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소위 ‘대북전단금지법’과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대한 토론회가 25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 토론회는 태영호 의원(국민의힘), (사)북한인권(대표 김태훈 이사장), 한변(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올인모(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 성통만사(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발제는 제성호 교수(중앙대학교의 법학전문대학학원)와 이상용 대표(데일리 NK)가 맡았으며, 토론자로 장세율 대표(겨례얼통일연대)와 강철환 대표(북한전략센터), 인지연 변호사(한변 홍보위원장)가 나섰다.
태영호 의원은 인사말에서 “북한은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생물학적 바이러스가 아닌 한류와 같은 한국의 문화들이 다른 나라를 통해 들어온다”며 “김정은은 이것에 대개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왜냐면 이런 문화들에 북한의 젊은 세대가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군과 당을 포함해 전 북한이 일일 보고 체계로 내부 검열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 지도층이 지금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날 패널들은 “북쪽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말할 때 남쪽의 ‘대북전단금지법’은 빼놓을 수 없다. 두 법은 남북 간에 태어난 ‘쌍둥이 법’”이라며 “북쪽은 2020년 12월 4일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는데, 남쪽은 ‘대북전단금지법’을 10일 후인 14일 제정했다. 이는 통일이 될 때까지 남북이 각자 체제에서 서로 간섭하지 말고, 영향력을 발휘하지 말고, 현상을 유지하면서 지내자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성호 교수는 ‘대북전단금지법과 치유방안’에 대해 발제하며, “대북전단금지법은 민주당이 여당으로 제 1야당 의원 전원의 불참 아래 숫자의 힘에 의해 일방적으로 통과시킴으로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며 “이런 문제의식 하에 대북전단금지법의 위헌성을 검토하고 이를 치유하는 방안을 제기한다”고 했다.
그는 “헌법 제4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적 명령에 정면 배치되는 반헌법적 법률”이라며 “자유의 힘 확신, 직접 만남은 물론 인터넷 연결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남한과 북한의 의사소통의 계기 조성, 인권과 개방의 공기 유입을 포기했다”고 했다.
이어 “대북 전단 발송은 표현의 자유 행사로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 한 최대한 존중하고 보장하여야 할 핵심가치이자 모든 국민이 향유하는 정신적 기본권의 영역에 속한 문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안전보장 등을 내세워 입법에 의하여 대북 전단 발송을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위헌적 태도”라고 했다.
제 교수는 “대북전단금지법은 ‘남북관계 발전의 외피를 씌운 위헌적 사전 검열’의 제도화”라며 “대북 전단 발송이라는 표현의 자유행사를 남북관계발전법과 엮어서 원칙적으로 국가권력의 통제하에 두는 동시에 ‘입법형식에 의한 교묘한 기본권 침해’”라고 했다.
이어 “전단 발송은 교류협력과 무관한, 기본권 행사의 행위이자 헌법적 가치 실행 행위임에서 이를 교류협력 속에 억지로 집어넣어 통일부 장관의 통제하에 두고 있다”며 “대북 전단 발송과 관련해서 통일부 장관 ‘승인절차’의 적용은 본질상 표현에 대한 ‘사전검열’ 내지 ‘사전통제’를 의미한다. 이는 입법적 무리수”라고 했다.
그는 이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위헌법률 심사청구나 헌법소원을 통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거나 또는 현재의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여 다수당이 되어 대북전단금지법을 폐기하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며 “그러나 현 단계에서 헌법재판소의 구조상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후자의 방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도 앞으로 1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대북 전단 발송의 금지가 위헌적이라고 보는 학자, 전문가, 활동가들로서는 다른 대안을 고려해 보지 않을 수 없다”며 “대북전단금지법의 ‘해석지침’을 변경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상용 대표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우리의 과제’에 대해 발제하며 “최근 북한에서 외부문화 향유 움직임에 대한 감시·감독 및 처벌이 강화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려온다”며 “그동안 사실상 자취를 감췄던 ‘공개처형(주로 유포자를 중심으로)’도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 당국이 주민들과 생사를 오가는 ‘정보전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라며 “사실 이는 북한의 시장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예상했던 행보이다. 장사 활동을 통해 자유와 평등의 개념을 인식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는 동향은 지속적으로 포착돼왔고, 구전과 밀수 및 교통수단의 활성화에 따라 각종 콘텐츠 유통도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여기에 당국의 정책이 한몫했다. 한류가 퍼져나가는데 북한당국의 ‘과학화’와 ‘현대화’도 영향을 미쳤다. 북한 당국이 2000년대 초 ‘당의 혁명예술 작품을 현대적인 기술방식으로 인민들에게 전파한다’는 기조 아래 이른바 북한의 혁명교양 영상물들이 CD와 DVD로 제작됐다”며 “이후 북한 주민들의 문화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최근의 개인재산 선호품 1위가 TV와 DVD플레이어 조합이었다. 북한 당국이 돈벌이 차원에서 액정 TV를 대량생산하면서 SD카드나 USB를 통해 한류 콘텐츠를 즐기는 북한 주민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은 대체로 친구 및 지인들과 바꿔보기도 했고, 자신이 구입했던 가격보다 약간 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형태로 한류가 빠르게 북한에 침투했다”며 “또한 중국에서 한류 콘텐츠를 담은 영상물이 평양, 평성, 원산, 청진 등 대도시로 많이 흘러들어갔다”고 했다.
특히 “IT기기에 능숙한 이른바 ‘장마당 세대(젊은세대)’가 이 일을 주도했다. 북한 당국이 2021년 9월 채택한 ‘청년교양보장법’을 보면 젊은층 사상 교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한류의 확산을 내버려 둬서는 안 되는 사한이었다”며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북한당국은 이 법에서 불법을 저지른 개인뿐만 아니라 사전에 이 같은 행위를 차단하지 못한 기관 및 관련자까지 처벌하는 ‘연좌제’를 시행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한국 드라마 및 노래를 향유하고 유포한 주민들을 공개적으로 폭로하는 공개재판이나 비판 모임을 지속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공개적으로 이 같은 행태를 벌인다”며 “평양은 물론이고, 각 지역별로 공개 비판 모임을 촬영한 영상을 갖고 주민 강연을 진행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 당국은 ‘정보 장벽’을 쌓고 있다”며 “한류 콘텐츠의 유통으로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남한식 말투와 문화를 물리적으로 차단, 감독, 통제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 당국도 ‘정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읽혀진다”며 “완전하고 구속적인 통제를 가하면서 주민들을 상대로 ‘우둔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해결방안'에 대해 “최근 탈북민 508명의 증언을 담아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가해자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데도 하나의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우리에게는 북한 내부에서 인권의 개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 변화를 촉진할 방안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또한, 우리는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지속적으로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도 외국 드라마를 보면 가두고 죽이는가’, ‘다른 나라도 코로나 때문에 다 봉쇄한 것인가’ 등 주민들도 의문을 제기하면서 진실을 파헤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지속 연구해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며 “이렇게 ‘정보 홍수’ 상황이 된다면 북한 당국의 행정력도 이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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