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교육으로 출발해 일반 학과 늘려
경제 성장기엔 괜찮았지만 오늘날 위기
“정체성 고민 없이 규모 키운 게 문제”

신학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음) ©Unsplash/Avery Evans

학령인구 감소와 진학률 저하 등으로 인해 국내 신학대학교들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교단들이 ‘신학 교육’ 외 다른 교육의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장 고신 소속 이성구 목사(시온성교회 은퇴, 전 고려신대원 교수)는 최근 교계 매체 ‘코람데오닷컴’에 고신대와 관련해 쓴 글에서 “고신대학이 22개에 이르는 학과를 증설하면서도 그 학과들이 고신총회가 직접 운영하는 대학에 설치되고 운영되어야 할 이유를 설명한 적이 없었다”며 “(고신)교회는 대학교를 ‘직영’하면서도 무엇을 위해 일반 교육의 큰 짐을 져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 채 수십 년의 세월을 보내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출산율의 저하와 과도한 대학설립으로 불필요한 대학 간의 경쟁이 빚어지면서 교육 생태계가 교란되고 교회는 엄청난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고 했다.

이 목사는 “고신총회는 고신교회 앞에 신학적 역사적으로 고신대학을 직접 경영해야 할 이유를 선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금년 9월 총회에서 이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 병원, 신대원이 뿔뿔이 나누어져 있는 상황에서 왜 이 기관들을 고신총회가 모두 직접 소유해야 하며, 왜 셋으로 나누어 운영해야 하는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장 성경적이고 실제적이며 합리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비단 예장 고신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신학과 일반 학문을 함께 교육하면서 이른바 ‘종합대화’ 한 소속 신학대에 대해 다른 교단들 내부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학대 교수직에서 은퇴한 한 신학자는 “오늘날 여러 일반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신학대들도 처음엔 당연히 목회자를 양성하기 위한 신학교에서 출발했다. 그러다 일반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크게 두 가지 견해가 나왔다”며 “하나는 계속해서 신학 교육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독교 인재 배출을 위해 일반 교육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런데 후자 주장의 이면에는 일종의 비즈니스적 접근도 없지 않았다. 출산율도 높고 경제 성장률도 좋았던 70~80년대 우리나라에서 대학 규모를 키우면 그만큼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더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 그러면서 각 교단들에서도 다시 ‘신학 교육’ 하나에만 집중하자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신학대가 정체성과 비전에 대한 고려 없이 단지 경영적 측면에서 종합대화 한 것이 지금의 어려움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다. 쉽게 말해 신학대가 ’세속화’ 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학교들에서 대체로 신학과가 다른 일반 학과들에 비해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 그런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그것이 ‘신학대’만의 차별성을 갖지 못하게 했고, 결과적으로 그 대학은 학생들에게 ‘반드시 다녀야 할 대학’으로서 인식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계 한 관계자는 “서구의 많은 대학들도 처음엔 성경을 가르치는 것에서 시작했다가 차츰 세속화 됐다. 그로 인해 대학 규모는 커졌을지 몰라도 그 본래 사명은 잃어버린 것”이라며 “종합대화 한 국내 신학대와 그 학교가 소속된 교단들도 이 점을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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