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독교 영화계를 이끌어 가는 대표적 영화제인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열린다. 영화제 측은 “큰 규모로 행사를 하지는 않았다. 작품성과 메시지가 있는 영화들을 관객들과 직접 만나 깊이 있게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20주년을 맞는 이번 영화제는 오는 9월 14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신촌에 위치한 필름포럼(대표 성현 목사)에서 진행된다. 주최 측의 방향성에 맞게 이번 영화제는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으로, 영화관람과 함께 ‘시네토크’ 시간을 통해 영화 감독과 배우 등 관계자와 관객들이 직접 만나 영화를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의 개막식은 오는 9월 14일 오후 7시 이화여자고등학교 100주년기념관 화암홀에서 진행되며, 폐막식은 9월 19일 오후 7시 필름포럼 1관에서 진행된다.
영화제 측은 “2003년 ‘기독교, 영화와 만나다’라는 주제로 처음 시작한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어느덧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의 초창기에 기독교영화를 갈망하던 관객들의 요구는 기독교 영화를 극장가에서 꾸준히 볼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었고, 기독교영화 전용관인 필름포럼을 개관시켰다. 또한, 서울국제사랑영화제를 찾은 단편영화 감독들이 이제는 한국영화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어엿한 주역이 됐다”고 했다.
이들은 “제20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는 그동안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다가올 시대를 생각하며, 올해의 주제를 ‘History’로 정했다”고 했다. 이에 맞추어 서울국제사랑영화제는 이들과 오랫동안 함께한 감독인 이경미 감독과 최진영 감독의 특별전을 준비했다.
가장 많은 관객이 사랑한 올타임 베스트 영화로는 ‘드롭박스’가 꼽혔으며, 기독교영화의 고전 강대진 감독의 1977년작 ‘사랑의 원자탄’이 개봉 40여 년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복원되어 이번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다.
올해는 해마다 수여하는 기독영화인상 대신 서울국제사랑영화제의 20주년을 맞아 영화제가 계속할 수 있도록 기여한 4인에게 ‘공로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사랑영화제를 시작한 문화선교연구원이 태동할 수 있게 도움을 준 전 필름포럼 대표 최동욱 장로, 초창기 사랑영화제의 사전제작 지원작 상금과 영화제를 열 수 있는 극장을 제공한 서울극장 대표 고은아 권사, 사랑영화제를 주최하고 필름포럼을 운영하는 (사)필레마의 이사장을 역임한 박래창 장로와 오금희 장로 등이다.
올해의 개막작으로는 ‘Jesus Revolution’이 꼽혔다. ‘I Can’t Only Imagine’ 등 최근 미국 기독교영화계의 선두주자인 어윈 브라더(Erwin Brothers)스가 연출한 영화로, 올해 부활절을 맞이해 개봉한 작품이다. 개봉 당시 미국 박스 오피스 3위까지 올라갈 정도로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은 작품으로 이번 영화제 개막식에서 한국 최초로 선보인다.
폐막작은 일본 영화 ‘마이 대디’(My Daddy)이다. 대강의 줄거리는, 홀로 아이를 키우며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목사의 이야기이다. 목회와 생계를 동시에 꾸리는 목사 카즈오가 그의 딸 아이가 병에 걸려 스러지면서 드러난 사실에 아빠로서와 목사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이를 기독교적 사랑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드라마를 담고 있다. 목사를 소재로 기독교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흔치 않은 일본 영화가 올해의 페막작으로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8월 31일에는 필름포럼에서 서울국제사랑영화제를 위한 간담회가 개최됐다. 간담회에는 필름포럼 대표 성현 목사, 배혜화 집행위원장과 배우 추상미 부집행위원장, 조현기 프로그래머 등이 참여했으며, 홍보위원으로 배우 리키 김, 류승주 부부도 함께 참여했다.
필름포럼 대표 성현 목사는 “어떻게 하면 코로나 이후 변화된 시대에 문화사역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다”며 “한편, 한편이 관객들에게 깊이 있게 다가 가기를 원했다. 그래서 영화제를 전체적으로 큰 규모의 행사보다는 작지만 내실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했다.
배혜화 위원장은 “기독교 영화를 성장시키기 위해 시작한 이 영화제가 20년이 됐다. 20년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며 “우리는 일반 영화제의 접근이나 기준에 따라 가지 않는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여 알토란 같은 작품들을 더 깊이 있게 다루고 싶다”고 했다.
추상미 부집행위원장은 “20년이라는 시간의 의미가 하나님이 이 영화제에 대한 관심이 있으시다는 확신이 든다. 나는 세상과 교회와의 괴리감과 문화적 장벽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낀다”며 “문화로, 특별히 영화로 복음을 전하는 일이 앞으로는 더욱 중요할 수 있겠다. 많은 영화나 콘텐츠들이 교회를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십자가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복음의 가치가 들어 있는 좋은 영화를 보급하기 위해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내부적 반성과 성찰로는 앞으로, 더욱 질적으로 발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영화라는 예술 방식은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드러낼 수 있는 매체”라며 “이것은 삶을 드러낼 수 있는 문화매체를 통해 복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즉 기독교와 세상의 경계선에 있는 영화들이다. 이런 복음의 가치를 담은 영화들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새롭게 맞이할 20년을 위해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성현 목사는 이번 출품 영화들의 소재로 ‘다문화, 전쟁, 난민, 장애’ 등이 많은 이유에 대해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불안한 국제적 정서가 있다. 이것이 국내의 정서와 맞닿는다. 영화가 고발의 시선도 있지만 긍휼과 공감의 시선도 있다. 이런 부분들을 단순히 가십거리가 아니라 신앙적 관점에서 깊이있게 관객들과 나누고 싶다. ‘왜 신앙인이 아파하고 고민해야 하는지’를 우리가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영화의 홍보위원으로 위촉된 리키 김은 “단지 얼굴마담만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는 ‘홍보위원 위촉식’에서 “문화사역의 현장에 있으면서 관계의 회복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된다. 영화를 통해 깊은 울림을 느끼며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됐다”며 “영화를 보며 단지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신앙인으로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깊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까지 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개막식과 폐막식을 비롯한 영화제의 주요 섹션으로는 ‘아카페 초이스’, ‘미션 초이스’, ‘필름포럼 초이스’ 등이 있다.
‘아가페 초이스’는 주님이 빚은 세상의 다양한 모습과 삶을 영화를 통해 조망해보는 섹션이다. 올해 아가페 초이스로 선정된 작품들은 주로 소외된 인간의 구원을 말하고 있다. 내가 속한 세상에서 나의 존재는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이방인이 다른 이방인의 시선으로 어느 재미교포의 삶을 바라본 ‘커밍 홈 어게인’, 쿠르드족 난민 고등학생 사랴의 일본 성장기를 그린 ‘나의 작은 나라’, 덴마크 입양아 출신 말레나 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조용한 이주’, 전쟁 중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파편들의 집’ 등이 있다.
‘미션 초이스’는 선교 영화, 전통적인 의미의 기독교 영화를 상영하는 섹션이다. 신앙의 비전을 고취시키고 복음의 가치를 영화를 통해 돌아볼 수 있는 섹션이다.
올해 미션초이스 선정 영화로는 평생 가장 낮은 이들의 곁을 지키고 함께한 어른으로 성공회 주교인 시몬 김성수 주교의 이야기를 담은 ‘시몬, 김성수: 우리는 최고다’, 두 아들을 죽인 공산당 청년을 양자삼은 손양원 목사의 이야기를 담은 ‘사랑의 원자탄’ 등이 있다. 개막작과 폐막작도 미션 섹션에 포함된다.
‘필름포럼 초이스’는 좋은 영화만을 선정, 상영하는 필름포럼이 최근 소개된 작품들 중 다시 한 번쯤 주목해보면 좋은 영화와 하반기 국내배급 예정인 신작을 서울국제사랑영화제를 통해 선공개하는 섹션으로, 보다 다양한 장르, 주제와 소재들로 엮어 관객들을 찾아가는 새로운 프로그램이다. 특별히 올해는 20주년을 맞아 특별전 형식으로 꾸며졌다.
제2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 출품작인 이경미 감독의 ‘잘돼가? 무엇이든’과 장편 대표작 ‘미스 홍당무’, 제 13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 단편경선 출품작인 최진영 감독의 ‘반차’와 대표작 ‘태어나길 잘했어’ 등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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