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부터 약 1년 간 방영된 MBC 공익예능 ‘느낌표-눈을 떠요’는 시각 장애인들이 각막이식을 통해 빛을 볼 수 있도록 돕고, 각막기증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전 국민적 감동을 선사했던 TV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선천적 ‘무홍채증’을 앓는 한 사연자가 등장한다. 두 딸의 엄마로서 그녀는 “태어나서 한 번도 해를 보지 못했다. 해를 봐서 태어났다는 걸 느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막기증자로부터 각막 기증을 받고 이식수술을 받아 태어나 처음으로 딸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23명의 시각 장애인들 모두 각막을 기증받고 각막이식수술을 통해 “보여요”라고 외치며 새 인생을 출발하게 됐다.
당시 이들에게 각막이식수술을 집도해 광명을 찾아준 의사가 있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과 서울성모병원 안과학 교수를 역임했던 김만수 원장(70)이다. 김 원장은 2019년 서울성모병원 안과학 교수를 정년 퇴임하고 현재 서울시 강남구 소재 강남성모원안과에서 공동원장을 맡으며 의료활동을 개진하고 있다. 남포교회(담임 최태준 목사)를 출석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 25일 강남성모원안과에서 김 원장을 만났다.
김만수 원장은 “어머니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기에 모태신앙으로 형님과 누님을 따라 교회를 출석했다”며 “독실한 기독교인은 아니다. 성경을 잘 안 읽어서...”라며 손사래 쳤다. “하지만 찬송은 열심히 듣고, 주일성수는 꼭 하려고 노력해요.”
45년 동안 안과의사 인생을 살아온 김만수 원장은 국내 안과학계에서 인정받는 명실상부한 각막 이식 수술 권위자다. 서울성모병원 안과 과장 등을 역임하며 2천여 횟수에 달하는 각막 이식 수술을 집도해왔다. 대한안과학회 제19대 이사장, 대한안과학회 각막기증활성화위원회 위원장, 한국실명예방재단 이사 등을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김만수 원장은 각종 직함이 주는 ‘위압감’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평소 출퇴근 시엔 지하철을 애용한다고 했다. ‘사치’엔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맛있는 것 먹고, 좋은 풍경 보는 건 좋아한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김 원장에게서 웃음과 여유가 넘쳤다.
김만수 원장은 스스로에 대해 “냉정하지 않고 인간적”이라며 “원칙주의자이기는 하나 평생 사람을 못되게 굴지는 않았다”라고 했다. 그는 사회적 공헌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NGO 단체를 통해 캄보디아 등지에서 수개월 간 의료선교 활동을 하면서 무료 개안 수술을 해주기도 했다. 이유에 대해 “그들을 보면 불쌍한 마음이 드니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나라에 의료 인프라를 만들어주면 좋은데, 의료 혜택만 주고 왔지...”라고 했다.
김만수 원장의 ‘느낌표-눈을 떠요’ 프로그램 출연도 국내 사후 각막 기증 운동 활성화를 위한 것이었다. 김 원장은 “방송 탓인지 사후 각막 기증 서약도 그해 폭증했으나, 종영 이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아쉬워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에 따르면, 현재 한국 전체 시각장애인은 약 3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중 약 10%인 3만여 명은 각막이상 증세로 인한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각막이식을 받으면 시력회복이 가능한 이는 약 2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안과학계는 고령화에 따라 백내장 등 안질환 발병 증가로 인해, 그 만큼 각막이식수술 대기자는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각막이식수술 대기자에 비해 국내 사후 각막이식 기증자는 부족한 상황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국내 각막이식수술 대기자는 총 2128명이었다. 그러나 국내 사후 각막기증 253건, 미국 아이뱅크 등 해외 안(眼)은행을 통한 각막기증 663건 등 지난해 각막이식수술 진행 건수는 총 9백여 회에 불과했다. 김만수 원장은 “각막 등 사후 장기기증률을 높이기 위한 홍보 활동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끝으로 김만수 원장은 ‘좋아하는 성경 말씀’에 대해 마태복음 18장의 달란트 비유를 뽑았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내게 달란트를 주셨다면, 사후 하나님 심판대 앞에서 달란트 장사를 잘한 삶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하나님이 나를 키우셨는데 나도 환자를 하나님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시켜줬으면 좋겠어요. 그 환자가 신자든 불신자든 최선을 다해 잘해줘야 해요. 하나님이 만든 사람이기 때문이죠. 환자의 ‘눈’이 하나님의 작품입니다. 내가 가진 의술이라는 달란트로 환자의 시력이 회복되도록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면서, 그 환자가 하나님께 불평 안 하고 영광을 돌리는 삶을 살며, 즐겁게 인생을 살아가길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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