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옆집 제프리 형제의 가정이 미 동부로 이사하게 돼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트럭들이 몇 차례 오가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아쉽기 짝이 없는 것이 저희 부부의 마음입니다. 처음엔 이름이 스티브인 줄 알고 몇 년을 스티브라고 불렀는데 아마 참다못해 그랬는지 한번은 자기 이름이 제프리라고 정정해 줘서 속으로 많이 웃기도 하고 참으로 미안한 마음도 가졌던 이웃입니다.
자동차와 티셔츠에 항상 큼직한 USC 글자를 달고 살아서 우리 가족에게는 USC 출신 이웃으로 오래 기억남을 그런 집입니다. 자주 왕래를 한 이웃도 아닙니다. 가끔 그 집 아이들이 뒤뜰에서 놀다 넘어온 고무볼을 도로 넘겨주기도 했고 딸 하나가 있더니 어느 날부터는 딸이 셋이어서 가만 보니까 딸 쌍둥이를 낳은 것이었습니다. 옆집이면서도 쌍둥이를 가진 임산부의 큰 배를 기억도 못했던가 봅니다. (지금 배가 남산만한 제 딸은 날짜까지 세면서 출산날을 기다리는데 말입니다). 한번은 그 집 지붕에 불길이 솟구쳐서 스티브, 아니 제프리(!)가 소리를 지르며 수돗물을 쏘아 올리는 것을 보고 저도 급하게 저희 뒤뜰 수돗물을 끌어내어 불타는 지붕에 물을 같이 쏟아붓던 위급한 때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지붕만 일부 타고 소방차가 와서 집 전체가 불타는 것을 막아줬습니다. 그 후 한 번도 그때 수돗물을 같이 쏟아준 것에 대해 감사했다는 인사말이 없어서 좀 괘씸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이 부끄러워진 것이, 그 집 지붕에 불난 것을 보고 급하게 수돗물을 뿌려가며 도와준 것은 우리 집까지 옮겨붙을까봐 신속한 행동을 취한 것이 아니었는지 양심의 찔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다들 이렇게 자기 위주의 이해타산을 하고 사는 것이어서 문제가 많이 생기는가 봅니다. 바로 그 이웃이 이사를 한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렇게 오랫동안 옆집에 살아준 것만도 얼마나 고마운 이웃인가 하는 것입니다. 십수년을 이웃으로 살면서 서로 별 탈도 없었고 항상 서로 유익하려고 애썼으며(장기여행이라도 가면 서로 집을 부탁하는 등) 옆에 있는 자체만으로 복이 돼준 그런 이웃 말입니다.
우리가 한평생 옆집에서, 또는 같은 교회의 성도들로 별탈 없이 이웃이 되어 사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손가락질하고 뒤에서 수군대며 얼굴을 붉히는 이웃들이 종종 있는데 피차에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가만히만 있어도 유익한 이웃입니다. 예배를 방해 안하고 목회를 가로막지 않으며 전도가 흘러가도록 가만히 있어만 주어도 얼마나 유익을 주는 것인지 모릅니다. 제게 우리 교회 성도들은 바로 그런 이웃들이며 가족들입니다. 점잖고 정 많으며 함께 조용히 걸어주는 참 아름다운 이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