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모 교수
류현모 교수

행복이란 무엇인가? 사전에는 “사람이 생활 속에서 기쁘고 즐겁고 만족을 느끼는 상태 혹은 좋은 일이 많이 생기거나 풍족한 삶을 누리는 상태”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기쁘거나, 즐겁거나, 만족을 느끼는 조건에는 차이가 크다. 마찬가지로 좋은 일이나 풍족함 역시 같은 조건에서도 그것을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 힘든 까닭에 사람들은 각자 자기 소견에 맞는 행복을 찾아 헤맨다. 많은 사람은 인생의 목표를 행복한 삶이라 말하며, 행복을 추구하지만 정작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예일대학에서 행복에 대한 강좌를 개설했을 때 전체 학생의 1/4이나 되는 1200여 명이 동시에 수강 신청했던 것을 보면, 행복을 향한 인간의 열망이 무척 높음을 알 수 있다.

하버드대학 ‘성인발달연구소’는 1930년대부터 행복의 조건을 찾겠다는 목적으로 3개의 독립적인 집단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1) 268명의 하버드 대학 2학년 남학생 (대부분 백인, 남성, 부유층); 2) 468명의 보스턴 빈민가 고등학교 중퇴자(대부분 이민자, 남성, 빈곤층); 3) 90명의 IQ 140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하였다. 매 2년에 1회씩 설문조사, 매 5년에 1회씩 건강검진, 매 15년에 1회씩 직접적인 면담 조사를 통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젊은 시절 삶의 어떤 요소에 의해 노년의 행복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지 분석했다. 이들 중 일부는 아직 생존해 있어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러나 중간보고서를 분석하여 2002년에 발간된 ‘행복의 조건(Aging Well)’은 노년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연구의 4번째 책임자를 맡았던 하버드 의대 정신과 조지 베일런트 교수와 연구팀은 오랜 분석 끝에 행복한 노년을 위한 '행복의 조건' 7가지를 제시하였다. 거기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출세, 명예, 학벌 혹은 학업성적 같은 것은 없었다. 1) 고통을 해소하는 방어기제로서의 인간관계, 2) 지속적인 배움의 태도, 3) 안정적인 결혼생활, 4) 비흡연 (혹은 흡연하였으나 45세 이전에 금연한 경우), 5) 알코올 중독 없음, 6) 규칙적인 운동, 7) 적절한 체중 유지가 그 조건이었다. 50세를 기준으로 이 7개 가운데 5~6가지를 갖춘 사람들이 80세가 됐을 때 그 중 50% 가량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았으며, 불행하다고 한 사람은 5% 이하였다. 반면 이 중 3가지 이하를 갖춘 사람들은 80세가 되었을 때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다. 열거된 7가지의 조건들은 젊은 시절에 충분히 통제하고 습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행복한 노년은 중년까지 자기가 쌓아온 좋은 습관들의 기반 위에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습관 중에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배움의 태도이다. 이런 태도는 시대의 변화에 대해 노년에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할 수 있고 그 자체로 치매나 인지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훈련이 되기도 한다. 또 중요한 요소는 술이나 담배에 중독되지 않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모든 중독 즉, 마약, 도박, 성중독 등은 인간을 고난으로 몰아넣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중독을 멀리하고 차단하는 습관을 젊은시절부터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규칙적인 운동과 체중 유지는 특히 노년에 잘 생길 수 있는 만성 대사질환, 당뇨,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어 육체적 건강 유지에 중요한 습관이 된다.

‘행복의 조건’의 저자가 분석한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고난에 대처하는 자세 즉 고난에 대한 성숙한 방어기제다. 우리 삶의 기쁘고, 즐겁고, 만족스러운 상태를 파괴하는 가장 큰 원인을 고난 혹은 고통이라고 보고 그것을 잘 대처하여 넘길 때, 행복의 상태로 빨리 복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고난에 대한 가장 중요한 방어기제는 인간관계이며 특히 40대 중반까지 형성돼 있는 인간관계라고 주장하였다. 여기에는 배우자, 자녀, 친구, 직장 동료, 종교적 동료 등이 될 수 있다. 또한 관계의 빈도보다, 관계의 강도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연구의 설문에서는 강한 인간관계를 밤 12시 이후에도 도움을 청하기 위해 전화할 수 있는 관계를 예로 들고 있으며, 그 관계를 서로 의존할 수 있는 사랑의 관계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50대 이전에 형성된 배우자나 자녀와의 사랑의 관계가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종교적인 요소를 구체적으로 질문하거나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하나님과의 관계와 이웃과의 관계가 모두 중요할 것이다. 이런 강한 사랑의 관계 속에 있는 사람은 질병이나 사고의 고통을 더 잘 견뎌내고, 회복도 다른 사람보다 더 빠르며, 나이가 들어도 기억력과 육체적 건강을 잘 유지해서 더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부부와 친자녀 특히 많은 자녀가 있는 정상 가정에서는 이런 사랑의 관계 형성이 더 쉽다. 그러나 불륜, 이혼, 동거 등 비정상적 관계에서는 이런 강한 사랑과 신뢰 관계가 형성되고 유지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 안에서, 가족이 서로 사랑하며 우리에게 허락하신 가정을 잘 지키는 것이, 바로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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