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모 교수
류현모 교수

러시아혁명을 주도했던 레닌의 참모였고, 공산당 지도부의 유일한 여성이었던 알렉산드라 콜론타이는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파괴하는 시도를 했다. 육아와 가사노동에만 묶여있던 여성을 일터로 끌어내어 노동력을 확보하는 대신 국가가 육아를 담당하여 공산당의 이념을 일찍부터 가르치는 제도를 시험하였다. 요람에서부터 이념 주입이 시작되는 것이다.

문화주도권(Cultural hegemony)을 주창한 안토니오 그람시는 기독교가 중요시하는 성적 순결, 결혼의 언약, 거룩한 가정, 성경적 부부관계, 생육문화명령을 지키려는 기독교 문화가 공산혁명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 진단했다. 그래서 그 문화의 중심인 가정을 해체하기 위해 성적 타락을 끌어내는 것이 그의 처방이었다. 성적인 타락은 부부의 신뢰를 깨뜨리고, 가정을 해체하고, 이들이 교회를 떠나므로 인해 지역교회가 약화하고, 국가가 흔들리고, 결국 공산혁명의 기회가 온다는 주장이다. 이로부터 성 혁명 이념이 생겨났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호크하이머, 아도르노, 마르쿠제 등은 문화주도권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강조하였고, 억압받는 계층의 저항은 비록 불법적일지라도 정치적으로 정당하다는 “정치적 올바름, PC”의 개념을 설립하였다. 마르크스는 억압받는 약자를 경제주체인 노동자와 농민으로만 한정했으나, 이들은 여성, 소수인종, 성 소수자(동성애자, 성전환자 포함) 등 자신들을 지지할 소수자 그룹을 다양하게 확장해 나아갔다.

그러나 실질적인 문화혁명은 유럽이 아니라 중국에서 일어났다. 중국의 국민당 정권을 대만으로 쫓아내고 본토를 차지한 마오쩌뚱의 중국 공산당은 생산 감소와 침체하는 경제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실각할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1966년 마오는 10대 후반의 청소년들을 홍위병으로 앞세워 자신을 비난하던 반대 세력들을 재판도 없이 무자비하게 학살하면서 정권 유지를 꾀했다. 결국 마오는 문화혁명 10년 동안 한 세대의 지식인들을 모두 제거하고, 서적을 불태우는 진시황의 ‘분서갱유’ 같은 문화혁명을 이루어 나갔다. 교사들이 전부 사라진 자리에 공산당의 이념을 지속적으로 주입함으로써 이전 중국의 문화를 일소하고 공산주의 문화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를 모방하여 유럽의 대학생들이 “모든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라는 강령을 걸고 일어난 68혁명은 성적 자유를 매개로 대학생들을 결집하여 보수집권 세력을 깨뜨리려는 신마르크스주의 성 혁명의 시작이었다.

전교조 교사들에 의해 우리의 교육과정 속에 뿌리내린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용어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성행위를 하지 않을 권리’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나 다른 성 혁명 이념들에 의해 의미가 바뀌어 어린 청소년에게도 성관계와 상대 선택, 자신의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의 결정, 성관계의 결과로 임신한 태아의 낙태 여부 등 성과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해 청소년 자신에게 포괄적인 권리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에 이르렀다.

사춘기는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급격한 신체의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다. 이때부터 남성의 정소와 여성의 난소는 각각 남녀 성호르몬을 왕성하게 생산, 분비하기 시작한다. 이 분비된 호르몬에 의해 남성과 여성의 이차 성징이 발달하고, 성적인 호기심과 욕구도 증가한다. 이 시기에는 성적인 욕구를 왜 절제해야 하는지, 그 욕구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소할 때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가르쳐서, 자제력 있는 성인으로 길러야 한다. 이들에게 잘못된 의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인권으로 가르치는 것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 같은 위험한 짓이다. 성 혁명을 지지하는 세력은 성적 호기심에 취약한 청소년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넣기 위해 성적 자유라는 달콤한 미끼와 잘못된 인권의 개념을 아이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입법이 지금은 저지되고 있지만 동일한 내용이 이 조례에 들어있다. 이런 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이 유권자로 더 많이 유입될수록 이를 방어할 힘은 더 약해질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우리나라는 10여 년 이상 부모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학교에서 문화혁명이 조용히 진행되었다. 학생 인권이라는 이름 아래 교사의 훈육을 억압으로 몰아붙이며, 교사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고 부모의 간섭을 뿌리치게 만드는 중국의 문화혁명과 같은 일들이 자행되어 온 것이다. 현 상황을 일부 잘못된 학부모, 학생, 교사의 분쟁으로 보는 것은 핵심을 놓친 지엽적인 해석이다. 이는 학생인권조례라는 제도 아래에서 우리 자녀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문화혁명의 문제이다. 이것을 그냥 둔 채 다른 입법 혹은 조례의 개정 운운하는 것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 조례의 폐지와 함께 하나님이 부모와 교사에게 부여하신 권위에 순종하게 만드는 길로 돌아가는 것이 해결책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자녀도 불순종과 교만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죄를 가진 인간이다. 교육은 그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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