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바뀌면 세계 이슬람권에 거대한 변화 일으킬 것
이란 민주화 위해 기도하고 그날의 추수를 준비해야”

히잡의 불량착용으로 도덕 경찰에 체포되었던 22세의 쿠르드 여인 마흐사 아미니가 3일 만에 시신으로 돌아온 사건으로 촉발된 소위 이란의 ‘히잡 시위’가 전국적인 시위로 계속되고 있다. 이슬람 체제를 반대하고 정권 퇴진을 부르짖는 이 시위가 4개월째로 접어들었을 때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는 “히잡을 제대로 안 썼다고 혁명을 반대하는 반종교적인 사람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 그들도 우리의 딸들”이라면서 히잡 착용을 완화할 듯한 발언을 했다.(연합뉴스 2023.1.10.)

그러나 시위가 7개월째로 접어들면서 많은 시위대 중 537명이 사살당하고 4명이 사형 집행되었으며, 약 1만 8천 명 이상이 체포 수감되었다. 또 테헤란에서만 850여 명의 시위 대원이 눈에 쇠구슬을 맞아 실명하고 수많은 여성 시위대가 성폭행당했다. 작년 11월부터는 여자 중고등학교에 정체 모를 화학 가스가 살포되어 거품을 품고 실신하는가 하면 어지러움을 호소하면서 구토하고 병원으로 실려 가기도 하는 등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위가 차츰 줄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자 이란 정부는 이제는 완전히 평정했다는 자신감을 얻었는지, 다시 히잡 단속과 처벌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메네이가 “히잡 착용은 정권이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인 책무이고 법적인 문제”라고 선언하자, 에브라힘 라이씨 이란 대통령은 히잡 착용은 의무 사항이라고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그러자 골람 호세인 모흐센 어제이 대법원장은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행위는 정권과 그 가치를 대적하는 원수들과 합세하는 행위이며 처벌받아야 한다”면서 강력히 단속할 것이라고 선포했다.(Al Arabia 2023.4.4.) 또한 이란 경찰총장 아흐마드 레자 러던은 4월 15일부터 히잡에 대한 강력 단속을 선포했다.

이란의 이슬람혁명기념일인 지난 2월 11일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 인근에서 재한 이란인들이 시위하고 있다.
이란의 이슬람혁명기념일인 지난 2월 11일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 인근에서 재한 이란인들이 시위하고 있다. ©이만석 목사

그의 경고는 4단계로 해석할 수 있다. 1단계는 학교와 병원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자는 출입을 금하겠다는 것이며, 2단계는 차량과 오토바이의 탑승자를 감시하여 운전자들에게 경고를 보내고 3차 경고까지 불응하면 차량을 압류할 것이며, 3단계는 공항과 상점 및 지하철 출입구에서, 4단계는 길거리에서 단속하여 처벌하겠다는 것이다.(BBC Persian 2023.4.9.) 그리고 지난 4월 초 이란의 몇몇 여학교에서는 수백 명이 화학약품 중독으로 병원에 실려 가는 사건이 발생했다.(Iran International 2023.4.8.)

순니파 무슬림들이 많은 자헤던주의 이맘 좀에 모울라비 압돌 하미드는 금요 설교를 통해서 현 정권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얼마든지 국민과 잘 살 수 있었는데 국민의 행복과 경제를 망쳐버린 하메니이 최고 지도자를 비난하면서 “이 정권은 조금 수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고 수술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국가를 다스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국민은 자유, 정의, 공평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매주 이런 설교를 하는 그의 설교를 듣지 못하도록 그 지역의 인터넷을 끊어 버렸다.(이란인터내셔널 2023.4.8.) 히잡을 쓰지 않은 사람이 출입했다는 이유로 반다르 안잘리 지역에서는 16개의 상점과 가게를, 머잔데런주에서는 35개의 식당과 가게의 출입구를 강제 봉쇄했다.(이란인터네셔널 2023.4.8.) 테헤란에는 이미 경찰이 지하철 탑승자들의 히잡 착용을 확인하고 있고, 적발된 여인들의 탑승을 막고 있는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이란인터네셔널 2023.4.10)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이란의 신정 노루즈(매년 3월 21부터 시작되는 신정 축제)가 돌아왔다. 신정 축제의 13일째 되는 날은 ‘씨즈다베다르’ 축제일이다. 이는 이란의 전통 축제의 날로, 이란 국민은 모두 집에 머물지 않고 들로 골짜기로 나가서 축제를 즐기며, 이란 정부는 이날을 자연의 날로 정했다. 그런데 올해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허용하면 시위가 촉발될 것 같은 위기를 느낀 이란 정부가 야외에서 모이는 것을 통제했다.

그런데 이란 국외에서는 우리가 신경 쓰지 않는 동안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캐나다의 토론토에서는 2년에 한 번씩 여름에 3박 4일 동안 이란을 위한 음악과 예술 축제인 티르건 축제(Tirgan Festival)가 열린다. 그런데 올해는 7월 중에 열리던 티르건 축제가 3월 25일에 열렸다. 지난 축제 때는 13만 명이 모였고, 4년 전에는 16만 명이 모였다고 한다. 이번에는 특별히 이란의 민주화를 위해서 3월 축제를 준비했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이란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300여 명의 정치계, 경제계, 예술계, 문화계 등의 유명 인사들이 출연했으며, 주제에 걸맞게 축제 시기를 봄이 오는 이란의 노루즈(신년)로 택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 캐나다의 아니타 아난드 국방장관이 8분 정도의 축사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란의 폭정은 국민을 잊었다. 그러나 용감한 이란 사람들은 이에 맞서 여성, 삶, 자유라는 기치를 들고 새로운 혁명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온타리오주의 더그 포드 주지사는 축하 인사를 하러 강단에 올라 “이란의 자유를 원한다”며 “3년 전에 이란 혁명 수비대의 미사일 공격으로 폭파된 민간항공기에 탑승했던 176명의 돌아가신 분의 가족들에게 위로를 드리며, 그 공격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찾아내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캐나다 하원 338석 중 119석을 차지하고 있는 보수당의 포일리버 피에르(Poilievre, Pierre) 대표는 “이란에 44년간의 너무 긴 겨울이 계속되고 있는데, 곧 봄이 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이란을 도둑질했는데 그들은 테러범들이니, 우리 모두 그들을 내쫓자”(kick them out)라고 여러 번 외치며 청중들에게도 함께 외칠 것을 요청해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

또한 반지의 제왕, 호텔 뭄바이, 벤허 등 여러 걸작 영화의 주연으로 등장하여 여우주연상을 여러 번 받았던 너자닌 보니어디가 출연해 “이란의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며 “민주화 혁명으로 체포되고 고문당하고 강간당하고 살해당하고 있는 이란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 줄 것”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그 외에도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많은 예술인과 가수, 배우가 참여해 이란의 민주화에 힘을 실어주었다.

캐나다의 유력 정치인들이 이란의 민주화와 이슬람혁명수비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2020년 1월 8일 이란의 이맘호메이니 공항을 떠나 우크라이나로 향하던 우크라이나 민간항공기가 이륙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176명의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캐나다인 사망자는 63명으로, 가장 많은 외국인 탑승자를 기록했었다. 그래서 역이슬람 혁명을 위해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인정해달라는 이란 대표들의 요청에 선뜻 응하고 나섰다.

캐나다뿐만이 아니다. 이란의 역이슬람 혁명을 추진하는 중추 세력 중 유명한 언론인 마씨 알리네저드는 네델란드 국회를 방문하여 연설하고, 마크 루트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이슬람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선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녀는 “이란 국민이 자유를 요구한다는 이유로 10대들을 고문하고 강간하고 죽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서방 국가들은 테러와 살인을 저지르는 테러분자들과 협상하는 대신에 이란의 민주화를 위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덜란드 총리는 유럽연합의 많은 국가가 이슬람혁명수비대를 제재해야 한다는 것에 찬성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란인터네셔널 2023.3.16.)

그렇다면 이란의 혁명수비대는 어떤 단체이기에 이란의 민주화 운동가들이 국제사회를 설득하면서 테러단체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일까? 이란혁명수비대의 정식명칭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이며, 이란의 합법적인 무장 군사 조직이다. 이란에도 육해공군이라는 국방을 위한 무장병력이 존재하지만, 이슬람혁명수비대는 국방 목적이 아니라 이슬람 정권을 지켜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이란의 이슬람 성직자 정부는 만일 무장한 군인들이 자신들의 명령에 불복하거나 군사 쿠데타가 발생할 경우 자신들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이집트와 튀르키예 등의 경우를 보면 군부가 정권 유지 및 몰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그래서 1979년 2월 이슬람 혁명을 일으켜 팔레비 왕정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자, 이맘 호메이니는 3개월 만에 서둘러 이슬람혁명수비대를 창설한 것이다. 이들은 이란의 이슬람 통치 세력들과 성직자 등을 보호하여 이슬람 율법통치를 영원히 존속시켜야 할 책임을 맡은 무장 군사 조직이다. 처음에는 군부보다 열세였으나, 이슬람 율법통치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점점 강해지자 혁명수비대가 목숨을 걸고 충성할 수밖에 없도록 경제적 특혜 정책이 시행되었다.

국책사업 등 큰 규모의 공사들이 경쟁자 없이 배당되기도 하고, 엔지니어링 회사를 설립하여 댐 공사, 공항 공사 등을 독식하기도 한다. 대부분이 면세로 특혜를 입고 있으며, 그 경제 규모는 이란 국내총생산(GDP)의 6분의 1, 많게는 3분의 2까지 차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김은비, 국방대학교 http://diverseasia.snu.ac.kr/?p=5559) 더구나 2022년 국방예산 중 정규군을 위해서는 80억 달러를 배당하고, 이슬람혁명수비대를 위해서는 220억 달러를 배당했다고 한다.(The Jerusalem post 2022.4.25.)

이렇게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자, 이를 바탕으로 혁명수비대 출신 퇴역 장교들이 정계에 진출하게 된다. 아흐마디 네자드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각료의 거의 절반이 이슬람혁명수비대 출신이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30개 주지사의 3분의 1이 이슬람혁명수비대 출신으로 채워지는가 하면 정부 각 부처의 중간 관리급 공무원과 행정부 요직에도 이슬람혁명수비대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 특히 2009년 대선에서 재선된 아흐마디 네저드의 부정선거 문제로 거의 한 달간 지속되었던 민중 시위를 제압하여 평정함으로써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정치적 영향력이 더 강화되었다.

참고로 이란에는 국회에 당이 존재하지 않으며 여당, 야당의 개념이 없다. 이란 당국의 말로는 당은 알라(Allah)당 뿐이다. 다만 의원 개인의 성향이 이슬람이 강한 보수 성향인가, 아니면 그 반대의 개혁적인 성향인가 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이란의 핵 협상 실패 이후에 치러진 2020년 총선에서는 보수파가 290석 중 230석을 차지하면서 혁명수비대 출신의 갈리버프가 국회의장이 되고, 그들의 영향력은 모든 면에서 더 강해졌다. 이란에서 대통령으로 출마하려면 혁명수비대가 장악하고 있는 헌법수호위원회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데, 그래서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가 노환으로 별세한 후에는 이슬람 신앙 중심의 체제에서 차츰 혁명수비대 군사통치세력 중심의 체제로 바뀌어 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김은비, 중동문제연구, 이란의 정권 안보: 이슬람혁명수비대를 통한 군사화를 중심으로,2021,명지대 서울캠퍼스.)

이만석 목사
이만석 목사

이란의 히잡 문제가 완전 강성분자들의 주장대로 흘러가는 것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들의 생각대로 이란 국민이 고분고분하게 다시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공은 바닥에 더 강하게 던질수록 더 크게 튀어 오른다. 이란에도 44년 동안 이슬람 율법으로 통치하던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결국 봄은 오고야 말 것이라고 믿는다. 아직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 때마다 썰렁한 기운이 피부로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봄이 온다는 것은 아무도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이슬람권에 거대한 변화를 일으킬 성령의 바람이 불게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역사적 사건이 지금 이 시대에 펼쳐지고 있다. 우리는 이란의 민주화와 역이슬람 혁명을 위해서 기도해야 할 것이며, 그날의 엄청난 추수를 준비해야 한다.

이만석 목사(한국이란인교회 담임, 무슬림선교훈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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