도 했다. 장로회신학교를 제1회 졸업한 김준곤 목사(한국CCC 설립자)는 1954년 조선대 문학과 편입해 김현승 시인에게 시를 배웠다. 김현승 시인은 1960년 모교인 숭실대로 옮겨서 교수 생활을 이어가며 창작 활동을 계속했다.
김준곤 목사는 광주숭일중고등학교 교목과 교장을 역임하고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수학을 하면서 CCC 창설자 빌 브라잇을 만나 한국에서 CCC 사역을 제안 받고 귀국해 1958년 한국대학생선교회를 창설, 사역을 시작하면서 광주에서 서울로 가 김현승 시인과의 교분을 이어갔다.
그리고 엑스플로 ‘74대회를 기획 주도하면서 김현승 시인에게 대회 주제가를 작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대회 주제가는 당시 100만 부를 찍어낸 <엑스플로 ‘74 전도요원 훈련교재>에 수록되어 대회에 참가한 32만3,419명의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널리 불려졌다.
김현승 시인은 1975년 4월, 숭실대학교 채플 시간에 지병인 고혈압으로 쓰러져 서울 서대문구 자택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생전 김준곤 목사를 보좌했던 김철영 목사(세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는 “내년은 엑스플로 ‘74대회 50주년”이라며 “49년 전 김현승 시인이 쓴 대회 주제가에 나오는 ‘성령의 계절이 오고 있다. 겨레의 가슴마다 핏줄마다 구원의 새소망 싹이 트는 성령의 계절이 오고 있다’는 간절한 염원이 한국교회 실천적 다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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