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교수
한국성서대 김승호 교수 ©기독일보DB

2. 로잔운동

1차 로잔대회(Lausanne International Congress on World Evangelization)는 1974년 7월 스위스 로잔에서 150개국에서 온 2,700여 명의 복음주의자들이 “온 세상으로 그분의 음성을 듣게 하라”(Let the Earth Hear His Voice)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2차 로잔대회는 198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170개국에서 약 3,000여 명이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그를 선포하라: 온 교회가 온 세상에 온전한 복음을 전하라는 부름”(Proclaim Christ Until He Come: Calling the Whole Church to Take the Whole Gospel to the Whole World) 이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3차 로잔대회는 2010년 10월 198개국에서 약 4,200여 명이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세상과 자기를 화목케 하시는 그리스도 안의 하나님”(God in Christ, Reconciling the World to Himself)이란 주제로 개최되었다. 그리고 2024년 9월 한국(송도)에서 4차대회가 개최가 확정되었다.

복음주의 선교운동인 로잔이 1974년에 시작되었지만 이미 그 이전부터 비성경적 방향으로 흘러가던 에큐메니컬선교를 우려하던 복음주의자들은 로잔 이전 1961년 휘튼대회(Wheaton Conference), 1966년 베를린대회로 모여 복음주의 선교와 에큐메니컬선교가 근원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또 다시 1974년 로잔대회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 이유는 당시 유행되던 ‘선교의 모라토리엄’ 사상과는 대조적으로 여전히 복음을 듣지 못하고 있는 많은 지역이 있는 상황에서 교회에 맡겨진 선교의 대과제를 확인하고자 했다. 특히 전도와 사회참여 문제로 선교가 양극화되어가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로 야기된 신학적 혼돈(Confusion)에서 복음주의자들이 함께 모여 성경의 빛 아래서 신학적 입장을 정립하며, 적응성 있는 선교방법을 모색하고, 온 교회가 이에 협력하여 세계복음화에 헌신할 필요를 느꼈다. 이 같은 요청으로 모인 로잔대회들이기에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3차에 걸친 로잔대회에서 복음전도와 함께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은 동시에 강조되었지만 그런데도 1, 2, 3차 문서를 통해 볼 때 로잔운동의 특징은 변함없이 ‘전도의 우선순위’를 강조한다는 데 있다. 로잔운동의 슬로건인 “세상 끝날까지 온 교회(Whole Church)가 온전한 복음(Whole World)을 온 세상(Whole World)에 전하자”라는 복음전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로잔의 신학과 선교사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1차 대회 후 로잔운동이 지속되도록 세계복음화를 위한 로잔위원회(LCWE, The Lausanne Committee for World Evangelization)가 조직되어 로잔운동은 세계 복음주의자들의 선교운동으로 정착되었고, 세계의 복음주의자들을 연결해주는 네트워크 형성에 크게 기여해오고 있다. 로잔위원회는 WCC와 같이 회원교회나 단체들의 대표로 구성되는 기구 혹은 조직체가 아니라 하나의 ‘운동’(Movemennt)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즉 로잔정신, 즉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세계를 복음화(로잔이 말하는 선교비전은 온 세계를 향한 것이며 세계복음화가 선교의 목표다)하려는 뜻에 동의하는 자는 어느 조직(WCC, WEA, 교단들)에 속했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운동이다. 연구자가 보기엔 이것이 로잔운동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취약점)이기도 하다.

2-1. 로잔운동의 일곱 가지 공헌

20세기 WCC가 하나님을 떠난 세상을 향해 ‘회개와 믿음’(행 20장 21절: “유대인과 헬라인들에게 하나님께 대한 회개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증언한 것이라”)을 전할 사명을 내려놓고, 이웃을 위해 선한 일(Good Deeds)을 하고, 종교 간 대화(Inter-Relgious Dialogue)를 중시하던 시대였다. 자연스럽게 인간의 완전한 타락, 복음의 선포, 심판, 지옥,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받은 구원의 배타성과 같은 복음적 교리는 많은 이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또한 긴 세월 건강치 못한 제국주의적(Imperialism), 가부장적(Paternalism. 온정주의) 선교, 그리고 경제적. 정치적 식민주의(Colonialism)는 ‘선교 모라토리엄’ 요청을 부르게 했다. 로잔은 이러한 상황에서 태동하였다. 로잔운동은 1차대회이래 지난 49년 동안 긍정적인 많은 성취를 이루어냈다. 로잔위원회(그리고 각 대륙 로잔위원회)의 지도하에 세계복음화 사역에 있어 주요한 이슈들을 다룬 전략회의들(Consultations)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들을 다루었다. 로잔운동의 일곱 가지 공헌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언약. 선언문. 서약들이다. 1974년 로잔언약은 그 이후의 1989년 마닐라 선언문, 2010년 케이프타운 서약의 기초가 되었고 이 세 가지는 세계복음화를위한 요청, 그리고 복음전파를 위한 협력을 위한 통합문서들이다.

둘째, 전도와 교회의 사회책임이다.30)로잔은 1974년 시작부터 ‘전도의 우선순위’(Priority of Evangelism)를 분명히 하면서도 그동안 복음주의 진영에서 소홀히 해온 교회(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함을 강조했다(로잔언약 5항. 마닐라 선언문 8, 9, 18, 21항, 케이프타운 서약 1부 10항). 20세기 개신교 선교운동은 에큐메니컬 진영과 복음주의 진영 간의 ‘복음전도와 교회(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슈와 연관된 갈등과 대립 구조로 전개되었다. 로잔이 사회적 책임을 표방한 것은 에큐메니컬 진영의 선학과 선교에 대한 복음주의 진영의 대응이었다고 하겠다.

셋째, 미전도 종족(Unreached People)과 10/40Window 개념의 제시이다. 로잔은 선교에서 ‘미전도 종족’의 개념을 탄생시켰다. 1차 대회 때 랄프 윈터(Ralph Winter)는 ‘미전도 종족(복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사람들) 개념을 세계교회에 소개하며 이들에 대한 선교의 시급성과 ’최우선순위‘가 되도록 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전 1930년대의 인도 선교사로 사역하던 도널드 맥가브란(Donald A. McGavran)가 쓰던 ’숨겨진 부족‘(Hidden People Group), 과테말라 선교사 윌리엄 카메룬 타운젠트(William C. Townsend) ‘숨겨진 언어 그룹’(hidden linguistic group)의 개념을 정리하여 감추어지고 전도되지 않은 종족들을 미전도 종족(the Unreached People Group)의 개념으로 정립하였다. 2차 대회에서 선교전략가이자 선교동원가인 루이스 부시(Luis Bush)는 10/40 Window 개념을 제시하였다. 윈터의 미전도 종족선교개념에 부시의 10/40 Window 지역에 대한 선교의 집중화 전략제시는 복음주의교회선교에 강력한 견인차 구실을 하였다.

넷째, 다이스포라(Diaspora)선교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3차대회에서 디아스포라 선교가 강조되었는데 세계화와 언어와 문화의 단일성을 넘어 세계 여러 지역으로 흩어져 이주해 사는 디아스포라 시대에 맞는 선교전략을 세워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이주(migration)는 2015년 9월 70차 UN 총회에서 채택된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에 포함될 정도로 각국의 경제성장을 돕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에 미치는 막대한 기여를 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디아스포라 선교개념은 다양한 이유로 우리 곁에 찾아온 이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할 사명이 우리에게 주어졌음을 상기시켜주었다.

다섯째, 다수의 교회(Majority World Church) 개념이다. 로잔운동은 다양성을 지닌 운동(a Diverse Movement)으로 시작되었으며, 이 같은 방향으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로잔운동은 서구 교회로 하여금 다수의 세계(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 존재하는 교회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했다. 그 결과 2010년 3차 대회는 1차 대회보다 다수의 세계교회들의 참석 및 대회에서 역할이 컸다.

여섯째, 협력관계(Partnerships)이다. 로잔은 선교에서 국제적 협력관계를 강조해왔다. 교회, 기관, 선교단체들이 연합하여 세계복음화를 위해 함께 동역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일곱째, 리더십(Leadership)이다. 지난 49년 동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전 세계 복음주의 리더들이 로잔운동에 동참했다. 로잔은 또한 리더 개발을 위해 청년 리더 모임(Younger Leaders Gathering, YLG)를 구성해 25~35세의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 리더들을 연결하고 기존의 세계리더와 연결하여 다음 세대의 영향력 있는 리더들을 세우고 있다. 그 결과로 로잔운동을 통해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선교리더들이 생겨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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