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이중직 논란이 뜨겁다. 목사로서 본연의 목회사역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성직자 신분에 맞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여전하지만 ‘생계’라는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목사가 목회 외에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일은 과거 같으면 입밖에도 꺼낼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에 와선 찬반 논란이 뜨거울 정도로 시대가 변했다. 그렇다고 성직자가 돈을 목적으로 세속적인 일을 해선 안 된다는 상식이 허물어진 건 아니지만 목회자들이 생계의 수단으로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형편을 이해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건 틀림없다.
목사의 이중직 문제는 최근까지 한국교회 주요 교단 총회에 단골 의제였다. 교단에서 부결 또는 유보 결정이 나도 계속해서 헌의안이 올라왔다. 그만큼 일선 목회현장에서는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결국, 긴 두드림 끝에 기독교대한감리회(2016년)를 시작으로 2018년 예장 합동총회가 미자립교회에 한해 이중직을 허용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예장 통합총회도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이중직을 허락했다. 고신총회의 경우는 지난 2020년 총회에서 ‘원칙적으로는 허용해서는 안 되지만’이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 ‘단기적, 일시적, 생계형 이중직’만 허용하기로 했다.
주요 교단들이 ‘미자립교회’, 또는 ‘생계형’이란 단서를 붙여 이중직을 허용한 건 뒤집어 보면 아직 이중직을 완전히 허용할 수 없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원칙적으로 안 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을 감안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최근 한국교회의 성장세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뒷걸음치고 있다. 교세의 감소는 헌금 수입의 감소로 이어져 적정 수준의 목회자 사례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교회가 적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교인 헌금만으론 교회 월세조차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목사가 배달, 대리기사, 막노동 등의 일을 해 교회 운영을 보태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얼마 전에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목회자의 이중직 문제를 조사했는데 최근 10년 사이에 이중직을 가진 목사 비율이 56%에 달했다. 그런데 그중 27%가 코로나19 확산기였다는 점에서 코로나가 목회현장에 얼마나 큰 경제적 고통을 안겨줬는지 짐작할 수 있다.
눈에 띄는 건 목회자들이 목회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목회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이들이 91%나 됐다는 점이다. 비록 지금의 현실이 고단하고 힘들지만, 그 어떤 어려움도 목회자로서의 소명을 꺾을 수 없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그런데 최근에 주요 교단들이 제한적이나마 이중직을 허용하면서 그동안의 논란이 다시 점화되는 분위기다. 목사의 직무는 성직인데 다른 일에 몰두하다 보면 목사가 주업인지, 부업인지 혼동이 올 수 있다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다.
최근 전 100주년기념교회 담임 이재철 목사가 이 문제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이 목사는 모 목회자 세미나에서 “목회자는 경제적 자립이 돼야 한다. 성경에서 말하는 경제적 자립이란, 내게 얼마가 주어지든 그것에 나를 맞춰 사는 것”이라며 이중직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또 “목사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여야 한다”며 “평생 먹고 사는 것이 제일의 삶의 목적인 목회자들은 세속직을 갖는 것이 낫다”고 했다.
그의 이런 주장은 이후 숱한 찬반 논쟁으로 이어졌다. 그가 목사가 갖는 이중직의 위험성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공감한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비판하는 이들도 많았다.
교계 원로인 김동호 목사도 거들고 나섰다. 김 목사는 자신의 SNS에 “목회자가 사례비로만 생활하는 게 맞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런데 교회가 그러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말 형편이 안 돼서 그렇게 못 해주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며 “그런 경우 목사가 스스로 이중직을 수행하면서까지 자기들을 버리지 않고 떠나지 않고 목회를 한다면 그것은 훌륭한 일이지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목사의 이중직에 대한 찬반 논란은 ‘비성경적’이란 지적과 ‘불가피한 현실’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시작됐다. 요즘 와선 성직의 개념을 폭넓게 해석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그렇다고 본질에서 달라진 건 없다. 그렇다고 교회 존립을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해야 하는 목회자를 향해 주업 또는 부업을 선택하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성직자는 달라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목사의 이중직을 평생 먹고 살기 위해 성직을 버리는 행위와 동격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목사의 이중직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에 모범답안은 없다. 하지만 어느 목사도 목회보다 돈 버는 게 더 좋아서 선택한 이중직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목사 이중직에 대한 계속된 찬반 논란은 소모적이란 생각이 든다. 그보다는 최저 생계비 보장 등 ‘자비량 목회’를 지원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집중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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